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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상 Aug 28. 2024

오랜만에 꽂힌 곡

IL Mondo - Jimmy Fontana /OST About Time


https://youtu.be/mRtzn-VTfug?si=5onS-6gOtZNo5IHf

No, Stanotte amore non ho più pensato a te

아니오 내 사랑, 오늘 밤은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어요

Ho aperto gli occhi per guardare intorno a me

눈을 뜨고 주변을 둘러봤어요

E intorno a me girava il mondo come sempre

제 주변에 세상이 변함없이 돌고 있어요


Gira, il mondo gira nello spazio senza fine

끝 없는 우주에서 이 세상은 돌아가고 있어요

Con gli amori appena nati

막 피어난 사랑들과

Con gli amori già finiti

막 져버린 사랑들과

Con la gioia e col dolore della gente come me

기쁨과 고통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들과 함께


Un mondo

세상이란

Soltanto adesso, io ti guardo

이제야 비로소 나는 당신을 바라봐요

Nel tuo silenzio io mi perdo

당신의 침목 속에서 나는 길을 잃어요

E sono niente accanto a te

그리고 당신 옆에서는 난 아무것도 아닌 것 같아요


Il mondo

세상은

Non si é fermato mai un momento

단 한 순간도 멈춘 적이 없어요

La notte insegue sempre il giorno

밤은 항상 낮을 뒤쫓고

Ed il giorno verrà

그리고 낮이 올 거예요




광고를 보다 울컥해서 눈물이 날 뻔 했습니다.


드라마보다 울어도 나이 많은 아저씨가 꼴값 한다, 여성 호르몬이 많아졌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데요.


마지막 무대를 마친 발레리나와 그의 사랑이자 지지자가 되어주는 남자가 함께 춤을 추는 장면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케팅은 필요성을 스스로 느끼게 하되, 감정을 느끼는 것이 그 정점이라 했습니다. 안타까워서 제 손으로 지갑을 열고, 감동해서 또 열고. 그냥 날 가져요 엉엉.


아마 어렸을 때였다면 마침 차도 10년 가까이 타서, 이제 차 바꿀 때도 되었으니 저 차를 샀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음악을 차 안에서 내가 사랑하는 여자와 같이 듣고 함께 삶을 나눴겠지요.


영화나 드라마 같은 광고의 주인공이 된 듯한 기분을 느낄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코로나 이후로 닫혀버린 제 지갑은 다행히도 이 노래를 몇 번을 반복해도 열리지 않습니다. 그냥 노래만 좋았습니다. 바쁘게 일하고 다른 기회들도 챙기며 친목 모임은 잘 하지 않다 보니 어떤 때는 한 달에 카드값이 7만 원이 나오질 않나, 연말 정산 때 보니 연 소득 기준 반은 커녕, 1/5도 쓰지 않아서 놀라기도 할 정도였지요.


그저 새로운 음악과 함께 오래 탄 차와 옛 추억을 느끼며 앞으로 몇 년을 더 타지 않을까 싶습니다. 요즘 차는 엔진 오일 잘 갈고 기본적인 관리만 잘해주면 20만 킬로 이상, 20년 타도 멀쩡해요 라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하는 친한 후배의 말이 저에게는 더 이성적으로 설득력이 있습니다. 물론, 새 차를 살 때 써야 할 돈 부담과 제 주머니 사정이 더 큰 이유긴 하지만요. 할부나 빚은 흙수저 시절 빚 보증의 여파로 더 싫어하구요.


그럼에도 이 광고는 보기 싫던 광고와는 달리 오래도록 기억될 것 같습니다.


우리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이냐구요?


언젠가 해외에 혼자 출장을 가서 꽤 오랫동안 현지의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의를 해서 일을 마무리 지어야 할 때가 있었습니다. 무척 부담되었고 외로웠지요. 돈 아낀다고 다른 출장자들을 빼고 저 혼자 가서 다 해결하라고 보낸 회사가 야속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어떡합니까? 까라면 까야지. 월급 주고 밥 주고 먹여 살려주는 회사가 믿고 혼자 가서 처리하라고 해주니 열심히 할 수 밖에요.


그렇게 낮엔 치열하게 협의하고 조정하고, 밤엔 본사에 보고하고 지침 받아서 다음 날 회의에 반영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아침에 조식을 먹으면서도 그날 할 말들과 check 해야 할 부분들을 확인했습니다. 오전 미팅이 끝나고 참석자들과 점심을 먹으며 유한 분위기에서 개인적인 이야기도 해서 친분을 높여 일이 잘 풀리도록 노력했습니다.


다행히 일이 잘 마무리되어 계약 서류에 참석자들이 모두 확인 사인을 하고, 해당 내용을 e-mail로 회의 결과라고 뿌려주었습니다. 수고했다, 다음에 보자, 잘해보자 하며 악수하고 헤어졌습니다.


하지만, 저에겐 그 순간이 끝이 아니었지요. 로펌 사무실이었는데, 여기 내가 좀도 써도 되느냐고 양해를 구한 뒤, 송부 받은 사인된 서류 file과 함께 내용을 정리하여 본사로 송부했습니다. 호텔로 가서 쉬고 머리를 식힌 뒤 해도 되지만, 가능하면 앉은 자리에서 정리하고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잘 기억이 나기 때문에 그렇게 했지요.


그렇게 본사 보고 메일을 최종 확인하고 송부하고 나니 이제 다 끝났구나. 나중에 호텔에서 쉬다가 전화로 설명만 해드리면 되는구나 하니 긴장이 탁 풀리고, 전신에 힘이 없어졌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그런 상태가 된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공허한 마음도 동시에 들었습니다. 열심히 준비해서 잘 협의하고 결과도 좋았는데, 그 일이 저와 안 맞아서 그랬는지, 제 개인 사업이 아니라 회사 일이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일하며 배우고 좋은 경험 했으니 감사했고, 이렇게 열심히 해서 회사에 기여도 했으니 보람되었지만, 정말 몰입해서 긴장해서 어떤 것을 끝내고 나면 허무한 감정이 찾아들곤 합니다. burn out 인지 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당시 여자 친구에게 카톡을 보냈습니다.


“자고 있지? 일 잘 마치고 내일 복귀해. 보고 싶다.”


카톡을 보내고도 한참을 멍하니 그렇게 앉아있다 비로소 회의실에 있는 차를 한잔 마시니 정신이 조금 돌아왔습니다.


‘이제 정리하고 가야 하는데, 아 만사 다 귀찮다.

그냥 대충 다 때려 넣고 호텔 가서 정리하자.

아니야, 여기서 버릴 건 버리고 정리할 건 정리해서 가야 해.‘

하며 뭉기적 거리고 있었지요.

다른 때 같으면 그냥 하면 되는데, 어떤 일이 마무리되고 힘이 쭈욱 빠질 땐 그렇게 머릿 속 생각만 있고, 정작 몸은 움직이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한국은 아직 아침이 되기 전 새벽 시간인데, 여자 친구의 연락이 왔습니다.


“고생했어요. 나도 오래 못 봤더니 보고 싶어요. 조심해서 돌아와서 우리 자주 가던 밥집 가자. 오빠가 좋아하는.”


바로 전화를 걸어,

안 잤어?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잠시 하는데, 별 것 아닌 이야기였는데도 마음이 평온해지고 허무함이 사라지고 있다는 걸 느꼈습니다.


건조해진 땅에, 한 줄기 물이 부어지는 느낌이랄까요. 이래서 사랑 없는 인생은 진정한 인생이 아니라고 한걸지도 모르겠습니다.


할 일도 많고 본사에 전화하고 나면 지쳐서 연락도 잘 못했는데 그걸 다 이해해 주고, 바쁜 것 같더라며 고생했어, 오빠니까 어려운 일인데 혼자 가서 잘 해냈지 하는 따뜻한 말에 울컥하기도 했구요.


복귀해서 반가운 얼굴로 오랜만에 만나, 함께 밥 먹으면서 상추 쌈을 서로에게 넣어주는 생각만 해도 너무 좋았지요.

그래봐야 몇 주였지만, 그 시간이 왜 그렇게 길게 느껴졌는지 모를 일입니다.


비단 이런 경험 뿐만 아니라, 야근을 하든, 뭔가 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마음이 너무 휑하고 집에 가기 싫을 때가 있으셨을 겁니다.


그럴 때 좋아하는 사람과 연락을 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며,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감정을 나누면 따뜻한 밥 마냥, 마음이 따스해지지요.


그런 게 사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 이 광고와 1965년이라는 제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노래에 공감을 한 것 같구요. 좋은 일이 있을 때, 힘들 때, 혹은 그냥 공허하고 외로울 때 생각나고 함께 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Con la gioia e col dolore della gente come me

Un mondo

Soltanto adesso, io ti guardo


이 노래에서 담담한 첫 소절보다,

감정이 고조되고, ‘오 이 세상’ 이라며 외치고,

아름다운 사랑의 절정을 말하는 이 부분을 좋아합니다.


스페인어는 남미에서 주재원 생활을 해서 조금 아는데, 비슷하다고 하는 이탈리아어는 잘 모르지만, 이렇게 음악과 감정은 언어가 달라도 마음에 다가옵니다.


mondo가 이태리어가 영어로는 world 겠지요.

에스파뇰로는 mundo 입니다. 거의 비슷하지요.

제가 좋아하던 wine shop 이름이 mundo del vino 여서 기억에 남습니다. (vino가 영어로 wine 입니다.)


Ed il giorno verrà


이 마지막 가사 이후, ‘라라라 라라라’를 부르며 이어가는 아름다운 선율도 좋아합니다.


제가 좋아하는 가수 박효신이 ‘야생화’ 라는 곡에서 고음의 절정을 찍고, 마지막 가사


메말라가는 땅 위에 온몸이 타 들어가고
내 손끝에 남은 너의 향기 흩어져

날아가

멀어져 가는 너의 손을 붙잡지 못해 아프다
살아갈 만큼만 미워했던 만큼만
먼 훗날 너를 데려다 줄
그 봄이 오면 그날에 나 피우리라


‘피우리라’ 이후 이어지는 ‘라라라 라라라’가 생각날 정도로 좋았습니다.


앞서 말씀 드린 그녀와 복귀해서 밥을 먹고 노래방을 가곤 했는데, 이 야생화라는 노래도 그녀가 가르쳐주고 불러달라고 했지요.


고음 부분도 좋아했지만, ‘피우리라’ 이후의 ‘라라라 라라라’를 부르면, 감정의 절정 후 정돈하는 듯한 포근함이 좋다고 했던 기억이 떠오르네요.


좋은 노래는 이렇게 행복한 추억을 돋게 합니다.

누군가의 말처럼 추억은 사랑을 닮아 있네요.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65




광고 음악으로 지금까지 아래 글에서 소개한, my favorite things가 가장 마음을 흔들었는데, 이번에 바뀔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감동적인 설렘.

다른 것을 바꾸기는 어려우니 이번 참에 IL Mondo로 갈아타볼까 합니다. 한동안 계속 듣게 될 것 같네요 ^^


아름다운 시간 되셨으면 합니다~


https://brunch.co.kr/@6dad664f134d4c4/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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