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월드컵 조별 예선 H조
포르투갈, 대한민국 16강 진출
우루과이, 가나 탈락
우리에게 이렇게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나?
정말이지 대단한 일이 일어나 버렸다.
일본이 독일과 스페인을 역전승으로 이기고 16강에 진출할 때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우리는 더 극적인 드라마를 썼다.
1무 1패였던 우리는, H조 최강팀 2승의 포르투갈과의 3차전을 벌였고 이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2-1)
2002 월드컵에서 박지성이 골을 기록하며 피구의 포르투갈을 이기고 예선 탈락시켰는데, 이번엔 호날두의 포르투갈을 잡고 16강 본선 토너먼트로 진출했다.
그것도 첫 골을 먼저 내주고, 동점골을 기록한 다음 후반 추가 시간에 역전골을 넣어 버렸다.
더군다나, 만일 가나와 우루과이 간 경기에서 가나가 이겼으면, 우리가 이겼어도 가나가 16강으로 올라가고,
우루과이가 크게 이겨서 득실차에서 우리보다 앞서면 우루과이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우루과이가 가나를 2-0으로 이기면서 득실차 동률이 되었고, 다득점에서 우리가 앞서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다득점 : 대한민국 (4), 우루과이 (2)
그야말로 대박. 기적이었다.
우리보다 조금 늦게 끝난 우루과이와 가나의 경기에서 우루과이가 한골만 더 넣었어도, 우리가 아닌, 우루과이가 16강 진출이었다.
우루과이의 수아레즈가 2-0으로 자신들이 이기고 있고, 우리 대한민국이 동점까지 만든 상황. 추가 시간에 들어서자 편안한 표정을 보였다.
하지만 우리가 골을 넣고 승리 분위기로 가자,
이기고 있는데도 초조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던 거였다. 결국 경기가 그대로 종료되고 실망과 좌절로 바뀌었다.
사실 오늘 경기를 승리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상대는 피파랭킹 9위 포르투갈.
호날두와 실바 (멘체스터 시티) 그리고 페르난데스 (맨유) 등 유명한 선수들이 즐비한 이 팀.
우리가 1차전에서 비긴 것으로 어느 정도 만족한 우루과이마저 2-0으로 눌러서 더 강력해 보였다.
그렇게 강력한 포르투갈을 상대하면서 우리는,
손흥민의 얼굴 보호대 착용으로 인한 경기력 저하 우려.
수비의 핵 김민재의 부상으로 인한 선발 명단 제외.
강력한 돌파력과 공격력을 가진 황희찬의 출전 불투명 등등
이기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해냈다.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 너무나 자랑스럽다.
기분만큼은 마치 월드컵 우승한 기분이었다. 정신 차려야지. 진짜 우승할려면.
애당초 H조 본선 진출 가능성이 높은 팀은 당연히 포르투갈과 우루과이였다.
우리가 16강에 올라가는 시나리오는 우루과이와 포르투갈과 비기고, 가나에 이겨서 1승 2무를 확보하는 거였다.
그런데, 실제로는 최강 포르투갈을 잡고, 가나에게는 져서 1승 1무 1패로 16강에 진출하다니. 이번 대회에서는 정말이지 예상은 깨지라고 있는 것.
이라는 말이 와닿는다.
그야말로 이변의 연속.
우리도 그 한가운데 있게 되었다.
전반 5분 포르투갈 오르타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을 때, 아 우리 대한민국에게 이번 월드컵은 이대로 끝나는구나 하는 생각이 스쳤다.
선제골을 넣어도 이길 수 있을까 말까인데 먼저 당하다니.
하지만, 전반 27분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의 사나이 김영권이 호날두의 어시스트(?)를 받아서 동점골을 넣었을 때, 16강 진출의 서광이 비쳤다.
2018 월드컵 조별 예선 3차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김영권이 골을 넣고 한 세레모니 그대로였다. 이번에도 3차전 이기는 거 아니야?
지난번엔 16강에 진출하지 못했지만, 이번엔 16강 진출까지 하고.
하지만, 호날두를 위시한 포르투갈의 공격은 매서웠다. 우리도 공격을 하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어 냈지만, 경기를 뒤집으려는 포르투갈이 더 많이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이때, 김승규 골키퍼의 선방이 빛났고, 우리 수비진의 집중력이 실점을 막았다.
그리고, 호날두의 헛발질과 오프사이드를 보며, 예전 ‘노쇼’에 대한 대가를 여기서 돌려주나 싶었다.
위에서 말한 어시스트까지.
요즘 조금 밉상이었는데 오늘따라 잘 생겨 보였다.
잘 막는 것도 중요했지만,
우리에겐 승리가 필요했고 그러려면 골을 넣어야 했다.
후반 21분 정말 열심히 뛰며 멋진 모습을 보여준 이제성을 대신해, 기다리던 ‘돌진하는 야생마’ 황소 황희찬이 교체 출전했다.
부상도 있고 컨디션이 좋지 않아 1, 2차전에 출전하지 못해서 아쉬웠는데 드디어 3차전에서 반가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몸이 좋지 않았을 텐데도 열심히 뛰며 간절히 뭔가 해주길 바랬지만 속절없이 시간이 지나고 후반 추가시간이 시작되던 찰나.
앞으로도 길이 남을 명장면이 나왔다.
그야말로 극장골.
(뉴스마다 다룰 것이고 오래오래 기억될 것이다. 그런 장면을 TV로 나마 실시간으로 보다니. 난 행운아야. 인생은 살만한 거였어. 엉엉.
나이 먹으니 눈물이 많아졌다. 이래서 아저씨가 되면 손수건을 챙겨 다니나 보다.)
우리의 캡틴 손흥민이 프리미어리그에서 보여주던 폭풍 질주를 시작하고, 거의 6명의 포르투갈 선수들이 손흥민을 저지하려고 몰려들었다.
나 한 명을 막기 위해 그렇게 대단한 선수들이 떼로 몰려들면 당황할 법도 한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은 달랐다.
(전담 마크가 따라붙고, 자신이 볼만 잡으면 두세명 이상이 협력 수비하는 상황도 이제 제법 익숙해진 것 같다. 그만큼 잘하니까 상대가 그리 하는 거고, 어려운 상황도 계속 대하다 보면 익숙해지고 대응책이 생기는 법)
침착하게 골대 앞까지 도착. 자신이 무리하게 직접 때리지 않고, 파고들던 황희찬에게 절묘하게 밀어줬다. 그리고 또 다른 프리미어리거 황희찬은 기다리던 역전골을 작렬시켰다.
새벽 시간이지만 대한민국이 들썩였을 거다. 우리 아파트에서도 곳곳에서 함성과 발 구르는 소리가 들렸다.
끝까지 집중력을 발휘한 우리 대표팀은 2-1 상황을 굳게 지켰다. 하지만 우루과이 가나전이 2-0에서 끝나지 않은 상황. 아직 기뻐하기엔 일렀고 모두 한데 모여 우루과이 가나전이 그대로 끝나기만을 바랬다. 가나가 골을 넣어주면 더 좋고.
다행히 우루과이 가나전은 그대로 끝나고, 우리의
16강 진출이 확정되자 선수단 전체가 환호하고 슬라이딩 세레모니를 보냈다. 현장에서 직관하던 관중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한 장면일 거다. 부럽다.
다음 16강전 상대는 G조 1위, 피파랭킹 1위 브라질이다.
네이마르가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으면 한다. 한국 정도는 네이마르 안 나가도 잡을 수 있어 이번엔 쉬고 8강부터 본 게임이니까 그때부터 나가자고. 어차피 지난 번에 박살냈었잖아.
이렇게 방심하길 바란다.
그래서 포르투갈을 잡은 것처럼 내친김에 브라질을 잡고 최초 원정 월드컵 8강 이상의 성적을 내길 응원해본다. 대한민국 대표팀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