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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외친다.

“대한 독립 만세"라며

by 나나용 Mar 02. 2025

    순식간에 지나버린 지난 삼일절 날, 길가에 선 기둥에는 태극기가 줄을 지어 달렸고 어떤 식당에서는 삼일절을 맞이하여 유공자, 군인, 국가 공무원, 선생님 등에게 할인 등을 제공하였다. 나는 왠지 모르게 이런 일들  이 흐뭇하게 느껴졌다. 물론 나는 모처럼 찾아온 공휴일에 놀기에 바빴지만 말이다. 

    대한민국이라고 하면 줄곧 안 좋은 말만 하게 되는 나인데, 늦겨울인지 초봄인지 모를 삼일절에 유독 흐린 날씨 속에서 휘날리던 태극기가 왜 그리도 내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지는 나도 알 수 없었다.

나는 심지어 재외국민이다. 두 살 8개월에 아프리카 가나로 떠났고, 미국을 거쳐 2015년 10월쯤에 우리나라로 돌아왔다. 계산해 보면 성인이 되고 나서 한국에서 산 기간은 10년 정도밖에 안 된다.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에 아주 사소한 것들조차 나를 이방인처럼 느껴지게 했다. 심지어는 매번 식당에 들어가서 왜 수저와 젓가락을 안 주는지도 헷갈려서 종업원의 눈치를 본 적이 많았다. 알고 보니 테이블 옆에 서랍을 달자는 기가 막힌 생각을 누군가가 했던 것이다. 사실 나는 아직도 테이블 아래에 수저와 젓가락, 휴지가 든 서랍이 있는 식당인지, 아니면 직접 식기를 가져다주는 식당인지 곧바로 알아차리는 (조금 더 한국에 오래 산) 남편이 여전히 놀랍다.

    우리나라를 욕하자면 끝도 없을 거다. 양측의 입장을 들어 보기도 전에 열을 받아서 끓어 넘치는 냄비와도 같은 데다가 다소 감정적이고 폭발적인 성향을 보이는 사람들, 그것이 내가 가진 한국인에 대한 대략적인 이미지이다.

    그런데 나는 그게 부끄럽지 않다. 그런 성향으로 인해 우리나라가 독립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를 위해 똘똘 뭉칠 수 있는 사람들이었고 현재도 그렇다. 하나의 신념하에 뭉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건가. 문득 2002년 월드컵 때에 하나같이 붉은 옷을 입고 얼굴까지 빨갛게 칠했던 한국인들의 모습이 생각난다.

 

    요즘 나라 꼴이 엉망인 것 같다. 저출산 문제, 집값 문제, 세대 간 갈등, 나열하자면 끝도 없을 거다.

    그런데 결국 태극기는 나의 피를 끓게 한다. 내가 있는 지역에는 비눈이 왔던 올해 삼일절에도 태극기가 멋지게 휘날리는 모습을 보니, 이 나라가 거쳐온 고된 길을 되새겨보니, 지금 우리가 마주하는 현실과 문제들은 하찮아졌다.

그만큼 우리가 지금 단합할 때가 아니냐는 생각이 스쳤다. 대한민국이 말세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우리 선조들의 피땀 묻은 태극기가 망신살이 늘어가지 않도록 우리가 뜻을 모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나는 오늘도 대한민국과 우리의 정부를 욕한다. 그러면서도 나는 영원히 우리나라의 편에 선다.

    문득 내가 남편을 욕하는 모습이 떠오른다. 나는 내 남편의 잘잘못을 잘 따지곤 한다. “네가 이렇게 했어야지.” “왜 그렇게 했어?”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런데 남이 내 남편에 대해 한마디라도 안 좋게 한다면 아마 내가 화병이 나서 잠도 못 잘 것이다. 심지어는 그렇게 말한 사람에게 따지러 갈 수도 있다.

    내게는 그게 대한민국, 우리나라인 것 같다. 욕해도 내가 욕한다. 남편이 집 밖에서 못난 행동을 하고 난 후, 집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다음에는 그러지 말라는 말부터 꺼내는 것처럼 나부터 우리나라에 사는 한 명의 시민으로서 이 나라를 더 살기 좋게 만드는 작은 실천을 해야겠다고 다짐한다. 친절을 먼저 베푸는 사람, 먼저 배려하는 사람, 그리고 먼저 나랏일을 위해 나서는 사람. 나는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나는 늘 “대한 독립 만세” 외치고 싶다. 결국 나 같은 한 명의 한국인이 모여 우리나라를 세우고 만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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