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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승훈의 중국평론 Aug 01. 2022

sino korea] 멱살 경제의 딜레마

한중수교 30주년, 그 세 번째 이야기


미국과 중국은 벌써 몇 년째 개와 고양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다.


특히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을 몹시 거슬리고 불편한 존재로 느끼는 티가 역력하다.


그래서 이 상황을 투키디데스 함정(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이야기하는 이들도 많이 있다.


하지만 좀 더 자본주의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 상황의 주요한 이유 중 하나가 아래 때문이라는 것이 설득력 있지 않을까.


2021년 중국의 무역수지 흑자 교역국 순위 (상위 20위)


보이는 데로다.


중국은 꿀단지를 끌어안은 곰돌이 푸 마냥 미국을 상대로 무역수지 흑자라는 엄청난 꿀을 빨고 계시다.


거꾸로 이야기하면,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엄청나게 피를 빨리고 있는 것이다.


결국 중국을 세계 2위의 대국으로 만들어 놓은 것도, 미국 GDP의 75%까지 따라잡게 만든 것도 미국 스스로가 최대 공헌국이란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식으로 부유해진 중국이 자신을 상대로 패권에 대한 도전과 대결의 의지를 드러내니 짜증이 날 수밖에.


그렇다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을 중지해 미국의 버팀목인 내수경제까지 흔들 수도 없는 노릇이라 그 속은 진짜 대환장 파티일 것이 분명하다. (미국 월마트에서 파는 전체 품목의 절반이 made in china라는 건 안비밀이다.)


미국의 시퍼런 작대기 옆에 꿇리지 않고 서 있는 노란 작대기가 보이는가.


홍콩이다.


이 작대기를 본 이상, 왜 그리 홍콩 사람들이 중국 본토를 죽자고 싫어하는지, 시커먼 마스크 쓰고 나와서 화염병을 집어던지는지를 이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코딱지만한 땅에서 이따시만한 작대기가 나오려면 최소한 그 동네의 부와 경제를 포크레인으로 퍼다 나르고 있는 거다.


중국의 무역 흑자를 봤으니 이제는 중국의 무역 적자를 볼 차례다.


2021년 중국의 무역수지 적자 교역국 순위 (상위 10위)


중국이 못 잡아먹어 안달인 국가 1, 2, 3위가 나란히 어깨를 맞대고 있다.


타이완, 호주, 한국.


특히 타이완은 독보적인 대중 무역 흑자국이다.


“야! 내가 너희 이만큼 벌어주고 있으면 내 말 좀 듣고, 하다못해 나한테 게기지는 말아야 하는 것 아니냐? 너희는 자본주의 국가라는 게 고객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가 가출했니?”


“응... 뭐 꼬우면 말아. 너희가 미국한테 꿀 빨고 있는 것에 비교하면 우리가 너한테 가져가는 것은 쥐꼬리만큼도 안돼. 그리고 말이야... 네가 자주 까먹는 것 같아 다시 한번 이야기하는데, 우리 미국이랑 겁나 친해. ㅎ”


대충 누가 누굴 나무랄 수 없는 상황은 이러하다.


이제 다른 나라들 다 치우고 우리와 중국만 본다면 중국에게 우리의 위상은 만만치 않다.


2021년 중국의 국가별 수출입 규모


물론 우리와는 다르게 중국의 무역에 대한 경제 의존도는 절대적이지 않지만, 그래도 우리는 중국이 감히 무시 못 할 제3위 교역국이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수입품은 중국 수입 시장 내에서 2000년 이후 얼마 전까지 꾸준히 10%대를 유지하고 있었다.


중국 수입시장 내 주요국별 점유율 추이


이 그래프는 많은 것을 이야기해주고 있다.


특히 우리가 믿고 있는 것들에 대한 ‘일반화의 오류’를 여실히 드러내고 있다.


이를테면, 중국과 우리 사이에 사드 배치로 인한 ‘한한령’이 있었건, 우리가 ‘친중 노선’을 견지했건 간에, 그런 것과 1도 상관없이 중국은 우리에게 꾸준히 물건을 사갔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이유는 아래의 또 다른 도표를 통해 알 수 있다.


중국의 수출 vs. 한국의 대중국 수출 추이


이 도플갱어 같은 두 선 중 하나는 ‘중국의 수출 증가율’이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한국의 대중국 수출 증가율’이다.


이 두 지표가 이렇게 닮은꼴이 나오는 까닭은 우리의 대중국 수출 품목에 있다.


우리의 대중국 1위 수출 품목은 늘 변해왔다.


‘92년도에는 철강판, ‘94년도에는 합성수지, ‘00년도에는 석유제품, ‘02년도에는 무선통신장비, ‘09년도에는 평판디스플레이, 그리고 ‘14년도부터는 반도체.


전부 중간재들이다.


한국의 대중국 수출 품목 중 중간재의 비중은 80% 수준이다.


심지어 그중 수출 품목 상위 10위까지가 대중국 전체 수출액의 60% 이상을 차지한다.


다시 말해, 중국은 자기들이 물건을 만들어 내수에 쓰고, 해외에 팔아먹기 위해 우리로부터 좋든 싫든 중간재를 사갈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 들어 중국 수입 시장 내에서 우리 제품들이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그건 순전히 미중 간의 갈등으로 우리가 팔 수 없는 품목이 생겨나고, 중간재에 대한 높은 수출 의존도에 불안하고 열받은 중국이 일부 품목들에 대해 산업 자립화를 성공했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우리는 다시 한번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가 걱정하는 과도한 ‘대중국 무역 의존도’는 우리만의 고민인가? 중국이 ‘탈한국’ 해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더 큰 것은 아닐까?


그러니까 현실은 우리가 걱정하는 만큼 중국과 우리 사이에서 우리의 입장만 곤란한 것이 아니고 심지어 서로 간에 멱살을 맞잡고 있는 형국이라는 것이다.


아까의 ‘중국 수입시장 내 주요국별 점유율 추이’의 그래프 중 홀로 후룸라이딩을 즐기시는 일본이 보일 것이다.


[한중수교 30주년, 그 첫 번째 이야기]

[한중수교 30주년, 그 두 번째 이야기]


대중국 수출로 꽤나 짭짤히 재미를 보던 일본이 짜릿한 하강을 하게 된 이유는 대략 아래와 같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1990년대 이전 만해도, 중국은 일본기업의 텃밭이었다.


말 그대로 중국 어디를 가건, 일본의 생산 공장, 산업단지, 기업과 기업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랬던 일본에서 중국에 대한 우려가 터져 나온 것은 1990년대에 들어설 무렵이었다.


매해 꾸준히 20%가 넘는 무역수지 흑자를 맛보던 일중 무역에서 어느 해 갑자기, 난데없이, 느닷없이 적자가 시작된 것이다.


그것도 대략 더하기 빼기 몇십 퍼센트가 아닌 200%의 적자가 발생한 것이다.


첫해는 어쩌다 그런 것이라 넘어갔지만, 한 해, 두 해, 그 적자가 나아지지를 않았다.


그것은 일본과 중국 사이에 일본이 만들어 놓은 산업과 무역의 구조가 시간이 지나며 펑 터질 시한폭탄이 되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일본의 기업들은 자국의 비싸고 귀한 노동력, 한계에 직면한 땅값과 전기, 수도세 같은 부대비용 등으로 자신들의 생산 공장을 중국으로 이전했다.


그렇게 주요 원료와 부품을 중국의 자신들 공장으로 수출해, 중국 내 공장에서 가공하고 조립한 뒤 일본으로 재수입하여 무늬만 'made in japan'을 완성하고 재수출하는 구조가 형성된 것이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중국 내에서 비슷하지만 훨씬 저렴한 자재와 원료를 수급하는 단계까지 이르렀고, 주요 부품조차도 중국 내에서 생산하는 쪽으로 진화한 것이다.


당연히 어느 시점에서 일본의 대중국 수출은 줄고, 대중국 수입은 느는 접점을 만났고, 그렇게 200%의 무역수지 적자는 시작되었다.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자민당 정무조사회장이라는 인간은 심지어 “이따위로 가다가는 20년 안에 일본은 중국의 한 성•省으로 전락할 것이 뻔하다규!”를 울부짖는 지경에 도달한다.


침략자 신분을 경험한 일본의 입장에서 ‘경제 식민지’가 된다는 불안과 위협은 전 일본을 공포의 도가니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정부와 민간 모두 “야야! 잦됐어. 모두 컴백홈!”을 외쳐대기 시작했다.


이게 바로 1990년대에 일본을 찾아온 일본의 ‘중국 위협론’과 ‘중국 엑소더스’의 정체이다.


그리고 일본이 빠져나가고 비어버린 그 터에 우리가 들어와 앉았다.


30년이 지난 오늘, 일본의 대중국 무역수지는 흑자로 돌아서 있다.


하지만 일본이 그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별 고민 없이 눈앞의 꿀을 빠는 것도 문제지만, 심각한 연구와 대책 없이 아무렇게나 ‘탈탈’ 거리면 ‘쪽’박차기 십상이라는 교훈을 아랫집 녀석들이 의도치 않게 남겨준 것이다.


다음에는 [한중수교 30주년, 그 네 번째 이야기] ‘중국은 왜 우리 제품에 열광했는가’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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