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시대의 서막
#05
LP와 카세트 테이프의 단점을 모두 보완해주었던 CD의 활약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세상이 주는 편리함을 당해낼 수는 없었다. 디지털 세상에서는 PC와 인터넷 그리고 약간의 수고로움을 더한다면 값진 음원들을 얼마든지 확보할 수 있었다. 물론 실물로서의 소장가치가 있던 CD가 공존하고 있었지만 MP3라는 새로운 놈은 아주 매력적이었다. 실제 음반을 구매하지 않아도 원하는 음원을 소장할 수 있었고 MP3 플레이어 라는 작은 기계만 있다면 그 안에 수많은 곡들을 집어 넣을 수 있었다. 그렇게 아날로그 시대의 마지막이, 동시에 새로운 디지털 시대가 시작되고 있었다.
전화선을 통해 PC통신을 접속하던 모뎀 시절을 지나 드디어 90년대 후반 "따라올테면 따라와봐~" ADSL이 보급되었다. 속도는 물론 전화요금 걱정없이 언제든 얼마든지 인터넷 접속이 가능했다. (전화선으로 인터넷을 접속하던 모뎀시절에는 접속 시간만큼 통화료를 지불해야 했다) 파란색 모뎀화면의 하이텔, 나우누리, 천리안의 추억이 그리울 새도 없이 ADSL은 순식간에 퍼져나갔다. 새천년이 시작되었고 괴담처럼 떠돌던 밀레니엄 버그는 없었다.이제 더이상 ADSL의 확산을 막아설 이는 없었다. P2P방식의 음원 공유 서비스 '소리바다'는 ADSL을 타고 고속으로 확산되었다.
나는 밤늦도록 정확히는 새벽까지 PC앞에 앉아 불법의 바다를 헤매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검색하고 보다 좋은 음질의 파일을 찾아 다운로드 했다. 물론 불법이었다. 죄책감을 인지할 틈도 없이 MP3파일을 확보하는데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야말로 수집과 집착 그 사이 어딘가에서 매일밤 표류중이었다. 덕분에 현재까지도 즐겨듣고 있는 많은 MP3파일을 그 시절 보유하게 되었다. 사실 MP3뿐이 아니었다 예산이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CD구매도 잊지않았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이 뒤엉키던 그런 시절이었고, 나는 마침 그럴 나이였다.
조용한 새벽 불법 다운로드한 음원을 윈앰프를 통해 플레이했다. 돈을 모아 좀 더 좋은 PC용 스피커를 장만하고 윈앰프 플레이 리스트에 쌓여가는 파일들을 보며 뿌듯해했다. 윈앰프를 통한 개인방송도 인기를 끌었지만 사람들의 말보다는 음악만 듣는 편이 더 좋았기에 나는 음원 수집에 더 집중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음반들을 파일로 확보하기도 했고, 어디선가 들어본 음악들을 다시 찾아서 듣고 모으고... 장르 구분 없이 다양한 음악을 듣고 MP3파일을 확보했다. 최신 인기곡을 확보하는 무리들도 있었지만 나는 오히려 지나간 음악들이나 숨어있는 곡들을 찾는데 집중했다. 불법의 바다를 헤매던 그 새벽 나의 감성을 가장 자극한 곡은 빛과 소금의 노래들이었다. 혼자있는 조용한 새벽에 잘 어울리는 노래였다. LP를 보유중이었지만 좋아하는 곡일 수록 MP3 파일로도 확보해야만 했다. 모두가 잠든 조용한 새벽, 나만의 미션은 계속되었다.
지금 들어도 고급스러운 빛과 소금의 음악과 불법 다운로드는 뭔가 괴리감이 있지만 불법의 바다를 헤매던 나에겐 빛과 소금과도 같은 음악이었음을 고백한다. 빛과 소금의 대부분의 노래를 좋아하지만 한 곡 한 곡 찾아내던 미션을 떠올리며 몇 곡을 골라내어 소개해본다. 이 노래들을 들으면 아직도 그 새벽이 떠오른다.
<<빛과 소금 1집>> 그대 떠난 뒤
https://youtu.be/fKWGmo5YaIw?si=wlJBWJD1UuFYeRHf
<<빛과 소금 2집>> 내곁에서 떠나가지 말아요
https://youtu.be/S47C2FnxcSY?si=F_u7tKSaXKrxUOA1
<<빛과 소금 3집>> 그대에게 띄우는 편지
https://youtu.be/46RR_Q5MS9A?si=5f3lYcUVO_TOqL3D
<<빛과 소금 4집>> 그 여름의 마지막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항상 많은 비가 내리고, 그 무렵엔 아직도 늘 이노래를 듣는다.)
https://youtu.be/Kd0ZsJsEeGw?si=XgXflOaMNVrUdHgP
<<빛과 소금 4집>> 사랑했던 이유만으로
https://youtu.be/W_cJ07SfWv4?si=m1YvoHrLiaIrz2v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