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도 끝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제 나이 열일곱(17), 고등학생이 되고 나니 저를 가로막는 것도 붙잡는 것도 참 많습니다. 잘 흘러가는 것 같다 싶다가도 가끔은 빠르고 또 가끔은 느립니다. 고등학교를 다니는 이 시기, 참 애매해요. 아침 일찍 학교를 가고, 대학 진학 상담을 하고, 미래에 대한 걱정까지. 매일 똑같은 일상과 사건들의 연속이지만, 동시에 제 행복과 재미를 잃지 않아야 합니다. 아마 모두가 이 시간을 각자의 방법으로 이겨내고 있을 거예요. 그중에서도 저는, 제 나름의 방법으로 잘 이겨내고 있는 중입니다.
삶을 살아가다 보면, 행복한 것만큼 고통스러운 것도 너무 많아요. 물론 그 두 가지의 비율을 적절히 맞춰가며 살아가는 게 인생이겠지만, 그 크고 작은 고통들은 나를 한 번 무너뜨리고 다시 일어나기 힘들게 만듭니다. 처음 겪어보는 아픔이고, 슬픔이고, 상처라서 어떻게 해야 할지 우리는 잘 몰라요. 그 방법을 찾으려고 배우고, 노력하고, 발버둥 치지만 가끔은 우리 마음대로 안 될 때가 있어요. 그래서 우리는 어른들의 도움을 받습니다. 제 주변의 어른들은 저보다 연륜이 깊으시고, 아주 많은 경험을 하셨고, 제가 겪고 있는 이 아픔도 훨씬 먼저 겪어보셨습니다. 그분들도 물론 아직 흉터가 남으셨고, 그 희미한 자국이 살짝 보이시겠죠. 하지만 우리에게 어떻게 치유하는지, 덜 쓰라리게 하는 방법은 알려주실 수 있습니다. 저는 제 주변 어른들의 좋은 말씀들을 통해 깨달은 것이 정말 많습니다. 특히 제가 지금 정말 그리운 할머니께서는 저에게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들을 많이 남겨주고 가셨어요. '열일곱’이라는 나이가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생길 수 있는 삶의 궁금증에 대해 풀어나가보려고 합니다.
저는 '글'이라는 것이 거창한 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글 한 편이 지니고 있는 의미와 가치는 엄청나지만, 그렇게 가치 있는 글을 쓰기 위해 '심오함'을 집어넣고, '유령어'를 찾아 넣는 것은 자기만족일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많은 독자 분들이 공감하고, 깨닫고, 많지는 않더라도 한 가지는 얻어갈 수 있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많은 글을 읽었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에 깊이 새겨진 책은 여운이 남는 글이었습니다. 베스트셀러, 좋죠. 많은 사람들로부터 호응을 얻어냈다는 거 자체가 대단한 것이니까요. 하지만 베스트셀러라는 타이틀이 여러분의 선택을 방해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항상 여러분이 '읽고 싶은 글, 감동을 느끼고 싶은 글, 공감할 수 있는 글'을 읽으셨으면 해요. 그리고 제가 쓴 글이 그 글들 중 하나이길 바랍니다.
어떻게 보면 고등학교 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울분과 슬픔, 반항심으로 이 글을 쓰게 된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반항도 힘이 있습니다. 반항이 의문이 되고 의문이 궁금증이 되고 그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도 있습니다.
저의 모든 마음이 담긴 이 책을 부모님께 바칩니다.
' 엄마, 아빠 딸이 덕분에 그래도 잘 크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이 책을 빌려 대신 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