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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Oct 30. 2024

호기심은 우리의 나침반

난임부부의 꿈

아기를 낳아 '엄마'가 되는 것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어릴 때부터 소꿉놀이를 하며 엄마 노릇을 연습하고, 아기를 돌보는 것에 큰 관심과 호기심을 보였다. 그런 꿈은 어른이 되어서도 변함없이 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고등학교 때 결혼한 언니의 갓난아기 조카를 보며, 그 작은 입술이 오물오물 움직이는 모습에 넋을 잃고 바라보았다. 그 순수한 모습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더욱 놀라운 건, 그 작은 두 주먹을 펴보려 할 때마다  내 검지를 꼭 붙잡는 힘이었다. 그 작지만 강인한 움켜쥐는 힘에서,  생명의 신비로움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토록 작은 존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생명력은 내 심장을 벅차오르게 했다.


나도 결혼하면 순리대로 언니처럼 갓난아기를 금방 품에 안을 줄 알았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었을까. 나에게는 '엄마' 되는 일조차 쉽지 않았다. 1년은 신혼을 즐기겠다는 마음으로 피임했다 해도 그 후로 아무리 애써도 임신이 되지 않았다. 그렇게 6년이란 시간 동안 임신을 위해 안 해본 것이 없었다. 체질을 바꾸는 건강보조식품부터 우리 부부는 열심히 먹었다. 그리고 배란테스트기를 이용하고 날짜를 잡아서 시도해도 실패했다. 그러다 병원에서 초음파를 보면서 배란유도제를 먹으면서 임신을 시도했다. 결국 산부인과에서는 힘들 거 같아 난임 전문병원을 찾았다.


지방 소도시에서 알아주는 이름난 난임병원이었다. 매번 진료를 받으러 갈 때마다 심장이 쿵쾅거렸다. 우리 부부의 몸상태가 어디 이상이라도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다. 먼저 의사는 처음 결혼기간과 임신이 한 번도 안되었다는 기초자료를 보시더니 곧바로 인공수정을 시도해 보자고 서둘렀다.  부푼 기대를 안고 이번에는... 이번에야말로 좋은 결과가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진료실 문을 열 때마다 떨리는 순간을 잊을 수 없다. 첫 시도한 실패는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임신 실패가 거듭될수록 내 마음은 한없이 작아지고 비관적인 생각이 앞섰다.


의학적 방법부터 한약, 기도, 방생 등 자연요법까지. 가능한 모든 방법을 시도해 보았지만, 결과는 늘 실패뿐이었다.


"왜? 어찌하여? 하필이면 나에게..."


꿈이길 바랐는데 눈뜨고 나면, 악몽 같은 현실이 되어버렸다. 이런 시련을 주는 이유가 무엇일까 괴로워하다가도 정신을 차리고 긍정적인 마음으로 다시 시도했다. 하지만 오뚝이처럼 괜찮은 척 회복되던 마음이 점점 더 쉽게 무너져 내렸다. 단 한 번도 임신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절망감과 좌절감이 날이 갈수록 커져만 갔다.





그래도 '내 사전에는 포기란 없다'라고 다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주변 지인들과 친구들이 알려준 다양한 임신 비법을 하나하나 실천했고, 어머님이 다니시는 절도 찾았다. 절하는 방법도 모르는 내가 옆에서 절하는 사람을 유심히 관찰한 후에 무조건 두 손을 모아 엎드렸다. 전국에서 소문난 한의원을 찾아다니며 진맥을 받고 약을 달여와서 꼬박꼬박 챙겨 먹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이든 시도해 보겠다는 마음으로 백방으로 노력했다.


이런 모습은 어려서부터 가졌던 호기심과 도전정신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신제품이나 새로운 것만 보면 무조건 시도해보고 싶어 했고, 궁금한 건 참지 못하던 나였다. 이런 성향이 때로는 도움이 되기도 했지만, 때로는 독이 되기도 했다. 남들이 다 하는 것은 꼭 해봐야 직성이 풀리는 고집 때문에 오히려 더 힘들어졌던 순간도 많았다.


그래도 이 모든 시련 속에서도 잠시 쉬어가긴 했어도, 희망의 씨앗인 아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처음부터 병원에 가지 않고 안 해본 방법이 없을 정도로,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임신에 성공하고자 노력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의 내 모습은 마치 뭔가에 홀린듯했다. '뭔가에 씌면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는다'는 말이 있듯, 지금도 내가 그랬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오로지 엄마가 되고 싶다는 열망만이 가득했다. 나도 엄마가 되어 사랑을 마음껏 주고 싶었고, 아빠와는 정반대로 섬세하고 친절한 남편을 만나 결혼했으니 이제는 아기만 낳으면 된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순간도 나와 같은 처지의 난임부부들이 많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소리 없이 묵묵히 아기를 간절히 기다리는 그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나의 호기심과 도전정신은  긴 여정 속에서 포기하지 않고 희망을 찾아가는데 나침반이 되었다. 길을 잃고 앞이 보이지 않아 막막할 때 큰 힘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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