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속도는 얼마쯤일까
전부 다 모두 다 빠르게 가네
같이 가자
같이 가자
어디를 가는지도 모른 채 달려간다
앞뒤 옆을 봐도 모두 달리고 있다
같이 가자
같이 가자
데려가줘 / 기프트 노래 가사 중에서
밴드 기프트의 노래 중 '데려가줘'라는 곡이 있다. 기프트 멤버인 이주혁의 콘서트에서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들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자기 길을 찾아갈 무렵쯤 이주혁은 이 곡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 노래에서는 덩그러니 남겨진 마음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같이 가자'라고 하는 말이 이렇게 슬플 일인가. ‘가지 마라’고 하는 말이 이렇게 애잔할 일인가.
우리가 모두 다르다는 것을 우리는 안다. 모두 다르기에 다른 삶을 사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회가 요구하는 일정한 틀에서 벗어났다고 느낄 때 불안함을 느낀다. 다들 자신의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데 나만 그러지 못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의 비참함과 조급함, 비단 나만 느끼는 감정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타인도 나와 비슷한 기분을 겪지 않았을 리 없다. 그렇지만 이 세상 유일한 존재인 나는 내 감정이 전부가 된다. 타인의 감정은 언제나 그렇듯 짐작될 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지금 이 순간처럼 얼굴 없이 만나는 날도 있다. 마음은 그렇게 마음끼리 만난다.
이 글은 나를 어디로 데려가 줄까. 앞뒤 옆을 봐도 모두 나보다 나은 삶처럼 보인다. 나는 전업주부로 살면서도 징징거리는데 어떤 이들은 일과 육아를 다 멋지게 해낸다. 집도, 차도, 마음도 내가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저 멀리 있는 인생을 만날 때마다 나는 난감해지는 마음을 동그랗게 뭉쳐 손바닥 안에 숨긴다. 이 정도 나이면 인생의 어디쯤 와있을 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거저 내게 주는 건 없었다. 스스로 찾지 않으면 내 손에 아무것도 쥐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 안다.
너무 느린 속도로 가고 있어서 그런지 내 앞의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희미해져 가는 뒷모습도 아니다. 그들은 다른 길로 가버린 것만 같다. 나를 데려가 달라고, 노래 기사를 마음속으로 흥얼거려 본다. 우리는 모두 흔들리며 앞으로 나아간다. 단 한 번의 불안도 없이, 실패도 없이, 걱정도 없이 원하는 것을 해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는 것을 알면서 홀로 남겨진 마음을 다독이는 것은 언제나 스스로의 몫이기에 우리는 불안을 노래하며 그 시간을 견딘다.
불안한 마음이 나를 툭 건드릴 때마다 나는 그것을 자세히 들여다본다. 그 불안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떤 냄새가 나는지, 어떤 감정과 이어져 자신의 모습을 감추는지, 그런 것들을 관찰한다. 밴드 기프트가 '데려가줘'를 연주하며 불안과 좌절을 그린 것처럼 나는 글을 쓰며 그 모습을 그린다.
나의 불안을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데려가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