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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선미 Nov 13. 2024

내 안의 빛을 찾아서

내면의 힘 키우기

매일 아침 거울 앞에 서면, 문득 7년 전의 내가 떠오릅니다. 

인공수정과 시험관 아기 시술을 반복하며 점점 지쳐가던 그 시절, 저는 제 자신을 조금씩 잃어가고 있었습니다. 병원과 집만 오가는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은 점점 더 작아져만 갔어요. 


주변에서는 "포기하지 마", "힘내"라는 말들을 건네주었지만, 그 말들이 오히려 저를 더 무겁고 숨 막히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 시간들이 제게 특별한 선물을 주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바로 '진정한 나'를 만나게 된 시간이었으니까요.


변화는 아주 작은 곳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어느 날 문득, 새벽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어요. 처음에는 그저 답답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서였는데, 이게 제 인생을 바꾸는 첫걸음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상쾌한 새벽 공기를 마시며 걷다 보면, 마음속에 숨어있던 생각들이 하나둘 모습을 드러냈어요.


"나는 지금 행복한가?"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왜 이렇게 불안한 걸까?"


처음에는 이런 질문들이 두려웠습니다. 답을 찾지 못할까 봐, 혹은 답을 찾으면 뭔가가 바뀌어야 할까 봐 걱정되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조금씩 이 질문들과 친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때로는 놀이터 벤치에 앉아 노트에 이런 질문들을 적어보기도 했어요. 그리고 천천히, 제 안에서 답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큰 깨달음은 '나를 사랑하는 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는 거였어요. 아이를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컸지만, 그 과정에서 제 자신을 돌보는 것을 잊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조금씩 변화를 시도했어요. 문화센터에서 유화 수업을 시작한 것도 그중 하나였습니다. 처음에는 망설였어요. '이런 시간에 취미생활을 해도 될까?' 하는 죄책감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유화 물감 냄새를 맡으니 그동안 내 꿈이 화가였다는 것을 잊고 살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하얀 캔버스에 아크릴 물감을 덧칠하면서 미묘한 감정이 올라왔어요. 그동안 수채화물감만 사용해 보았기 때문에 새로운 기법을 배우면서 보내는 시간은 제게 특별한 치유의 시간이 되었어요. 연필로 스케치한 것을 지우려는 마음으로 물감을 덧칠하면서 꼭 저의 못난 모습을 지우려는 것처럼 보였어요. 처음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로웠는데 냄새가 지독해서 오래 다닐 수가 없었어요. 임신을 향한 핑계처럼 보이겠지만 미룰 수밖에 없었어요.


집안에서만 지낼수록 감정이 오르락내리락했어요. 어제가 오늘 같고 오늘이 내일 같을까 매일 집밖으로 나가는 최선책이 필요했어요. 그렇게 헬스장을 장기로 등록하고 요가와 에어로빅을 시작했어요. 뻣뻣한 나의 몸을 큰 전신거울로 들여다보는 시간이 좋았어요. 얼굴의 표정을 보고 내 안에 보이지 않는 마음을 연결하는 또 다른 통로가 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쾅쾅 울리는 음악소리도 낯설고 불편했지만 어느새 익숙해지고 몸이 리듬에 맞게 전율하기 시작했어요. 더 좋은 것은 함께 수업을 듣는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일상이 되었어요. 내가 몸을 움직인 만큼의 결과를 땀으로 흘리고 나면 마음도 한결 가벼워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녁이면 침대에 누워 하루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어요. 때로는 일기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냥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도 했습니다. 이런 시간들이 쌓이면서 저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었어요. 더 이상 '난임 환자'라는 꼬리표에 저를 가두지 않게 되었고, 제가 얼마나 다양한 모습을 가진 사람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마침내 우리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있었습니다. 왜 하필이면 나야라고 하소연할 때가 많았는데 이제는 압니다. 진정한 기적은 아이를 얻은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제 안의 빛을 발견한 것이라는 걸요. 내면의 힘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저 매일 조금씩 나를 들여다보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받아들이는 것에서 시작되었어요.


지금도 가끔 불안하고 두려울 때가 있습니다. 너무 행복하고 소중한 지금이 달아날까 봐요. 하지만 이제는 압니다. 그 감정들도 제 일부이며, 그것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웠으니까요. 우리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내면의 힘을 키워가고 계실 거예요. 그 여정에 정답은 없습니다. 다만 진실된 마음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용기만 있다면, 분명 여러분만의 빛나는 순간을 만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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