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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Aug 13. 2024

프랑스인을 위한 한식대첩

새우 육젓, 이거 쁘띠 새우 아니라고요...


나는 남프랑스에서 4개월을 꽉 채웠고, 남편은 이제 7개월에 접어들고 있다. 그 사이 남편은 꽤나 돈독한 직장동료이자 친구들을 만들었고, 그들은 나에게도 유일한 친구들이 되었다.


그렇게 나와 남편은 동료들을 초대해 총 8인의 식사자리를 준비하게 되었다. 남프랑스만 특이한 것인지, 혹은 남편의 동료들이 특이한 것인지 서로의 집에 동료나 친구들을 초대해서 식사하고 시간을 보내는 것에 굉장히 열려 있다. 우리도 이미 남편 동료들의 집으로 몇 번이나 초대를 받아 다녀왔기에, 이번 초대는 더욱 신경 써서 준비하고 싶었다. 어쩌면 그들의 입장에선 생전 처음 '한국인의 집'에 초대된 것이기 때문이다.




프랑스인을 위한 메뉴 선정

남편과 나는 초대 한 달 전부터 수도 없이 메뉴를 바꿔가며 고민했다. 우리 입장에선 맛있지만, 그들에게 너무 맵거나 향이 강하지 않아야 하고, 한식에 대한 기본 이해도 없는 사람들이기에 설명하기도 기억하기도 쉬웠으면 했다.  한국에서부터 챙겨 온 소주 3종을 소개해주고, 소맥과 술게임도 소개하기로 했다. 남편은 외국인과 같이 할 수 있는 '원초적' 술게임을 미리 결정해 놓았다.


또, '리얼 코리안 스타일'이라고 몇 번이고 강조했던 것처럼 식전주-애피타이저-메인요리-디저트를 나누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남편과 고심 끝에 최종적으로는 메인요리 전 가볍게 첫 식사를 시작할 애피타이저 시간은 가지기로 결정했다.


그렇게 최종 결정된 한식대첩 메뉴

1. 호박야채 전

2. 보쌈 + 육젓(새우젓)

3. 삼겹살 구이

4. 닭갈비

5. 야채비빔밥

6. 보쌈김치, 겉절이, 고추장아찌


디저트는 초대룰에 따라 손님들이 준비해 오는 것을 먹기로 했다.



장장 5시간을 준비한 식사

점심을 먹자마자 사부작사부작 요리를 시작했다. 동료 와이프가 먹고 싶다고 주문한 '비빔밥'부터 시작했다.

당근, 시금치, 버섯, 양파, 애호박을 채 썰고 볶았다. 5색 야채를 준비하는데 벌써부터 완성된 비빔밥 모습이 그려지면서 기분이 좋았다.


야채 전도 미리 초벌구이를 해놓고, 닭다리살을 발라 감자, 당근, 양배추를 듬뿍 넣어 닭갈비도 볶기 전 상태로 준비해 놓았다.



한국에서 챙겨 온 쌍화탕을 넣고 푹 끓인 보쌈, 달달하게 무친 보쌈김치를 준비하고, 쌈장을 덜어 참기름도 쪼르르 뿌려주고, 새콤달콤한 양파초절임도 만들었다. 그리고, 남편이 꼭 소개해주고 싶다고 강조한 귀한 '육젓'까지 잘 담아냈다.




마지막으로 손님들이 오기 전, 테이블을 정리하고 집 안에 있는 온갖 의자를 끌어모았다. 테이블에는 식전주를 위한 캐슈너트과 올리브를 담아놓고, 로제와인을 얼음물에 담가놓았다. 나름 프랑스인들을 위한 우리의 첫 '식전주' 세팅이었다.






귀해서 못 먹는 새우젓, 육젓을 소개하다


제대로 된 한식을 처음 먹어보는 그들은 메뉴가 하나하나 등장할 때마다 사진을 찍고, 어떻게 먹는지 설명을 요청해 왔다. 특히, 쌈장과 육젓(새우젓)에 대한 설명에 완전히 매료되었다!


한국의 발효된 장류에 대한 궁금증이 굉장히 컸다! 고추장, 쌈장, 된장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 건 너무 어려운 일이었기에, 메주를 검색해 보여주고 '발효'된 소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남편의 최애 '육젓'은 그들에게 '매우 매우 작은 새우'를 먹는다는 신선한 경험을 선사했다.

가을에 잡히는 추젓, 6월에 큰 새우를 잡아 만드는 귀한 육젓에 대해 설명하니, 이 새우가 새우젓갈 중에선 가장 큰 새우라는 것에 놀라며 다 같이 폭소했다. 본인들이 먹어본 새우 중에 가장 작다며.....


한통에 5만 원이나 해서 매번 식사에 10마리 이내로 조금씩 덜어 맛만 보는 우리에게 '육젓 = 쁘띠 새우'라는 인식은 서운함과 분노를 느끼게 했다 ㅎㅎ


출처 : 위키피디아, 새우젓 설명글



새우나 오징어를 염장하여 숙성시켜 먹는 것도 신기하게 느꼈고, 비릿한 맛에 거부감을 느낄 거라 생각했던 '육젓'을 맛본 사람들은 모두 깊은 풍미가 느껴져서 고기와 굉장히 잘 어울린다고 감탄했다.





삼겹살 불판 구매대행 요청받다

판에 삼겹살을 굽기 시작하니, 불판에 대한 관심이 폭발했다.

돌인지 철인지, 왜 연기가 많이 나지 않는지, 기름이 어떻게 빠지는지 등등


한국에선 비슷한 불판을 집집마다 모두 가지고 있고, 3-4만 원 정도면 구입할 수 있다는 점에 모두 경악했다. 다음에 한국에 갔다 올 때 불판을 하나 사다 줄 수는 없냐는 요청까지 있었다 ㅎㅎ

아마 가마솥 삼겹살 구이를 보면 다들 기절할 것 같다..... (우리도 여기 부탄가스 한 캔에 4유로 하는 것 보고 기절할 뻔했다고 말해줬다^^)


각자 그릇을 놓고 메뉴 1개씩 먹는 습관이 있는 프랑스인들에게, 불판에 올려진 고기를 계속 가져다 먹는다는 것은 아주 어색한 행위였던 듯하다. 몇 번이나 편하게 가져다 먹으라고 얘기했지만, 다들 이미 쉐어용 그릇에 담겨 있는 음식들만 먹었다. 결국 남편은 고기를 두세 점씩 집어서 각자 접시에 놓아줬는데, 그랬더니 불판에 구운 고기가 금방 동이 났다.


배운 점 : 불판에 구우며 먹는 삼겹살은 3-4인 모임에 적합함





비주얼은 X이지만, 세상 맛있던 초코무스


요리를 설명하고, 어떻게 먹는지 시연하고, 다음 요리를 가져오는 것을 반복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났다. 한식을 처음 먹어보는데도 음식이 남지 않을 정도로 배 터지게 잘 먹어준 그들에게 참 감사했다. 확실히 남자들은 고기류, 여자들은 비빔밥이나 닭갈비를 좋아했다!


다 같이 삼삼오오 테이블을 정리하고 동료가 만들어온 초콜릿무스를 먹었다. 남편이 프랑스에 와서 초콜릿무스 맛을 알았다며 열변을 토한 것을 기억한 동료가 집에서 직접(!) 만들어 온 디저트. 비주얼은 다 같이 웃을 정도로 매우 별로였지만, 민트잎+견과류+진한 무스 = 천상의 맛이었다!


이때부터 남편과 나는 서로 껴안으며 '안심'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초대가 생각보다 원만히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고. 다들 즐겁고 좋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듯했다. 물론, 우리도!




[다음 편 예고]

그리고 우리는 한국 술과 술게임을 소개하는 타임으로 넘어갔는데.... 평균나이 85년생.....한국 술게임과 프랑스 술게임이 혼재되어, 새벽 3시까지 광란의 밤을 보냈는데....


프랑스 동료 20년 만에 숙취 오게 한 그날, To Be Contin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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