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움과 애정의 손길이익숙지않을 때
'하필 돈이 똑 떨어졌을 때 당도 떨어지고 화장품도 떨어지네 ~~'
장난스레 SNS 게시물을 올렸던 적이 있다.
너무 힘들거나 버티지 못할 정도였다면 오히려 이런 말은 자존심 때문에라도 꼭꼭 숨겨뒀을 텐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저냥 지낼만했으니까 말장난식으로 글을 올렸던 것 같다.
그런데 잠시 할 일을 하다가 다시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꽤 많은 알림이 와있었다.
편의점 기프트 카드와 함께 '당 떨어질 땐 이거 쓰고 ~' 그리고 화장품 매장 기프티 카드와 '화장품 떨어질 땐 이거 써!'
라는 카톡이 와있었다.
그리고 도움을 받는 내가 민망하지 않도록 혼자 잘 감당해내는 게 대단하다는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예상치 못한 선물에 놀라기도 하고 당황한 마음이 사라지기 전에, 누가 내 방문을 두드렸다.
기숙사 옆 방 친구가 '당 떨어지면 위험하지!' 라며 과자를 한 아름 들고 왔다.
순간 너무 고맙기도 하고 얼떨떨했다.
내가 생각 없이 올린 투정에 가까운 게시물에 예상치 못한 반응과 선물을 받아서 고맙다는 생각보다 당황스러운 감정이 더 먼저, 크게 느껴졌다.
그렇게 고마운 마음으로 연락을 하는 와중에 다시 다른 사람에게 필요한 화장품 링크를 보내라는 메시지가 왔다.
-아니, 그 게시물에 이렇게까지?
화장품 링크를 보내라는 사람에게는 한사코 괜찮다고 설득을 한 후에 나는 게시물을 삭제했다.
더 이상 무언가를 계속 받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뒀으면 또 도움을 줄 사람이 있었을지, 없었을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삭제를 해버렸다.
그런 게시물을 괜히 올렸다고 생각했다. 신세 지고는 못 지내는 성격이기에, 고맙고 미안한 마음을 어떻게 다 보답할지가 고민이었다.
어떡하지를 남발하던 그날에 친구에게 있었던 일들을 말하니
-너 인생 잘 살았나 보다! 근데 미안해할 이유가 있나? 그냥 그 사람들이 너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고, 그걸 고맙게 받아들이면 되잖아
이 한마디로 마음이 다 정리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왜 나 따위한테?'라고 생각하던 마음이,
받은 만큼 열심히 살아서 언젠가 다른 사람이 힘들 때 나도 기꺼이 도움을 줄 수 있었겠다는 생각. 그리고 이 사람들을 놓지 않고 특히 잘 챙겨야겠다는 생각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그 외에도 여러 가지 복잡하지만 기분 좋은 감정과 생각이 많이 든 하루였다.
내가 볼품없고 필요 없다는 생각이 들 때면 이 하루의 감정을 회고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