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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프랑스 산책#29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앙티브에서 겨울나기 그리고 소소한 크리스마스 풍경

by 앙티브 Antibes

(주) 이맘 때 즈음이면 장마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해야 하는데, 올해는 장마가 늦어지면서, 더운 날씨가 계속 되고 있다. 문득 프랑스 남부의 겨울, 특히 크리스마스를 포함한 연말연시가 떠 올라 (주로 여름 풍경만 포스팅했던 것 같아), 사진을 정리해 보게 되었는데, 실로 여름의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프랑스 남부하면 뜨거운 햇살, 빛의 향연, 지중해변의 낭만 등의 키워드가 쉽게 떠오르고, 하여 여름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리지 못하는 유럽의 다른 나라 사람들도(특히 영국인들) 여름이 되면 프랑스, 이태리 남부로 다들 몰려오셔서 이런 여름을 함께 즐기는 통에 사람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것도 또한 사실.


그러나 프랑스남부에 살다 보면 늘 여름만 있는 건 아닌 법. 우리나라처럼 사계절이 뚜렷한 건 아니라도(사실 우리나라도 점점 아열대 기후로 변화는 듯 하여 뚜렷한 4계절인지는 이젠 분명치 않으나), 짧은 봄, 긴 여름, 짧은 가을을 거쳐, 축축한 겨울도 견뎌내야 한다. 견뎌낸다는 표현은 여름의 뜨거움이 워낙 강렬한 탓에 겨울의 우중충함이 비교적 우울하기 때문이다. 특히 눈이 쏟아지는, 또 다른 계절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겨울이 아닌, 지중해변의 겨울 특성 상, 습도가 높고, 비가 많은 다소 칙칙한 겨울이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하여, 크리스마스가 다가와도, 상대적인 기온 하강으로 인한 쌀쌀함은 있을지언정, 화이트크리스마스와 같은 화려한 성탄절은 남의 얘기다. 최근 프랑스남부에도 눈이 내려 며칠간 교통이 마비되고, 각종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될 정도로 큰 이슈가 되기도 하였지만, 그만큼 앙티브에 눈이 내리는 건 아주 드문 일.




누가 프랑스남부의 겨울은 뼈속같이 은근한게 차가움이 스며드는 추위라고 표현을 했던 기억이 난다. 습도가 높아, 영하의 온도는 아니더라도, 그 추위가 몸속으로 조용히 침입하는 추위라고 해야 할 듯. 방바닥을 데우는 문화가 아니라, 실내공기를 데우는 시스템인데다, 난방 시스템이 현대적이지 않아서 그런지, 영하의 온도가 오래동안 지속되기도 하는 우리나라 겨울에 비해 더 춥게 느꼈던 것 같다. 타국살이의 쓸씀함이 더해진 것도 있으리라.


해서, 프랑스 남부의 겨울의 추억은 비행기를 타고 한국에 돌아와 한달살이했던 기억이 더 많다. 내가 다니던 회사는 1년에 7주 가까이 휴가가 있어, 한국에서의 겨울나기가 가능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파리를 거쳐 한국에 크리스마스에 도착한 적도 있었다.




앙티브 Place de Gaulle을 에워싼 건물에 크리스마스 관련 이미지들을 비추어, 크리스마스를 나름 기념하는 소소한 이벤트가 매년 열렸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올해(2010년 작가 시점)에도 어김없이 여기저기 크리스마스 조명/장식들이 즐비하다. 바야흐로 크리스마스 주간.




11월만 되면 앙티브/주앙레팡 거리거리에 소소한 크리스마스 장식과 조명이 설치되는데, 아주 화려한 조명은 아니어도(특히 파리나 다른 유럽 대도시의 크리스마스 장식에 비해서는), 자칫 우울해질 수 있는, 프랑스남부의 겨울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보낼 수 있는 버팀목이었음을 지금은 생각하게 된다.


그래도 비가 오지 않는 날은 11-12월 한낮 기온이 11-14도에 달할 때도 있어, 용감한 이들은 바다에 뛰어들기도 하고, 긴 해변을 따라 긴 산책을 즐기기에 쾌적한 날도 있다. 오히려 관광객들이 사라진 해변걷기가 조금은 한적하지만, 더 여유로와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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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일이 되기 무섭게, 앙티브/주앙레팡 거리거리에 조명이 설치된다. 크리스마스 관련 축제는 크리스마스 약2주전부터 열리는데, 앙티브 올드타운에는 구석구석 다양한 이벤트들이 열리고, 이벤트를 위한 설치물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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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ce de Gaulle에서 올드타운으로 들어가는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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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드타운의 좁은 골목길 사이사이에도 소소한 장식들과 조명들이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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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티브의 중심 광장인 Place de Gaulle을 에워싼 건물에 이미지를 projection하는 이벤트가 크리스마스 주간에 매일 밤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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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비해, 파리의 샹젤리제는 사뭇 화려하다. 2010년 크리스마스 이브에 샤를드골 공항에서 인천행 비행기를 타기 전 하룻밤 파리에서 보내면서, 진눈깨비 내리던 파리의 화려한 샹젤리제를 누비고 다녔더랬다. 쁘랭땅, 갤러리 라파예뜨 백화점 실내도 평소와 다르게 (한국 백화점에 비하면 초라한 규모이지만) 화려함이 극치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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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젤리제의 겨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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