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 와서 가장 적응되지 않았던 것들을 뽑자면, 쿠팡 로켓배송이 없다는 점, 24시간 편의점이 없다는 것과 일요일엔 문 여는 곳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프랑스 생활 중, 절대로 깜박하면 안되는 요일은 무조건 '일요일'이다. 아니, 어쩌면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일요일은 꼭 유념하고 있어야 하는 날이다. 일요일엔 거의 모든 대형마트와 쇼핑몰이 문을 닫는다. 식당, 빵집, 과일가게들도 물론이다. 7일 내내 영업한다는 것이 식당이나 아울렛의 홍보 포인트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일요일 휴무가 얼마나 당연시 여겨지는지 알수 있다.
우리가 아직도 꽤나 자주 내뱉는 말이 있다.
"아, 오늘 일요일이었지!"
일요일은 다음주 일주일치의 먹거리를 준비하고, 주말의 마무리를 위해 편하게 외식을 하는 일상을 살아온 우리이다. 일요일이 되면 굳게 문을 걸어 잠근 상점들로 휑한 거리를 보면 아직도 적응이되지 않는다. 금요일이나 토요일에 장 보는 것을 깜박한다면, 일요일에 먹을 것이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일이 발생할수도 있다.
처음 한두달 정도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일주일에 주말은 이틀뿐인데, 주말은 자영업자에게는 피크타임인데, 어떻게 식당이나 관광상점이 문을 닫을 수 있는건지 말이다. 특히, 온라인 장보기 습관이 거의 없는 나라에서 대형마트가 주말 중 하루를 쉰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가전제품 매장, 운동용품 매장, 원예용품점, 심지어는 아울렛도 일요일에 쉬기도 한다. 아울렛이 일요일에 쉰다니, 이런 배부른 장사를 봤나!
일요일의 휴양지, 왠지 사장님들이 꽤나 있었을 듯...
이들이 일요일에 꼭 쉬어야 한다는 것은 '휴식의 날'을 지킨다는 의미가 강하다고 한다. 개인의 휴식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은 '일요일 하루'는 꼭 나에게 필요한 휴식을 취하겠다는 의지일 것이다. 또 프랑스도 오랫동안 소상공인 보호를 위해 대형마트나 큰 유통업종에 대해 일요일 영업을 제한하는 법이 유지되었다고도 한다. 관광상권이나 도시환경에 따라서는 규제가 풀린 곳도 많다고 하니, 아마도 전국적인 법은 아니거나 현재는 많이 완화된 것일수도 있겠다.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가 많은 것도 일요일 휴무 문화 형성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다.
이런 다양한 이유로 만들어진 문화는 이미 이들 생활에 아주 깊숙히 박혀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요일에 마트나 식당이 문을 열지 않는 것에 크게 불만이 없는 듯 보여진다. 오히려 일요일에 무언가 상업적 활동을 한다는 것이 이상하게 보고 있을수도 있다. 어이쿠, 저 사장님 꽤나 열심히 산다고 생각하거나... 혹은 저 사람들 참 불쌍하군! 이라는 생각 말이다...
어떻게든 일요일을 지켜내고 있는 프랑스 사람들. 이들은 여유시간에 가족들 혹은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거나, 레저활동을 즐기는 등 취미가 굉장히 다양하다. 결국, 남들이 쉴때 같이 쉬어야 더 즐길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로 사회적으로 합의된 '쉬는 날'을 정말 잘 지켜내고 있는 듯 하다.
물론, 이런 프랑스도 일요일에 영업을 하는 곳이 점점 더 많아지는 추세인 것 같긴하다. 아직 절대적으로 문을 닫는 곳이 많지만, 일요일에 영업하고 월/화요일에 쉬는 가게들이 종종 보인다. 막 오픈한 카페나 식당은 더더욱 일요일에 갈 곳 없이 떠도는 손님들을 '흡수'하고자 꾸준히 영업을 하기도 한다. 나름의 아주 부지런한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우리 입장에선 감사할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