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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후이리엔 Aug 21. 2024

퇴근길 카풀하는 대표

도대체 왜?


마케팅 대행사의 야근은 일반적으로 퇴근시간을 예측할 수 없는 수준의 야근이다. 10시까지 꼭 끝내야지 싶다가도, 회의도 하고 피드백도 받다보면 자정을 넘어가기 일쑤이다. 최종컨펌을 위해서 대표나 본부장이 늦게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직원들이 많아지며 없어진 일이긴 하지만, 한동안 대표님은 야근 후 몇몇 직원들을 집까지 태워다주곤 했다. 남여 직원 가릴 것 없이 불편한 관계의 상사는 아니었기에, 몇몇 직원들은 불편함 없이 대표님차를 타고 퇴근했다. 


물론 나에게도 일어나던 일이었는데, 난 왜 굳이 이런 곳에 시간과 힘을 들이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대표님댁은 사무실에서 차로 10분거리, 직원들 집에 들렀다 귀가하려면 최소 40분은 더 걸리는 여정이다. 



당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나는 나름대로 몇가지 이유를 찾아봤었다. 


1. 야근하는 직원들에게 미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일정부분 맞는 가설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어떤 직원들 입장에선 대표님차를 타고 집에가는 시간까지도 야근이었을 것이다. 만약 정말 이 이유였다면, 본인의 미안함을 해소하기 위해서 직원들을 한번 더 야근의 늪으로 빠트린 격이다. 


2. 야근택시비 지원보다 기름값이 더 싸서

작은 돈도 절약하는 성향에서 유추해본 가설이다. 하지만 굳이 그 돈을 아끼려고, 본인 몸의 피로감을 높인거라면 진짜 잘못된 선택이다. 너무 단순한 이유라서, 이 이유때문이라고 믿고싶지 않다. 


3. 집에 가기 싫어서, 운전이 좋아서

집에 가면 육아에 동참해야해서, 조금이라도 더 늦게 들어가려고? 에이, 이것도 너무 믿고싶지 않은 가설이다. 


지금 생각해도 2번, 3번은 어처구니가 없지만 당시에는 나름 진지하게 고민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몇번 대표님 차를 타고 퇴근해보니, 카풀의 이유를 너무 명확히 알아버렸다. 


'얘기를 나눌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정식 회의가 아닌, 혹은 정식 면담이 아닌 어떤 시간에 회사 혹은 직원들에 대한 사담을 나눌 시간말이다. 야근 후 퇴근길 1on1 미팅이었던 것이다. 



대표는 누군가 찾아와서 본인에게 보고를 하거나, 상담을 하는 경우가 아니면 회사에서 일어나는 세세한 상황들을 직접 파악하기가 힘들다. 혹은 알고 있더라도 쉽게 개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인력 리소스가 중요한 회사에서 이러한 기류를 파악하고, 여러 사람에게 진실된 의견을 듣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또 정식으로 면담하는 자리에서는 차마 하기 힘든 얘기들도 도란도란 스몰토크를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의견을 내기 한결 쉬워진다. 특히나 대표님은 스몰토크에 능했기에, 야근 후 퇴근하는 직원을 집에 바래다주는 시간을 이용했던 것 같다. 회사에 대한 의견도 들어보고, 직원들이 생각하는 솔루션도 들으려 했다. 



지금 돌아보니 나름 대표님의 노력이었다. 아마도 야근하는 직원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겠지 싶다.

하지만 몇몇의 직원에게 퇴근길 카풀을 제안하는 방식이 아닌, 정식으로 정기 1on1 미팅으로 만들어버렸다면 훨씬 좋았을 것을, 아쉽다. 1on1 미팅을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피드백하는 자리로 만들어가는 것 또한 경영진의 능력이기에...




다 필요없고....

결론 = 퇴근길에도 대표와 대화하는건 직원한테는 그냥 '야근'이다.






이미지 출처 : MBC,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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