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나요? 늘 믿고 듣던 그 시절 최고의 기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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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년대 그리고 다양한 대중음악이 공존했던 90년대, 음악을 좋아하던 친구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빅히트, SM , YG, JYP 만큼 혹은 그 이상 유명한 기획사는 동아기획이었다. 동아기획 소속 가수들의 음반이 발표되면 무조건 찾아들었고 동아기획이 주던 음악적 컬러에 매료됐었다. 당시 동아기획의 대표 김영은 대장으로 불리며 많은 가수들을 이끌었다. 들국화, 김현식, 김현철, 장필순, 빛과 소금, 한영애, 봄여름가을겨울, 김광석, 어떤날, 유재하, 이소라 등 내가 좋아했던 가수는 대부분 동아기획 소속이었다. 동아기획에서 발매되는 음반은 무조건 믿고 들었다. 이후에 조동진, 조동익 형제가 이끌던 하나음악도 비슷한 음악적 신뢰를 주었다. 그 뒤에는 좀 색깔이 다르긴 했지만 신해철, 015B, 윤종신 등으로 대표되던 대영AV 음악도 많이 들었다. 그러나 동아기획과 하나음악이 주던 음악적 컬러와는 결이 다른 것이었다.
동아기획이라는 네임만으로도 많은 가수를 만났다. 음악을 접하고 찾아듣는 것이 쉽지 않던 시절이었기 때문에 그 신뢰감은 더욱 맹목적이었다. 중학교 수학 여행때 같은반 친구 하나가 잘 치지도 못하는 기타와 그 시절 유행하던 가요대백과 책을 가지고 왔다. 그리고 어설픈 실력으로 기타 연주를 시도하다 결국은 카세트 테이프로 노래 하나를 들려주었는데 그 노래가 김현철의 '동네'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작곡 작사를 직접하고 이제 겨우 20살밖에 안된 동아기획 소속 가수라며 1집 음반을 들려줬는데 그 음악은 꽤나 충격적이었다. 뭔가 세련되면서도 따뜻한 느낌이랄까.. 아마도 역시 동아기획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게 감성 충만하던 시기에 지금까지도 가장 많이 듣고 있는 동아기획 음악들을 하나 둘 만나게 되었다.
영원한 것은 없다고 그렇게 대단했던 동아기획도 그 영역을 조금씩 잃어갔다. 다양한 음악이 공존했던 90년대에는 언더그라운드 혹은 아티스트적 컬러가 강했던 동아기획 외에도 다양한 기획사들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다. 신해철, 015B, 윤종신, 전람회(김동률)로 대표되던 대영AV는 자체 프로듀싱 능력을 보유한 뮤지션들이 모인 기획사로 자리잡아 갔고, 작곡가 김창환을 중심으로 한 라인 뮤직은 신승훈과 김건모 등 당대 최고의 가수들을 배출하며 가장 대중적인 인기 음악을 만들어내는 기획사로 자리잡아 갔다. 한참 뒤의 일이지만 동아기획의 명성이 예전만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 레코드샵에 가면 동아기획 음반을 묶어서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기도 했다. 나 역시 동아기획 음반들은 거의 카세트테이프나 LP로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CD로 소장해줘야 한다는 마음으로 지난 기억을 떠올리며 다소 서글퍼진 추억을 구매했다. 하나음악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하나음악을 통해 유재하 음악경연대회 출신 가수들도 많이 배출되었고 장필순의 음반들도 인기를 끌었지만 세상의 변화를 버틸 수는 없었다. 뒤에 프로젝트 음반이 발매되기도 하고 그들을 그리워 하는 팬들은 알음알음 그 음반을 구매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지 못했다. 점점 사라져가는 그 아날로그적 감성을 붙잡고 싶었지만 동아기획도 하나음악도 추억 속으로 소장되었다.
지금도 그때의 감성을 그리워하는 나와 같은 사람들은 아직도 그 시절 음악을 듣고 있을까? 나처럼…
이젠 TV에서 종종 만나게 되는 아저씨가 되어버린 김현철이 익숙해져버렸지만, 한때 전형적인 강남출신의 오렌지족 같던 세련된 이미지의 김현철을 기억한다. <<김현철 1집>>은 언제들어도 세련되면서도 풋풋하다.
https://youtu.be/J57SzHra_l4?si=EsK8FogvV5MGtqu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