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로 통하는 고전서평

#16. 검은 고양이 - 애드거 앨런 포

by 모색

1. 한줄 서평

"내 안에 도사린 검은 짐승을 마주할 용기"



2. 작품 소개 및 배경

『검은 고양이』는 에드거 앨런 포가 1843년 발표한 대표 고딕 심리소설로, 인간의 내면에 감춰진 광기‧욕망‧죄의식 그리고 자기파멸의 과정을 섬뜩하게 그립니다.
포의 삶처럼 비극적인 이야기는 1인칭 화자의 고백체로 전개되며, 일상적 사랑과 평온함의 붕괴를 따라 고통, 분노, 공포, 비극이 소용돌이

치듯 이어집니다.
포는 자신을 죽을 때까지 괴롭힌 알코올 중독, 양심, 심리적 현기증, 합리화의 변명, 그리고 그 끝에 기다리는 불가피한 파멸에 이르기까지 깊고 집요하게 인간의 심연을 파헤쳐 이 작품에 여실히 보여주고 있습니다.

3. 줄거리

이야기는 한 남자가 자신의 죄를 고백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자신이 아마도 미쳤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주인공 ‘나’는 처음에는 동물을 사랑하는 온화한 성격이으로, 역시 동물을 좋아하는 부인과 결혼 하여 여러 애완동물과 함께 행복한 평화를 누리지만, 점점 알코올 중독에 빠져 성격이 폭력적으로 변해갑니다.
주인공은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검은 고양이 플루토에게도 점차 성질을 내게 되고, 결국 술에 취한 어느 밤 고양이가 자신의 심기를 거슬렀다는 이유로 한쪽 눈을 흉기로 실명시키고 맙니다. 이후로 다친 눈으로 자신을 멀리하는 듯한 플루토의 모습에 죄책감에 시달리는 것도 잠시, 점점 알코올에 의지해 자신을 통제할 수 없게 된 ‘나’는 결국 플루토를 목매달아 죽이고 맙니다.
이후 알수 없는 이유로 집이 화재로 전소되고, 벽에 플루토가 매달린 듯한 형상이 남아있는 광경이 온 마을 사람들의 소문거리가 되기도 합니다. 화재 이후 주인공은 더욱더 술에 빠져 살다가 자신을 따라다니는 또 다른 큰 검은 고양이를 발견합니다. 플루토와 똑같이 눈이 하나뿐이고 생긴것도 비슷한, 가슴에는 흰 반점이 있는 이 고양이는 집과 어디서든 끝까지 화자를 따라다닙니다.
처음에는 플루토에 대한 미안함과 고양이에 대한 애정으로 잘 돌봐주지만 고양이의 흰 반점이 점점 자라나 플루토를 매달았던 줄 모양으로 자라남에 따라 곧 고양이에 대한 혐오와 죄책감, 공포가 뒤섞이며 주인공의 정신은 서서히 붕괴되어 갑니다. 어느 날 지하실에서 고양이에 걸려 넘어질 뻔한 주인공은 고양이를 죽이려다 이를 막는 아내와 싸우게 되고, 우발적으로 그녀를 도끼로 내리쳐 살해하고 맙니다. 주인공은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그녀의 시신을 집 벽장 속에 감추고, 일상으로 돌아가려 애씁니다. 며칠 뒤 경찰이 집을 수색하지만, 주인공은 당황하지 않고 시종일관 침착하게 굴고, 증거는 전혀 나오지 않게 됩니다. 조사 마지막 순간, 지하실까지 둘러보고 증거를 찾지못한 경찰들이 돌아가려 하자 주인공은 자기 과시욕에 못이겨 경찰 앞에서 벽을 두드리며 집을 자랑합니다.
그 순간, 벽 속에서 실로 '지옥에서 온 듯한, 으르렁거리는, 인간의 것이 아닌 섬뜩한 비명'이 들려옵니다. 경찰들은 벽을 뜯어내고, 안에서 살해당한 아내의 시신과 함께 한때 죽였던 플루토와 똑같은 검은 고양이가 울부짖고 있는 모습을 발견하며 이야기는 끝납니다.

4. 명대사

- “술은 나를 점점 괴물로 만들었다. 나는 내가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게 되었다”
- “죄책감은 나를 압도했고, 결국 나의 죄는 스스로 나를 배신하게 만들었다”
- "떨쳐버릴 수 없는 악몽의 현신인 그 존재의 엄청난 무게가 내 심장을 영원히 압박하고 있었다"
- “시체의 머리 위에는 붉은 입을 활짝 벌리고 이글거리는 외눈을 한 그 가증스러운 짐승이 앉아있었다. ”

5. 작품 해설

『검은 고양이』의 공포는 악마가 인간에거 주었다고 전해지는 "술"이라는 “악마의 도구”에 빠져, 그 누구보다 자신을 사랑해주고 무조건적으로 믿어주던 존재(아내, 플루토)까지 스스로 파괴하는 인간의 내면에 존재하는 본성에 있습니다.

처음 주인공은 약하고 신앙적인 성향에, 나에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보내오는 동물과 아내에게 온유한 사람이었으나 알코올에 손을 대면서 이유 없는 격분과 폭력, 쾌락과 분노에 휘둘려 ‘무조건적인 사랑’을 처참히 배신하게 됩니다.
술에 의해 주인공이 타락하는 순간부터, 마녀의 이미지로서 불길함의 징조로 보여지는 검은 고양이는 주인공이 만들어 낸 죄책감 또는 악의 형상이라고 보여집니다.
불타버린 집 벽에 남은 고양이의 형상, 그리고 “플루토의 후임”인 고양이의 목에 점점 커져 결국엔 밧줄로 변하는 흰 반점까지—이 모든 것이 주인공의 죄책감과 자책, 악한 양심이 실체를 가진 것처럼 그를 조여옵니다.
두 번째 고양이가 한쪽 눈만으로 주인공을 응시하는 장면은 “양심과 죄”가 내면에서 스스로를 감시하는 심리(자기고발)를 극적으로 상징하고 있습니다.

마녀처럼 보이는, 악의 화신과 같은 외눈의 고양이가 두 눈을 가진 주인공(이성, 인간성) 앞에서 죄의식과 악의 진실 전체를 “재판관”처럼 폭로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결국 검은 고양이는 마녀의 사자도, 불길한 징조도 아니라 내면의 악을 견디지 못한 인간이 스스로 저지를 수밖에 없는 죄의 거울이었습니다.
미신과 마녀, 불운, “검은 고양이는 나쁜 징조”라는 외부의 공포는, 결국 자기 안의 죄책감과 쾌락에 취한 악이 강렬하게 폭발해 아내까지 죽이게 하고, 결말의 파멸로 이끌게 됩니다.
포는 “진짜 악, 그리고 공포는 인간 내부에서 피어난다”는 진실을 이 상징적 이야기를 빌려 끝까지, 그리고 집착적으로 보여줍니다.
죄란 숨긴다고 사라지지 않으며, 인간은 끝내 스스로의 행위와 눈을 마주치고 만다는 냉혹한 사실을 말이죠.
『검은 고양이』는 악의 실체가 외부의 불길한 저주나 미신 따위가 아니라 인간 영혼 내부에서 자라나는 것임을 잔혹하고 공포스럽게 묘사합니다.

P.s.

처음 책을 읽었을 때는 검은 고양이의 불길한 이미지와 묘사 덕에 짧은 공포단편으로 남았었는데, 작가 포 본인이 술에 극도로 의존했으며 정신적으로 힘들었던 점을 고려할때 고양이를 죄의식으로 보는 관점도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결국 진정한 공포는 내면에 있는 악이라고 말하는 것은, 맘속에 도사리고 있는 악을 대면하고 두눈으로 그것을 바라보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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