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의 함정
회사에서 리더십 역량이 높다고 인정받던 A팀장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팀을 맡자마자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3개월 만에 퇴사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걸까?
이런 일은 우리 주변에서 자주 벌어진다. 검증된 리더가 새로운 팀을 맡으면서 기대가 높아진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 팀원들은 불만을 터뜨리고, 상사는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 시작한다. 결국 그 리더는 실패자라는 낙인을 받게 된다.
여러분도 비슷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분명 능력 있는 팀장인데 팀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상황 말이다.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그 이유를 살펴보면 문제는 리더십이 아니라 팀 자체에 있는 경우가 많다.
뛰어난 리더의 좌절
A팀장은 중견그룹과 대기업을 거치며 수년간 팀장을 해온 경험이 있다. 몇몇 팀원들과는 평생 잊지 못할 성과를 내기도 했고, 회사에서도 인정을 받았던 리더였다.
S스타트업으로 이직할 때도 나름대로 철저히 준비했다. 사무실을 미리 방문해서 환경을 파악하고, 함께 일할 팀원들도 소개받았다. 추천해 준 임원분에게 현재 업무 상황도 자세히 들었고, 입사 후 팀을 어떻게 운영할지 계획도 세워놓았다.
하지만 현실은 예상과 달랐다.
첫 출근부터 예상치 못한 일들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채용 인터뷰가 거의 매일 있었고, 52시간 근무제 대응을 위한 시스템 개발이 급하게 진행되어야 했다. 게다가 인사 이슈로 고용노동부로부터 결과가 나온 시정명령까지 처리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수당 지급과 관련된 직원들의 문의가 빗발치면서 2주일을 골방에 틀어 박혀 전화기에서 떨어질 수 없었다.
그런데 A팀장을 정말 지치게 만든 것은 업무의 양이 아니었다. 바로 사람과의 관계였다.
팀워크 부재의 결과
개별 면담만으로는 팀워크를 만들어가기 어려웠다. 워크샵을 통해 서로를 더 알아가고 목표를 공유할 계획이었지만, 급한 업무를 핑계로 계속 미루다가 결국 건너뛰게 되었다.
그러면서 조금씩 균열이 시작되었다.
팀원 중 몇 명은 다른 일을 하거나 공부를 더 하겠다며 그만두겠다고 했다. A팀장은 어쩔 수 없이 임금을 올려주며 붙잡아야 했다. CEO와 각별한 관계가 있는 원년 멤버들은 기존에 대표에게 직접 보고하던 방식에서 시어머니 같은 중간 관리자가 생긴 것을 노골적으로 불만스러워했다. 기획 회의 참여도 거부하더니, 결국 "더 이상 같이 일할 수 없다"라며 휴직을 신청했다.
CEO는 이런 상황에서 말했다. "가족 중에 바보가 있다고 버릴 수는 없잖아."
그 순간 A팀장은 모든 의욕을 잃었다. 입사 전 그렇게 좋은 말만 해주던 B임원도 이제는 나 몰라라 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사직서를 쓸 수밖에 없었다.
50년간 변하지 않은 현실
1977년 팀제가 국내에 처음 도입됐다. 거의 50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팀으로 일하는 것을 어려워하고 있다.
이유를 생각해 보면 어렵지 않다. 당장 처리할 일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팀원끼리 서로를 알아가고, 함께 일할 분위기를 만들고, 업무 규칙과 프로세스를 정립해 나갈 시간이 부족하다.
하지만 이런 기본적인 작업들을 건너뛰면 그 팀은 언제든 흔들릴 수 있는 불안한 상태가 된다.
필자 역시 그런 경험을 했다. 리더 역할에 대한 자신감이 있었지만 팀 문화를 만드는 과정을 소홀히 했다가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업무가 급하다는 이유로 팀워크 구축을 미뤘던 것이 결국 더 큰 문제를 만들었던 것이다.
팀이 모든 것을 바꾼다
리더십은 분명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리더십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아무리 뛰어난 리더라도 팀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내기 어렵다. 반대로 리더십이 부족하더라도 팀이 잘 구성되어 있으면 놀라운 성과를 낼 수 있다.
핵심은 이것이다. 문제의 원인을 리더십에서만 찾지 말고, 팀 자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리더십이 아니라 팀이다.
이제 리더십에만 의존하는 방식에서 벗어나보자. 팀을 제대로 만들어가는 것이 여러분과 조직을 성공으로 이끄는 더 확실한 열쇠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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