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 (1)

좋은 리더에 대하여 (1)

by 새싹


아직 만 29년밖에 살아보지 않은 나지만, 살아오면서 가장 큰 축복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래 몇 가지로 정리해볼 수 있을 것 같다.


화목한 가정 / 건강한 신체 / 좋은 주위 사람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가족 외 첫 사회적 관계를 갖는 또래 관계, 학교에서 만나는 스승, 커가면서 만나는 연인, 그리고 돈을 벌면서 만나는 상사와 동료! 이 모든 크고 작은 인간관계가 내 인생에 큰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좋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은 꽤나 어려운 일이다. 사람과 대화해보지 않고도 저 사람이 좋은 사람인지 나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능력이 있다면 인간관계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많이 줄어들 테지만, 슬프게도 나는 그런 통찰력을 지니고 있지 않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요 몇 년간, 회사와 팀이 몇 번 바뀌며 함께 일한 상사와 동료들도 바뀌었다. 이 글은 여러 사람과의 관계를 경험하면서 느낀, (지극히 주관적인) 내가 생각하는 좋은 리더에 대한 글이다.




1. 본인이 담당하고 있는 조직원에게 동기부여를 해준다.

중요한 건 이 일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맥락 없이 업무를 던져주는 상사가 있었다. 앞뒤 상황 설명은 전혀 없이 PPT 파일을 하나 던져주면서 그래프를 최신 데이터로 업데이트하라고 시켰다. 전월 실적 분석에 대한 보고서였는데, 파일을 열어 보니 완전한 PPT가 아닌, 내가 업데이트해야 하는 슬라이드 몇 장만 달랑 들어있는 경우가 있었다.

또는 A4용지에 러프하게 그려진 대로 슬라이드를 그려오라는 적도 많았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뭐가 뭔지 모르다 보니 일단 하라는 대로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가 무슨 일을 하기 위해 이 회사에 들어왔는지 모르겠고, 이 일을 하는 것이 내 커리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배우는 것도 전혀 없는 것 같아 퇴사 의사를 밝혔다.


나중에는 다른 상사를 만났다. 이 팀장님은 주간 팀장 회의가 끝난 후 간단히 팀 미팅을 진행해서, 팀장 회의 때 주요 이슈는 무엇이었는지를 늘 공유해주셨다. 그리고 그로 파생되는 업무들을 정리해주셨다.

아무리 작은 업무를 시키더라도 그 일이 왜 필요한지, 현재 상황은 어떻고 앞으로 어떻게 되어야 하니 일은 어떻게 하면 좋을지를 알려주셨다. 팀원 입장에서 업무가 매우 편해졌을 뿐 아니라, 내가 팀원으로서 존중받는 느낌이 들었다.


물론 업무의 ‘필요성’이나 ‘타당성’만으로 동기부여가 완벽히 되지는 않는다. 보상도 같이 챙겨줘야 실질적인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맥락 없이 업무를 던져주던 팀장님은 월요일마다 전주 실적 분석하느라 바쁘니, 30분 일찍 출근하면 30분 일찍 퇴근시켜주겠다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말로만 그쳤다. 약속이 지켜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회사 상황을 늘 공유해주던 팀장님은 바쁜 프로젝트를 끝내고 나면 법카로 맛있는 것을 사주셨다. 애초에 지키지 못할 약속은 안 하셨고, 우리는 30분 정도 일찍 퇴근하고 한남동의 힙한 레스토랑에서 맛있는 저녁을 함께 했다.

이렇게 소소하게 직원을 챙겨주는 것에서 조직원들은 존중받는다고 느끼고 더 일할 맛이 나게 된다. 그리고 약간의 힐링을 통해 앞으로 더 잘해야지 하는 다짐을 하기도 한다.


2. 조직에 대한 매니지먼트 역량이 중요하다.

업무 관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팀의 야근 여부와 효율적인 업무 처리 여부가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먼저 조직에서 맡은 업무를 빠짐없이 리스트업 한 후에, 업무의 중요도와 데드라인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하고, 조직원의 역량과 성향 등에 맞춰 업무를 분배한다.


업무에 대한 우선순위가 정립되지 않는다면, 나중에 데드라인이 다가왔을 때 발등에 불 떨어진 것처럼 며칠 밤을 새우면서 업무를 처리해야 할 수도 있고, 그다지 급하지 않는 일에 힘을 쏟아 기획안을 열심히 만들었는데 나중에 회사의 전략 방향성이 바뀌면서 휴지조각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일을 몇 번 경험하고 나면 누구라도 지치게 되고 일하기가 싫어진다.


시간관리도 매우 중요하다. 정기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가 있고, 비정기적으로 갑자기 발생하는 업무가 있다. 정기적인 업무도 일단위, 주 단위, 월 단위, 분기 단위, 연간 단위로 나누어질 수 있다. 정기적인 일은 처리하는데 필요한 리소스와 시간을 대략적으로 가늠할 수 있다. 하지만 비정기적으로 발생하는 업무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따라서 정기적인 업무와 비정기적인 업무를 처리해야 할 때, 중요도와 데드라인에 따라 리소스를 어떻게 분배해서 모든 업무를 기한 내에 처리할 수 있을지 결정해야 한다. 만약 업무가 너무 많아서 제시간에 처리가 불가할 것 같으면, 상부에 미리 보고해서 협의를 해야 한다. 퀄리티를 포기하거나, 데드라인을 연장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과도한 야근과 스트레스로 심신이 지치게 된다.


3.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피드백은 명확하게

평가는 민감한 주제이다. 그러므로 더욱 객관적이어야 하고 공평해야 한다. 개인적인 감정과 친밀도에 따라 치우친 평가를 내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조직원에 대한 평가는 당사자에게 공유를 해주어야 한다. 당신은 어떤 항목에서 어떤 평가를 받았으며, 무엇에 근거해서 왜 이렇게 평가를 했는지를 알려주어야 한다. 평가 내용과 결과를 조직원에게 공유하려면 당연히 평가는 객관적이고 공평하게 내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어떤 점이 부족한 것 같으니 어떻게 보완했으면 좋겠다던가, 이런 점은 잘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성과를 보여주길 기대한다던가 하는 명확한 피드백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이런 내용을 공유받으면 정상적인 사람은 기분이 나쁘다던가 ‘네가 뭔데 나를 판단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나는 앞으로 이런 점을 보완하면 되겠구나’ 생각하며 한층 더 발전하고 성숙해지게 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한번 더 동기부여를 받게 된다.


첫 직장은 인사평가가 전혀 공유되지 않는 곳이었다. 아니, 인사평가가 아예 없었던 회사였던 것 같다. 따라서 연봉협상도 전혀 없었으며 ‘지급내역서’로 통보될 뿐이었다. 그래서 나는 내가 뭘 잘했고 뭘 못했는지 전혀 알 길이 없었고, 따라서 한 직장인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발전할 기회가 없었다. 그 결과 퇴사를 감행했다.


두 번째 직장에는 인사평가가 막 도입된 시점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물론 아직 초기 단계의 인사평가제도라 부족한 점도 많고 임직원의 불평도 많았지만, 그래도 사전에 합의한 개인의 목표에 따라 나름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게 되고, 조직장과의 면담을 통해 커리어 패스까지도 함께 고민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받은 첫 평가와 피드백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입사 3개월 후 수습기간이 끝나고 팀장님이 나를 따로 불러 말씀해주셨다.

“연차에 비해 데이터 분석 능력이나 업무 추진 능력은 우수하나, 내성적인 성격 탓에 다른 부서와의 미팅 자리에서 의견을 내는데 소심한 부분이 있으니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 주면 좋겠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나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기분에 휩싸였다. 부정적으로가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으로 큰 충격을 받았다. 평가 결과에 대해 공유해 주고 그에 따른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통해 조직원이 좀 더 발전하게 되고 일을 더 열심히 하게 하는 계기가 되는구나라고 느꼈다. 한편으로는 이런 피드백이 전혀 없었던 전 직장이 원망스러웠다.



(계속)



keyword
이전 06화무료한 직장생활에서 의미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