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 Dec 20. 2022

칠친주

술 없이도 대화가 가능한 사람이 좋다

요즘 송년회가 많다.


코로나 사태로 2년 정도 못하다, 올해는 할 수 있다 싶은지 여러 자리가 많다.


저녁식사나 2차 맥주집을 가보면 인산인해다. 꽉 차 있어 자리를 잡기 어려울 정도다. 아예 예약조차 안 되는 곳도 많다.


재택근무도 줄어들며 회사에 나오는 데다, 추운 겨울이라 실내 활동도 많은데, 송년회 자리를 다니다 보면 코로나 환자가 급격히 늘어나는 게 그냥 당연해 보인다.


시대가 변하고 코로나 사태도 있어서, 요즘은 그래도 예전에 비해 송년회 문화가 많이 바뀌었다.


외국계 회사는 특히 더 그런데, 저녁식사를 해도 술 없이 먹고 차 한잔 마시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저녁은 부담스러우니 점심식사만 하거나 공연을 한편 보고 헤어지는 경우도 꽤 있다.


그래도 1차부터 소맥 7잔 돌아가며 때리고, 2차 맥주집, 3차 노래방, 아쉬우니 한잔 더 아님 집에 가서 더 마시자 이런 야만적인 (?) 회식도 아직 상당히 있다.


얼마 전 오랜만에 그런 시대에 역행하는 송년회 자리에 불려 갔다.




오래간만에 얼굴 보고 식사하는 것이고, 불러줘서 고마워서 갔는데 파이팅 넘치는 사람들이라 일말의 불안감이 있었다.


’술은 끊었다고 해야지.‘


내심 다짐하고 갔다.


인사를 하자마자,


“왜 이렇게 늦게 왔어?”


‘5분 늦었는데요.‘


“자기, 칠친주라고 알아?”


‘모르는데 안 궁금한데요.’


“마시면 7초 만에 친구 된다는 거야. 허허허

한번 마셔봐.“


신나서 이것저것 섞어서 말고 있는데, 어디서 또 이상한 술 제조해서 이름 붙인 걸 좋다고 저러고 있다.


결국 짬뽕해서 마시고 빨리 취해서 얼싸안고 터 놓고 이 얘기 저 얘기하자는 건데. 그렇게 술을 마시면 무슨 얘기를 했는지는커녕, 집에 어떻게 돌아왔는지도 기억이 안 날 때가 있다.


그리고 다음 날 겨우 일어나서 힘든 몸을 이끌고 출근해서 어색한 인사를 나눈다.


“어제 잘 들어갔어?”


내가 술을 마시는 건지

술이 나를 먹는 건지


역시 친구는 ‘親舊’라는 그 말답게.

오래 두고 친하게 지내는 게 맞는 것 같다.

(親 친할 친  舊 예 구)


요즘은 주로 목요일에 회식을 세게 하기 때문에, 금요일 아침 회사 화장실에 가보면 전날 전쟁의 참화가 드러난다. 우리 모두의 정신 건강을 위해 굳이 상세히 묘사하진 않겠다.




우리는 해장을 한다고 한다.


난 콩나물 해장국을 좋아하는데,

어떤 사람은 라면, 어떤 친구는 햄버거나 피자에 콜라를 먹기도 한다.


술 마신 다음 날 그게 들어가냐 하면

유학 다녀온 친구들이,


“외국애들은 이렇게 해장 많이 해요.”


‘넌 한국인이잖아. 된장찌개가 나을걸’


우리가 흔히 쓰는 해장이라는 말은 원래 ‘해정 (解酲)’이라는 말에서 왔다.


‘정 酲’은 ‘숙취 정’ 자다. 숙취를 푼다는 의미다.

이런 한자까지 있는 것 보면 옛날 사람들도 술 꽤나 마셨나 보다.


그런데, 정작 우리에게 와닿는 해장은,

사실  해장 ‘解腸’ 이다. 장기를 푼다는 거다.


풀려면 그전에 어떤 상태가 되어 있어야 하나?

정상적이지 않고 꼬여 있어야 한다.


그게 환장 (換腸) 이다.

보통 정상적인 상태에서 마음이 달라진 것을 의미하는데, 바꿀 환 ‘換’ 자를 쓴다.

장이 꼬여 있는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즉, 술 마시면 장이 꼬이고, 이걸 풀어줘야 한다는 뜻


어렸을 때 술 마시고 좋다고 좋아하는 임원 분께 술을 권할 때 나에게 해주신 말씀이다.


“피아식별 똑바로 하라”


는 말씀과 함께.


즉, 술은 독이 될 수 있다.


내년엔 술 마시지 말아야지. 나는 힘들고, 소주 회사는 돈 벌고. 바보 짓 그만해야지.


술 안 마시고도 사회생활 잘 하는 사람 많다. 사회생활하려면 술 마셔야 한다는 건 옛날 마인드이자 술 마시고 싶은 핑계.


어떤 분들은 이렇게 얘기하신다.


“술 깨고 내일 정상인 상태에서 이야기하자.”


그러면 난 이런 생각이 든다.


그냥 술 안 마시고 오늘 얘기하면 안 될까요?



- 건강한 연말연시 되십시요^^


(사진 출처 : 빵킴님 인스타그램)

이전 09화 자본주의에서 살아가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