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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Dec 27. 2022

날개 잃은 천사 (1)

자리에서 밀려난 사람들

연말 인사가 마무리되었다.


승진과 팀장, 임원 선임과 같이 축하와 박수 그리고 ‘난’이 오간다.


세상에는 항상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듯이, 인사 발령에 이름을 공식적으로 올리고 웃는 표정으로 고맙다며 축하를 받는 사람이 있지만,


한편에선 당하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해, 면 팀장/임원 (팀장이나 임원직에서 내려와서 팀원이 되거나 퇴사) 명령은 내리지 않고, 조용히 사라지는 사람들이 있다.


예상을 했던 사람도 있고, 부지불식 간에 통지를 받은 사람들도 있다. 올라가서 이래라 저래라하고, 자신에게 눈치를 보고 아부를 할 때 느끼는 권력감은 달콤할지 모른다. 하지만, 내려오면 모든 것을 잃고 본인이 권력을 남용했을 때 싫어했거나 시기했던 사람들의 눈초리를 받고 고개를 숙여야 한다.


그래서 보통 연말 연초에 긴 휴가를 떠난다. 회사를 떠날 수 없기에.




30대에 팀장이 된 친구가 있었다.


작은 규모의 벤처기업이나 중소기업에서는 사례가 있었지만,

대기업에선 예전엔 회사를 20년 이상 다니고, 50대가 되어야 팀장을 달았다. 빨라야 40대 후반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화하며 젊은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분위기가 자리 잡으면서 30대 팀장과 임원이 많이 나오고 있다.


젊고 의욕 있고 뛰어난 사람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 흐름 때문에, 해외에서도 40대 대통령, 총리, 장관이 나오고, 국내에서도 20대 국회의원, 30대 당 대표가 나오기도 하는 것 같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대부분 세상 일에는 명암이 있지 않나.


젊은 혈기는 가끔 겸손과 조화 그리고 화합을 잃는다. 어느 대기업 30대 여성 임원이 화려하게 신문 지상을 장식했지만, 결과는 얼마 못 가 갑질로 사회면에 나와서 직장 내 괴롭힘의 대표적 사례로 다루어졌다.


내 주위에도 그런 일을 심심치 않게 본다.




A는 B 임원이 팀장 시절 ‘아들’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끼고 주요 일을 맡긴 친구였다.


조용한 성격이지만 명석하고 빠르고 B 임원의 입맛에 맞는 일처리로 총애를 받았다. 일할 때 뿐만 아니라 밥 먹고 술 마시러 다닐 때 항상 끼고 다녀 둘이 있을 땐 진짜 아버지라 부르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 말도 있었다.


하긴 저 정도면 진짜 아버지보다 오래 붙어있고 대화하고 밥 먹었을 것 같긴 했다.


야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와 일하고 B 임원과 밥 먹고 놀아줘야 하는데 진짜 아버지와는 밥 먹을 시간 아니 대화할 시간이 있을까 싶었다. 인생의 아이러니. 돈 벌겠다고 사회생활하면서 가족과 멀어지는 일상이다. 워라밸도 그런 가족과 멀어짐의 반작용의 일면이라고 생각한다.


B가 임원이 되고 A는 파격적으로 팀장이 되었다. 동기들 중 팀장이 아직 나오지 않은 어린 기수였고, 더군다나 동기들 중 나이가 어린 축이었다.


동기들도 처음엔 축하를 해줬다. 어리지만 똑똑하고 묵묵히 일을 잘해왔기에 이렇게 일찍 팀장이 되었다고.


그런데, 이 친구 팀장이 되면서 묘하게 바뀌기 시작한다. 어린 친구가 고압적인 말투와 이상한 지시를 하기 시작했다. B 임원이 하는 꼴 그대로였다. 회사의 ‘아버지’에게 배웠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B 임원은 팀장 때는 저러지 않았는데 A는 뭔가 잘못 배워도 한참 잘못 배운 것처럼 보였다. 팀원 때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하고, B가 믿는 만큼 일을 많이 시켜도 인상 쓰지 않고 해내는 모습이 좋게 보였다. 하지만 팀장이 되고서는 일도 제대로 하지 않고 시키는 재미만 들린 듯했다.


결정적으로,

동기 모임에 가서 술 취해서 ‘너희들이 그러니까 팀장이 안 되는 거다’ 하며 일장 훈시를 했다고 한다. 그러다 술자리에서 동기지만 본인보다 나이 많은 형들과 싸웠다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그때 저 친구도 오래 못 가겠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A의 팀장질은 얼마가지 못했다. 1년은 잘 버텼으나 조직개편에 따라 C 임원 밑으로 가게 되었다. C 임원은 B 임원과 전혀 다른 스타일.


B 임원 밑에서 보고 장표를 예쁘게 만드는 기획 업무로 다져진 A는, 실무와 현장 중심의 C 임원이 보기엔 일을 못하고 PPT 만 만드는 PPT 전문가로만 보였던 거다.


더군다나, B 임원이 꽤 잘 나가던 때여서 C 임원과는 오래 일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C 임원에게 보고하는 일은 거의 없었고,  하던 대로 B 임원에게 자주 달려갔다.


그 모습이 달가울 리 없던 C 임원. A의 팀원들도 A를 싫어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다면 평가에서 (위 상사만이 아니라, 동료 팀장 그리고 팀원들에게서도 평가를 받는 360도 평가) 전사 꼴찌를 하자, 실적도 없다는 이유로 인사 고과에서 최악의 낙제점을 주었다.


A가 C 임원의 소속 팀장이었으니, B 임원이 손 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막아주지 못하고 A는 팀원으로 내려왔다. 요즘 말로 광탈 (광속 탈락). 초임 팀장의 경우 적응을 위해 최소 2년. 보통 3년 등 기간을 보장해주는데 바로 내려왔다.


그 후 A는 B 임원 휘하 팀의 팀원으로 다시 들어갔다. 여전히 B 임원은 총애하고 중요한 일을 맡겼다.


하지만,


실패한 팀장

팀원들과 잘 지내지 못하고 트러블 일으키는 팀장

객관적인 다면평가와 임원의 팀장 평가에서 낙제점을 받은 팀장이라는,


멍에는 인사 기록에 계속 유지되었고, 한때 본인이 멸시했던 사람들의 멸시를 자신이 반대로 받아야 했다.


‘잘 나갈 때 잘난 척만 하고 챙겨주는 것도 없더니 저 꼴 좀 봐. 그런 꼴 당해도 싸다 싸. 그만두지 않고 용케 버티는 게 신기하네. 어디 다른 데 갈 데도 없나 봐.’


아무도 대놓고 말하진 않지만 (지나가며 흘리는 말로 욕을 하긴 한다. 앞에서 비꼬거나) 온갖 욕과 비난 그리고 무시가 가득한 여러 사람의 눈빛을 받아야 한다.


그 점은 대단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티는 것.


나라면 못 버틸 것 같다.


하긴, 대출 빚과 당장의 생활비 문제.

그리고 안정적인 정규직에서 한순간의 실업자가 되어 다른 일을 찾아야 봐야 하는 비참함보다는 나아서 버티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내용이 길어질 것 같아, 여기까지 끊고,

2편으로 이어서 쓰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 드립니다. 한해 마무리 잘 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사진 출처 : autoplus 최진영 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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