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에서만 느낄 수 있던 생생함과 낭만, 그리고 그리운 그들
#06
한동안 콘서트를 많이 보러 다녔다. 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즈음이었는데 그 시절에는 소극장 공연이 많았다. 지금은 이름이 바뀌거나 사라진 대학로의 소극장 혹은 중극장에서 많은 공연을 봤다. 처음 갔던 공연장에서 느꼈던 그 떨림과 두근거림은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엄청난 사운드와 화려한 조명, 흥분한 관객들, 공연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분위기에 단번에 압도당했다. 소극장 콘서트는 날 것 그대로의 생생함이 있었고 한없이 젖어들게 만드는 낭만이 있었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몇 몇 공연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꽤나 인상적인 기억이 남아있다. 앵콜에 앵콜을 더하다 지하철 막차를 놓쳐버린 공연도 있었고, 남성 관객이 대부분이었던 마치 군대에 온것 같은 낯선 분위기의 공연도 있었다. 그리고 천장에 설치된 샤위기에서 갑자기 물이 쏟아지던 락밴드의 스탠딩 공연도 있었다. 그 중에서도 단연코 기억에 남는 공연의 한 장면을 꼽으라면 98년 대학로 학전 블루 소극장(기억이 맞다면..)에서 있었던 들국화의 공연이다. 멤버 허성욱이 하늘로 떠나고 흩어졌던 멤버들이 다시 모여 열린 재결성 공연이었다. 가수의 콘서트는 성인이 되어서야 보러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에 들국화의 콘서트를 직접 보는 것은 그 때가 처음이었다. 경복궁 옆, 삼청동 초입이라고 해야하나 전인권이 운영하는 것으로 알려졌던 전인권 카페에도 라이브를 들으러 몇 번 갔었고, 전인권이 초대가수로 출연한다던 뮤직카페 같은 곳도 찾아간 적이 있었다. 하지만 들국화 이름으로 진행되는 정식 콘서트는 처음이었다. 이 날 공연에서 보컬 전인권은 멤버 소개 중 습관적으로 "키보드에 허성욱 입니다" 라고 소개하다 멈추었고, 어색해진 모두는 먹먹해진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장면은 오래도록 가슴에 남아 잊혀지지 않는다. 좀 더 일찍 그들의 공연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텐데...전성기 그들의 공연을 보지 못한 것은 늘 아쉬움으로 남는다.
들국화! 들국화는 나의 최애 가수다. 그들의 전성기는 너무 짧았고 그 때 나는 어렸기에 전성기의 그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고등학교 시절부터 대학시절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음악이 아마도 들국화의 음악일 것이다.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까지 인생 최대 심리적 방랑기에 빠졌던 음악이니 최애 가수로 꼽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본격적으로 들국화 음악에 빠지기 시직한건 전인권 1집 음반을 통해서다. 앨범 자켓의 전인권은 다소 낯설고 기괴해보이기까지 했다. 그러나 음악은 무척 매력적이었고 바로 빠져들었다. 그때부터 들국화, 전인권, 최성원의 음악을 정말 많이도 들었다. 다른 음악과는 달랐다. 들으면 들을수록 좋았다. 어떠한 상황에도 어울렸고 언제나 옳았다.
들국화 음악을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전인권과 최성원의 개인 음반도 많이 듣고 좋아했다. 존레논이냐 폴메카트니냐처럼 사람들은 전인권이냐 최성원이냐 누가 더 좋은지 물었고 굳이 선택해야 하는 것도 아닌데 늘 고민했다. 전인권은 당대 최고의 보컬이었고, 최성원은 그 시절 나의 감성에 가장 부합하는 뮤지션이었다. 나중에 시간이 많이 흐른 후 들국화의 음악을 수없이 듣고 나서는 주찬권의 드럼소리가 참 좋았다. 뭔가 화려하지 않으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그만의 비트가 있다고 해야할까... 어떤 날은 들국화의 노래를 듣다보면 주찬권의 드럼소리만 들리기도 한다.
들국화의 재결합을 애타게 기다렸고 2012년 그들의 재결합에 다시 한번 많은 공연을 볼 수 있길 기대했지만 멤버 주찬권의 죽음으로 다시 그들의 활동을 볼 수 없게 되었다. 너무나, 너무나 아쉽지만 이미 남겨진 그들의 음악만으로도 사실 충분하다. 언제 들어도 좋은 그들의 음악을 들으며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역시 들국화는 최고의 밴드!
음악은 역시 락이다!
들국화의 1집과 2집은 논란의 여지없이 가요 최고의 명반이 아닐까?
<<들국화 1집>>
https://youtu.be/w8TyINFUsPU?si=0U9Wzj1viSnDP29_
<<들국화 2집>>
https://youtu.be/4C98B6uOshA?si=NeS-KFLI9m_hOWR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