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세네갈 16강 진출
에콰도르, 카타르 탈락
주최국 카타르는 홈경기였지만 3패로 이번 대회를 마쳤다. 아시아에서는 그래도 실력 발휘를 한 적이 있었지만, 세계 무대에서는 한계가 있었다.
주최 및 선수단의 선전을 위해 돈을 엄청 쏟아부었다고 하는데, ‘돈이면 다 된다’는 아닌가 보다. 되려 ‘돈으로도 안 되는 게 있다’를 증명해버렸다.
네덜란드는 4강 전력팀답게 2승 1무로 조별 예선을 가볍게 통과했다. 이 팀은 원래 조별리그 통과 정도가 목표가 아니었고, 혹시나 이변의 희생양이 되나 싶었지만 그런 일 없이 무난히 16강에 진출했다.
예전 히딩크 감독 시절 박지성, 이영표가 함께 뛰었던 PSV에서, 현재 뛰고 있는 코디 각포의 3경기 연속 골이 인상적이었다.
B조 1위 잉글랜드에 이어, 2위인 미국과 상대하게 되어, 낮은 확률로 이변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겠지만, 무난히 8강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아마도 이 팀은 8강부터 시작되는 강팀들과 본 게임을 이미 준비 중일 것이고, 나도 이 팀이 어디까지 올라갈지가 궁금하다.
다만, 반 다이크의 수비진은 이번 조별 예선에서 단 한골만 허용할 정도로 훌륭한데, 데 파이의 공격진과 더용, 클라센의 미드필드 진은 4강 이상을 다투는 경쟁자들에 비해 다소 약해 보여 운이 좋으면 4강, 그 이상은 어렵지 않나 싶다.
사실 네덜란드는 예전에 베르캄프, 에드가 다비즈 시절부터 좋아했던 팀이다. 우리 대한민국을 대패시킨 악몽이 있긴 하지만, 프리미어리그 아스날과 종신계약을 맺었던 베르캄프의 공격력과,
유벤투스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다비즈의 저돌적인 플레이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후에 비슷한 플레이를 하는 프리미어리그 첼시의 응골로 칸테까지 좋아했을 정도.
우연한 기회에 스포츠 용품을 선물 받을 기회가 있었는데, 주저 없이 네덜란드 축구 대표팀 오렌지 색 카디건을 선택했다. 산 지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잘 입고 다닌다. 너무 튀어서 잠바 안에만.
에콰도르는 살았던 적도 있던 곳이라서 정이 있다.
일도 많이 하고, 이곳저곳 여행도 많이 다녔지만, 축구 경기도 많이 보았다.
현지 프로축구 홈경기에 홈 팀 유니폼을 입고 가면 어찌나 환대를 해주던지. 외국인이 자기네 팀을 응원한다고 같이 사진 찍자고 많이들 달려들었다. 유명인도 아니고 딱 봐도 평범한 회사원인데 별 희한한 일을 겪어보네 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그러다 노란색 에콰도르 국가대표 유니폼도 장만하게 되었는데 (웃기게도 한국 대표팀 유니폼은 없다.) 더 사진을 많이 찍어달라고 했고 어느 팀이든 환영받아 좋았다.
박지성의 맨유 시절 절친 발렌시아는 에콰도르에 성 같은 저택이 있다는 말을 들었다. 롯데 캐슬 아파트처럼 이름만 성이 아니라, 진짜 성과 같이 어디 외진 곳에 지어져 있다고만 들었다. 부럽다.
적도탑과 갈라파고스가 있는 나라. 정이 들었지만 실력은 솔직히 16강도 기적인 팀이다. 남미 대륙에서 브라질, 아르헨티나를 받쳐주는 느낌이 나고, 칠레나 콜롬비아보다 한수 아래 전력이던 적이 많았다
에콰도르는 1승 1무로, 1승 1패인 세네갈을 맞이해서 3차전을 치렀는데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세네갈에 지면서 짐을 싸야만 했다.
축구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얼마나 슬퍼했을까? 가능성이 보였는데 안 되었을 때 더 슬프다. 차라리 아예 안 될 것 같았으면 기대라도 안 했을 텐데. 인생의 아이러니지만, 그래서 더 노력해야 하는 이유다.
Adios.
세네갈은 첫 경기에서 강호 네덜란드를 만나 패했지만, 2차전에서 카타르를 잡고, 3차전에서 에콰도르를 제압했다. 비기면 탈락이기 때문에 다소 불리한 상황이었지만, 그들은 해냈다.
사실 그동안 관심이 적어 경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는데, 응원단의 아프리카 특유의 군무를 보니 재미있으면서 이 친구들의 열정이 느껴졌다. 알고보니 피파랭킹 18위로 꽤나 하는 친구들이었다.
전반 44분 세네갈 사르가 PK를 성공시켰다.
‘어? 이러다 에콰도르 지는 거 아니야?’
싶었다.
에콰도르는 후반 22분 카이세도가 기어코 동점골을 만들었지만, 기쁨도 잠시,
3분 뒤, 후반 25분 쿨리발리가 집념의 승리의 골을 작렬시켰다.
옛정이 있는 에콰도르. 우리 대한민국 대표팀처럼 지고 있다 환희의 동점골을 만들고, '역전시키자!' 하다가 골을 허용하고 패배해버렸다. 스포츠 경기는 이렇게 데자뷔처럼 비슷한 일들이 있다. 동시에 화려한 공격력도 중요하지만 점수를 내주지 않는, 철통같은 수비력이, 뒷문이 안전해야 마음껏 공격하고 이길 수 있다는 걸 깨닫는다.
세네갈은 16강에서 B조 1위 잉글랜드를 만나게 된다. 잉글랜드의 대단한 공격력과 미드필드 진을 막기에는 역부족일 거라는 예상이 된다.
하지만 20년 만의 16강 진출이라고 하는데, 2002 월드컵으로 당시 세계 1위, 직전 대회 우승팀 프랑스를 이기며 예선 탈락시켜버렸다. 당시 월드컵 첫 출전이었다고 하는데 세상 일은 이렇게 알다가도 모른다.
유로 2000까지 석권한 최강의 레블뢰 군단이 초짜에게 당했다니. 당시 세네갈 원톱으로 엄청난 개인기로 공격을 이끌고 활약했던 디오프가 생각난다.
이번에도 이변을 일으키길 응원한다.
(사진 출처 : 메쉬박님의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