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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Aug 21. 2024

직장동료와의 풀파티가 이젠 익숙해

반전 : 남편의 직장동료의 부모님의 집에서...


프랑스에서의 삶이 크게 바꾸게 된 전환점이 무엇인지 생각해보면, 결국은 친목을 도모할 수 있는 프랑스인 친구가 생긴 것이었다.


회사에서 남편과 어울리는 동료 중, 유일하게 아이가 없고, 와이프도 나이가 비슷한 부부.

그들이 나의 프랑스 첫 친구이다. 우리는 같이 올림픽 성화도 보고, 맥주도 마시고, 배드민턴도 치고, 탁구도 친다. 퇴근 후, 진하게 운동을 즐기고 나면 수다를 떨다 10시가 되어버리기 일쑤. 결국 저녁도 간단히 먹고 헤어지게 된다.



그런 친구가 직장동료 가족들을 집으로 초대했다. 

우린 당연히 그 친구의 집인줄 알았으나, 아니었다.



부모님이 바캉스를 가셔서 집이 빈다고 한다. 하하.

우리의 모임장소는 남편의 직장동료의 처갓집이었다.



이렇게 신선한 장소에서 신선한 사람들과의 모임이라니. 

K장녀, 유교걸인 나는 상상해본적 없는 일이라 더 놀랍다. 





사실 그들의 부모님을 뵌게 처음이 아니다. 같이 탁구를 치고 저녁을 먹을 장소를 물색하던 중, 와이프와 장인장모가 주변 푸드트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며, 그쪽으로 합류했던 적이 있다. 부모님의 친구분들까지 대여섯명은 되는 프랑스인 어르신들이 그 자리에 있었다. 남편과 나는 어정쩡하게 '엉셩떼(반갑습니다)'를 읊어댔던 기억이 난다. 



뭐 어찌되었든 우리는 잘 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니, 이제 '부모님 댁'이라는 것은 잊기로 했다. 



역시나 프랑스식대로 식전주를 한잔씩 곁들이며, 바로 이틀 전 우리집에서 한식대첩으로 만났던 그 인원 그대로 일상적인 안부를 물었다. 한 부부가 아이들까지 데리고 와서 이야깃거리가 한층 풍부해졌다. 


슬슬 배가 고파지면 역시나 평소에는 몸이 무거운 남자들이 엉덩이를 일으켜 바베큐를 준비하러 간다. 우리를 위해 특별히 준비했다는 삼겹살까지 연기를 폴폴내며 구워지는 동안, 여자들과 아이들은 앉아서 이것저것 잡다한 이야기들을 이어간다. 왠지모르게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야외활동 모습이다. 



남편은 짜파게티를 꼭 먹여주고 싶다며, 집에서부터 부루스타와 냄비를 챙겨왔다. '블랙누들'이라고 소개하며, 열심히 조리해 바베큐에 곁들이니 다들 맛있게 잘 먹어줬다. 우리를 만나기 전에는 한국이나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도가 있던 사람들이 아닌지라, '짜장면'도 잘 모르는 것이 신기했다. 그래서 우리는 짜파게티를 그냥 중국식 소스를 개량한 한국의 인스턴트 라면이라고 소개할 수 밖에 없었다 ^^;;; 





배를 든든히 채우고 나니, 다같이 옷을 슬금슬금 갈아입기 시작한다. 수영장에 들어가보니 어느 호텔수영장보다 좋은 프라이빗 수영장이 따로 없다. 적당한 깊이의 수영장, 나무 그늘, 비치체어, 맥주가 들어가있는 냉장고까지. 와, 이런게 집에 있다니! 



이전에 한번 해봤다고, 수영복을 입고 남편의 직장동료 가족들과 노는게 딱히 어색하지 않았다. 다들 아무생각 없이 편히 놀고 있으니, 나조차 별거아닌 일로 느껴진다. 한국에서 직장동료들과 수영장에 갔다면, 몸을 이래저래 가리느라 정신이 없었을텐데 말이다. 



아이들을 껴서 비치발리볼 경기도 하고, 수영장 계단에 발을 헛디뎌 물을 먹는 모습을 보며 깔깔대며 웃기도 한다. 병맥주 한잔씩 들고 발만 담그고 있기도 하고, 비치체어에 누워 햇빛에 빠르게 몸을 말리기도 했다. 그렇게 햇살이 가장 뜨거울 시간을 물에서 시원하게 보내다보니, 이곳이 친구의 부모님 댁이라는 사실도 잊혀진다. 어쩜 나도 유럽사람들처럼 오픈마인드가 되어버린건가? 






햇볕에 잘 마른 수영복 위로 다시 옷을 걸치고, 뒷마당으로 이동한다. 프랑스의 국민놀이 '페땅끄'를 하기 위해서이다. 쇠공을 던져 중심에 가까운 공의 수만큼 득점을 하는 게임으로, 컬링과 비슷하다. 남프랑스에선 여기저기에서 페땅끄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집 안에 아예 페땅끄 존을 만들어 놓았다니! 


한두게임 하며 시간을 보내다보니,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시간이 되어갔다. 



아이들과 온 부부는 집으로 돌아가고, 우리도 집으로 가겠다는 말을 입 밖으로 꺼내려던 찰나, 호스트 부부가 점심에 남은 음식들을 같이 먹고 가자는 제안에 다시 의자에 눌러앉았다. 카드게임도 하고, 저녁도 먹으며 수다를 떨다보니 칠흙같은 어둠이 내려앉았고, 밤 11시가 넘어서야 우리는 몸을 일으켜 집으로 향했다. 



어두컴컴한 빌리지 환경에서 올려다본 별이 쏟아질 것 같은 하늘까지도 참 현실감없이 좋았다. 또렷하게 보이는 북두칠성과 별들. 우리 부부는 집으로 돌아오며, 또 한번 남프랑스에서의 생활에 적응해나가는 우리가 참 생경하게 느껴진다는 이야기를 했다. 




참내, 직장동료의 와이프의 부모님의 집에서 이렇게 놀아도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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