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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떤날 Oct 25. 2024

홍대클럽과 인디밴드-델리스파이스, 언니네 이발관

불안정한 20대가 사랑한 비주류 음악

# 07


   홍대는 자유로운 젊은이들의 공간이었다. 정확하게는 홍익대학교 주변은 지금도 그렇지만 늘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공간이었다. 90년대 중후반 홍대 주변 클럽에서는 다양한 공연이 진행되었다. 클럽마다 색깔이 있고 유명한 밴드가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다양한 클럽을 경험해보지는 못했다. 처음 가본 클럽은 너무도 유명했던  <드럭>이었다. 친구를 따라 들어간 그 곳은 가히 충격적이라 할 수 있었다. 그토록 좁은 공간에 그 많은 사람들이 뒤엉켜 미친듯이 뛰고 소리치고... 다소 과격한 분위기에 놀라기도 했지만 잠시였다. 거기에 섞여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성향은 아니었지만 그 공간에서 느껴지는 에너지를 거부할 수는 없었다.  펑크 밴드들이 주로 공연하던 드럭은 펑크 그 자체였다. '젊음', '자유' 이런 단어들을 형상화 한다면 바로 그 시절 <드럭>이 아니었을까? 처음 <드럭>에 갔던 날 지금은 너무도 유명해진 크라잉넛의 <말 달 리 자>를 들었다. 다소 생소했던 가사때문에 친구에게 몇 번이고 노래 제목을 물었다. 노래 제목이 말달리자라니...


   이전 시대보다 자유로운 시절이긴 했지만 아직 음반 사전 검열이 있었고 일본문화도 개방되기 이전이었다.(러브레터와 같은 유명 일본 영화를 보기 위해 불법 비디오 테이프를 돌려보기도 했던 시절이다.) 그런 시절 홍대는 다양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몇 안되는 곳이었다. 클럽뿐만 아니라 음료를 주문하고 어두운 테이블에 앉아 헤비메탈 밴드의 공연실황이나 뮤직비디오를 감상하는 곳도 있었고, 개성 넘치는 헤어스타일과 옷차림의 젊은이들이 타인의 시선따위는 신경쓰지 않고 활보하는 그런 곳이었다. 비주류가 주류가 되는 곳, 정확하게는 주류도 비주류도 없는 각자의 개성이 인정되는 곳이었다. 그리고 홍대의 인디밴드들은 그런 홍대의 상징이었다.


   96년 가요 사전검열제도가 폐지되고 홍대의 인디밴드들은 자체적으로 레이블을 만들고 음반을 발매하기 시작했다. 자우림처럼 더이상 비주류 인디 밴드가 아니게 된 유명 밴드들도 생겨났다. 나역시 자우림 공연은 홍대가 아닌 대학로 소극장에서 처음봤다. 나를 처음 드럭에 데려간 친구는 홍대에서 살다시피하며 가끔 인디밴드들의 데모 테이프 같은 것을 구해와 들려주기도 했는데, 영어 가사로 되어있던 델리스파이스의 데모를 들었을 때의 느낌은 아직도 생생하다. 펑크 문화가 다소 버거웠던 나는 그것을 계기로 델리파이스와 언니네 이발관 음악에 빠져들었다. 델리스파이스의 <차우차우-아무리 애를 쓰고 막아보려 해도 너의 목소리가 들려>나 <고백> 같이 지금까지도 인기있는 곡들도 좋지만 1집 음반 전체가 딱 델리스파이스가 어떤 밴드인지 가장 잘 보여주는 것 같다. 언니네 이발관도 3집이나 5집을 더 많이 들었지만 그래도  <푸훗>으로 시작되는 1집의 그 감성이 딱 언니네 이발관이 아닐까 생각한다.

델리스파이스 5집(고백)과 언니네 이발관 3집(인디역사상 최고의 흥행 앨범으로 알려짐)


   시간이 지나며 홍대의 많은 클럽들은 문을 닫기도 하고 밴드가 아닌 디제이가 테크노 음악이나  힙합 음악을 틀어주는 클럽으로, 춤을 추는 클럽으로 바뀌어 갔다. 아직까지 공연을 하고 있는 클럽들도 있지만 이제 클럽이란 단어는 그때와는 좀 다른 이미지가 된 것 같다. 아쉽지만 모든 것은 그렇게 계속 변해가는 법. 디행히도 나는 그 시절 클럽과 인디밴드들을 기억하고 있다는 것!


 <<델리스파이스>><<언니네 이발관>> 1집 음반을 들으면  알 수 없는 감정이 솟구친다.

그 때 난 20대였고, 늘 불안정했고, 딱 '인디' 감성이었다.

그 청춘과 자유가 그립다.


https://youtu.be/LQBsprHNzrc?si=jOWhiH8TYMAhKxZg

델리스파이스 1집


https://youtu.be/ZeO_VagDyZg?si=oxaTC7s6VScUQBpJ

언니네 이발관 1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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