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민선미 Nov 06. 2024

여자라는 이유로 갇힌 틀에서 벗어나기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당연하지 않습니다. 불행한 현실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불행은 영원히 반복될 것입니다. 김누리 교수님의 말씀은 오랫동안 제 마음에 깊은 울림을 남겼습니다.


겉으로는 많은 것이 나아지고 남녀가 평등해졌다고 합니다. 과거 여성이라는 이유로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도 받지 못하고 억울하게 참아내야 했던 시절에 비하면 분명 발전하고 성장했다는 생각은 듭니다. 하지만 여전히 보이지 않는 그늘 속에서, 수많은 여성들이 말 못 할 고통을 겪고 있거든요.



여성으로 살아가면서 수많은 당연함이라는 이름의 굴레를 마주합니다. 특히 여성으로 태어나 살아가는 동안, 그 굴레는 더욱 무겁게 다가왔습니다.



"여자는 이래야 해", "며느리는 당연히 이래야지"라는 말들이 마치 공기처럼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까요.



결혼을 하고 나서도 그 기대와 압박은 계속되었습니다. 특히 아이가 생기지 않는다는 이유로, 마치 내가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느끼게 만드는 시선들과 말들이 있었습니다.


때로는 직접적인 말로, 때로는 눈빛으로, 때로는 한숨으로 전해지는 그 마음들이 얼마나 아팠는지 모릅니다.



저는 오랫동안 그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어요. 나약한 성격이 탓인 것 같아서 바꾸려고 애썼어요. 일부러 머리를 노랗게 염색도 했었고, 쇼커트로 강한 인상을 주려고 헤어 스타일도 바꿨었죠. 저 자신보다는 주변의 기대에 맞추려 했던 게 저의 문제였습니다. 하지만 점차 깨달았습니다.


우리의 본질적인 기질은 쉽게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리고 어쩌면 그것은 변할 필요가 없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것을요.






난임이라는 긴 여정을 걸어가면서 만난 많은 분들의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각자의 고통의 크기는 다르지만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기에 마음이 통해 사는 곳도 이름도 모르면서도 친해졌어요. 전 세계를 막론하고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연대가 있으니까요.



우리는 유교적 관념의 틀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어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압박감, '며느리로서의 의무'라는 무게, 그리고 그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잃어가는 두려움까지요. 하지만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여성으로서의 가치는 출산 여부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갈 권리가 있으며, 그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고통도 모두 의미 있는 여정이라는 것을 말이에요.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이제 그 고통스러웠던 경험들을 통해 더 강해졌고, 더 깊이 있는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같은 길을 걸어가는 분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당신의 가치는 누군가의 기대나 사회적 통념으로 결정되지 않아요. 당신은 있는 그대로 충분히 아름답고 의미 있는 존재입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겪는 고통과 아픔이 헛되지 않도록, 이제는 그것을 디딤돌 삼아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가야 할 때입니다. 더 이상 '여자니까', '며느리니까'라는 말에 움츠러들지 않고, 우리 각자의 목소리로 이야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과거와는 달리 난밍아웃하는 여성분들도 많아지고 임밍아웃을 선언하면서 자신을 멋있게 드러내는 분들이 생기고 있어서 다행입니다.


당신의 여정이 어떠하든, 그것은 충분히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것입니다. 우리 함께 희망을 잃지 말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며 걸어갑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