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레코드샵에서 흘러나오던 그 노래
#02
어느 동네에나 있었으나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는 흔해 빠진 레코드샵 이야기를 해보려고 한다. 내가 살던 아파트 상가 2층에도 작은 레코드 샵이 있었다. 주인이 앉아있던 카운터를 빼면 성인 2~3명이 서있기도 힘든 좁은 공간이었다. 좁은 공간이긴 했지만 카세트 테이프를 진열하여 팔던 시기라 작은 공간에도 빼곡히 많은 음반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따로 출입문이 있는 구조가 아니고 아파트 상가의 오픈형 구조였기에 쉽게 접근이 가능했으며 자연스럽게 그 앞을 서성이며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레코드샵은 음반 구매뿐만 아니라 그 시절 인기있는 음악들을 접하는 경로가 되기도 했다.
이승환 1집은 그 곳에서 처음 만났다. 뒤에 큰 인기를 얻었으나 처음 레코드샵 스피커를 통해 그 음악을 접했을 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가수였다. 시간이 지나 이승환은 처음보다 완성도 높고 좋은 음악도 많이 발표했지만 개인적으로 1집이 주는 특유의 분위기는 그의 음악 중 단연 최고라고 생각한다. 1집 음반을 듣고 있노라면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가게 되는 묘한 힘이 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들지만 그 음반이 주는 특유의 감성이 분명히 있다. 이승환이라는 가수를 특별히 좋아했던 것 같지는 않았는데 돌이켜보면 그의 음반이 발표되면 늘 챙겨들었고 콘서트도 몇 번 간 기억이 있다.
다시 레코드 샵 이야기로 이어가자면, 음악을 좋아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알려진 동네 레코드 샵이 있었다. 가수 신해철이 살고 있던 아파트 상가에 있던 레코드 샵인데 신해철과 아무런 관련도 없었지만 어린 나이에는 그래서 좀 더 특별하단 생각을 하기도 했다. 그 레코드 샵에서는 자신이 원하는 노래 목록을 적어가면 그 음악들로 구성된 나만의 음반을 만들어주었다.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만 구성된 나만의 음반은 너무 특별하고, 선물용으로도 최고였다. 물론 집에서 더블데크를 사용해 녹음을 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그 레코드샵에서는 내가 가지고 있지 않은 음원도 나만의 음반에 포함할 수 있다는 크나큰 장점이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엄연한 불법 행위인데 그 시절에는 저작권이라는 말이 지금처럼 일반적으로 통용되던 때가 아니었다. 길거리 리어커에서 최신 유행곡들로 구성된 카세트 테이프를 팔고 길거리 차트가 곧 그 당시 인기 순위였으니 이상할 것도 없었다.
동네 레코드샵은 90년대 대중음악의 황금기와 함께 진화했고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번화가에는 대형 레코드샵이 자리했다. 강남역 타워레코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몇몇 음반은 직접 들어볼 수 있도록 헤드폰과 함께 걸려있었고 셀 수 없이 많은 음반이 진열되어 있었다. 자연스레 사람들의 만남의 장소 역시 강남역 뉴욕제과에서 타워레코드로 옮겨갔다. 휴대폰도 없던 그 시절 약속 상대가 늦는다해도 타워레코드에서 기다리는 시간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다. 지극히 소박한 동네 레코드샵이 주는 감성도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몹시도 세련된 대형 레코드샵이 주던 그런 감성도 있었다. 지금은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추억 속에만 존재하는 곳이지만. 그래서 몹시도 더 그리운...
지금은 사라진 강남역 타워레코드의 모습이 잘 담겨있는 1999년도 영화 <텔미썸딩>을 소개한 영상이 있어 가져와보았다.
https://youtu.be/ZkNV67q0-zI?si=28SBtrmdItiKPCbx
<<이승환 1집>>은 특별한 힘이 있다.
첫번째 트랙의 전주가 흘러나오는 순간 그 때 그시절의 감성으로 바로 빠져든다.
그리고 외운적도 없는 가사를 줄줄 외우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