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나열한 기준들이 직장을 선택하는 데 있어 외적인 필수조건이었다면, 아래는 충족되지 않아도 회사를 다닐만은 하지만 충족되어야 심적으로 편한 조건들이다.
5. 개인적 성장, 성취감
직장 생활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물론 돈을 버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성장이 없이 기계적으로 반복되는 업무만 하다 보면 “현타”가 오는 시점이 분명히 있다.
“나”라는 존재가 “인간”이 아닌 일하는 기계같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또한 기계적인 일은 나 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조금만 배우면 할 수 있기 때문에 전문성을 확보하기 어려워 취업시장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을 보유할 수 없다. 그렇게 되면 스스로가 “나”의 가치를 폄하하게 되면서 자존감도 떨어지게 된다.
일하면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면 그 일을 오래 하기 힘들다. 반대로 조금은 힘들더라도 그 일을 해냈을 때 성취감과 보람을 느낀다면, 일을 계속해나갈 수 있는 동기부여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회사를 다니면서 새로운 것을 배울 때 성취감을 느낀다. 내가 과거의 자신보다 한걸음 성장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배운다는 것은, 학교에서 책과 지도자의 강의로 공부하듯이 새로운 지식을 습득하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양한 현장에서의 대응 방법, 타 부서 또는 외부 업체와의 커뮤니케이션 스킬, 프로젝트의 진행 주도 및 연관부서와의 조율, 새로운 업무의 경험 등 한층 폭넓은 의미를 가진다.
연차가 쌓이다 보면 커리어 패스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실무를 수행하면서 다양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있겠지만, 본인이 원하는 커리어 패스에 도움이 되는 것이 먼저 생각해보고 그와 관련된 것을 배우는게 시간효율적이다.
물론 넓게 배우는 것도 좋다. 그만큼 다른 루트로의 방향 전환이 쉽기 때문이다. 깊이는 얕더라도 다양한 영역을 경험할지, 또는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좁은 영역이지만 깊게 배울지는 개인의 적성과 현실에 맞게 고민하고 선택할 필요가 있다.
6. 워라밸, 업무 강도
MZ세대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바로 워라밸이다. 워라밸은 “Work-Life Balance”의 줄임말로,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한다.
요즘 세대가 워라밸을 강조하는 이유는 “진정한 나”를 알아가고 느끼고 싶어서가 아닐까 생각한다. Work만 강조되는 삶은 사람을 지치게 만들고, 자신이 마치 “일하는 기계”, “노예”로 전락한 느낌이 들게 되기 때문이다.
업무 강도 또한 매우 중요하다.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세면 워라밸이 깨지게 되고 육체적, 심리적, 정신적으로 매우 힘들다. 하지만 반대로, 업무 강도가 너무 느슨해서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 없는 것 또한 심리적, 정신적으로 힘들다.
나는 첫 직장은 업무 강도가 너무 강해서 워라밸 따위를 생각해 볼 시간도 없는 곳이었다. 그 곳은 직원의 워라밸을 이해하지 못하는 회사였고, 워라밸을 원한다면 나가라는 식의 회사였다. 피로한 몸과 지친 정신으로 퇴사하게 되었다. (이보다 더 큰 이유가 있기는 했다.)
내 동생은 나보다 이직을 여러 번 했는데, 그 중 한 회사는 하는 일이 없어 매우 괴로웠다고 한다. 나는 그런 동생을 매우 부러워했지만, 동생은 오히려 월루(월급루팡, 일은 하지 않고 월급을 타가는 것을 말함)하는 것에 불안해했다. 월급은 따박따박 들어오지만 회사가 성장하지 않는 것이 눈에 보일 뿐 아니라, 개인적으로도 배우는 것이 하나 없고 시간만 허비하는 느낌이 든다는 것이다. 결국 동생은 6개월만에 그 회사도 박차고 나왔다.
적당한 스트레스는 사람을 활기차게 만들어준다. 때로는 단기간에 많은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도 있지만, 또 한편로는 여유있게 업무를 처리하고 잠깐 동료들과 수다 떨면서 한숨 돌릴 시간이 필요하다.
7. 복지
사내 복지도 나름대로 크고 중요한 선택의 기준이 된다. 특히 자녀가 있는 부모의 경우 더욱 그렇다. 대기업의 경우, 저금리 사내 대출, 가족 여행비 지원이나 자녀 학비 지원, 사내 어린이집 운영, 가족 의료비 지원 등 가족과 관련된 복지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가 복지를 우선순위의 가장 낮은 순위로 배정한 것은, 사내 복지가 딱히 없었어도 회사생활 하는 데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기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대기업 규모의 큰 복지를 누려보지 못했기 때문일 수 있다.)
내 첫 직장에서의 복지는 (이걸 복지라고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무료 아침 제공(선착순, 그것도 2018년 이후 폐지함)과 탕비실의 다양한 음료 및 시리얼, 과자 등 간식거리 제공, 야근 식대와 야근 택시비 지원이 전부였다. 인센티브나 보너스를 포함한 기타 복지는 일체 없었다. 심지어 대체휴일과 총선, 대선 날에도 출근을 하게 했다. (이런 회사가 꽤 많다는 것에 놀랐다.)
내가 대기업 수준의 복지를 경험해 본다면, 이 우선순위가 충분히 바뀔수도 있을 것 같다.
이렇게 열거한 7가지 조건 외에도, 직장의 인지도, 회사의 성장성, 직장의 위치와 통근 시간 및 통근 방법 등 따져볼 수 있는 조건은 이보다 더 다양할 것이다.
많은 조건들 중에서 내 경험에 비추어보고 또한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것들을 정리해보았다.
이 직장 선택의 기준이 이직을 고민하고 계시는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분들과 미래 직장인이 될 후배님들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