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은 선천적인가 후천적인가?
픽사의 애니메이션 소울(soul)은 단순한 성장 이야기가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의 세계를 설정으로 삼아 성격과 삶의 의미에 대해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특히 영화 속 인생연구소(The Great Before)는 영혼들이 지구로 가기 전 성격과 표식을 받는 공간으로 묘사된다. 이 설정은 우리가 선천적으로 타고난 기질이 있는지, 혹은 후천적 경험을 통해 형성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애니메이션 속 인생연구소에서는 태어나기 전 영혼들이 다양한 경험을 하며 성격이 형성된다. 각 영혼은 활발한 성격, 내성적인 성격, 장난기 많은 성격 등 여러 성향을 갖게 되며, 마지막으로 지구로 가기 위해 필요한 스파크(Spark)를 찾아야 한다.
이 설정은 성격이 유전적이고 선천적으로 결정된 것인가?라는 심리학적 논쟁을 떠올리게 한다. 융의 집단무의식(Collective Unconscious) 개념과 비교해 보면, 우리가 태어나기 전 일정한 성향을 지닌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융은 인간이 개별적인 무의식뿐만 아니라, 세대를 걸쳐 축적된 공통된 정신적 유산을 지닌다고 주장했다. 영화 속 인생연구소의 개념은 마치 집단무의식 속에서 미리 성격이 결정된다는 느낌을 준다.
반면, 프로이트는 개인의 경험이 무의식을 형성한다고 보았다. 그가 강조한 것은 유아기의 경험이 성격 형성에 미치는 영향이지만, 만약 이 개념을 태어나기 전으로 확장한다면, 융의 집단무의식과 연결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울에서 인생연구소의 개념은 프로이트와 융의 이론을 아우르는 새로운 시각일까?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은 ‘스파크’다. 주인공 조 가드너는 스파크를 삶의 목적이나 특정한 재능이라고 생각하지만, 22번과의 여정을 통해 그것이 단순한 소명이나 천부적 재능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우리는 흔히 “재능이 있는 사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지만, 영화는 이와 다른 메시지를 던진다. 스파크는 특정한 목표나 재능이 아니라, 삶을 향한 열정과 살아가는 기쁨 자체라는 것이다. 이는 후천적 경험과 개인의 선택이 중요함을 강조하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만약 성격과 재능이 선천적으로 정해진 것이라면, 인간의 노력은 의미를 잃을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의 노력과 경험을 통해 성장하고, 삶의 방향을 바꿀 수도 있다. 소울은 운명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삶의 의미는 우리가 경험하고 발견하는 것이라는 철학적 메시지를 전한다.
이 애니메이션은 성격이 선천적으로 결정된다는 결정론적 사고를 지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성격은 기질적인 요소와 후천적 경험이 결합하여 형성된다고 이야기한다. 태어날 때 일부 성향이 있을 수는 있지만, 그것이 운명처럼 고정된 것이 아니라, 삶을 통해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강조한다.
결국 소울은 특정한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순간을 즐기고, 삶을 경험하는 과정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우리에게 주어진 성격과 환경이 어떠하든, 중요한 것은 우리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참고 : 용어 정리>
성격(Personality)은 후천적 경험, 환경, 학습을 통해 형성되며 시간에 따라 변화할 수 있는 심리적 특성입니다.
반면 기질(Temperament)은 선천적·생물학적 기반을 가지며 유아기부터 나타나고 비교적 안정적입니다.
성격은 "MBTI"나 "빅5"처럼 복합적 요소로 분석되지만, 기질은 감정 반응 속도나 강도 같은 본능적 성향을 중심으로 설명됩니다. 쉽게 말해, 기질은 타고난 '재료'이고 성격은 이를 바탕으로 삶 속에서 다듬어지는 '결과물'입니다.
이 영화를 본 후, 한 가지 질문이 남는다. 당신의 스파크는 무엇인가? 우리는 흔히 스스로에게 “내 진짜 재능은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위해 태어났을까?”라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영화가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스파크는 특정한 소명이나 운명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순간들이다.
어쩌면 우리의 삶은 거대한 목적이 아니라, 작고 소중한 순간들의 축적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