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가사만큼 진솔했던 '이소라의 프로포즈'
#08
본방사수라는 말은 언제부터 생겨났을까? 본방이 아니어도 언제든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는 요즘 본방사수는 꽤나 의미 있는 일이지만 본방이 아니면 안되던 본방뿐이던 시절도 있었다. 한 때 큰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모래시계 방송 시간에는 거리가 한산했을 정도로 본방사수는 지극히 당연한 일이었다. 내가 되도록이면 본방을 사수하려 했던 TV 프로그램은 '이소라의 프로포즈' 다. 이문세쇼에서 이소라의 프로포즈로 다시 윤도현의 러브레터로... 계속 변화했지만 '이소라의 프로포즈' 시절에는 아무리 피곤해도 꼭 본방을 챙겨보려고 했다. 또 하나의 프로그램은 FM라디오 '음악도시' 이다. DJ 신해철, 유희열, 이소라로 이어지는 수년간 난 음악도시 시민이었다. 청소년 시절 당연하게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들어온 것과 달리 '음악도시'는 개인의 취향이 반영된 보다 자의에 의한 본방사수였다. 물론 진행자들에 대한 개인 취향에서 출발한 것이었지만 그들이 소개해주던 음악이 좋았기에 본방사수를 지속할 수 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많은 청취자들은 그 방송을 통해 많은 노래와 뮤지션을 알게 되었고 관심을 갖게 되었을 것이다. 그 프로그램에서 자주 소개 되었던 음악, 청취자들이 사랑하는 음악들을 모아 프로그램 이름을 걸고 음반을 내기도 했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이소라의 프로포즈' 진행자였던 이소라는 음악도 좋았지만 그녀의 가사만큼이나 진솔한 방송진행도 좋았다. 누군가는 출연진에 대해 너무 편파적이다 출연진에 대한 개인의 감정이 너무 드러난다는 등 비판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자신의 이름을 건 '이소라의 프로포즈' 인데 진행자의 감정이 조금 드러나는 것이 뭐 어떤가. 나 역시 편파적인 사람인지라 오히려 그런 솔직함이 좋았다. 그렇게 진솔한 그녀가 쓴 가사는 때론 날카롭게 마음을 베이고, 때론 먹먹하게 가슴을 울렸다. 물론 그런 가사의 완성은 숨소리 하나하나까지 소중하게 전해오는 그녀의 목소리, 그녀의 노래이다. 가끔 이소라의 노래를 듣다 보면 나자신 조차 속이고 마음속 깊이 숨겨둔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많다. 저토록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그녀의 사랑은 얼마나 처절하고 얼마나 아름다울까 가끔 상상한다.
요즘 본방을 보는 사람은 드물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장소에서 원하는 프로그램을 볼 수 있으니까. 참 편리하다. 심지어 프로그램을 처음부터 끝까지 보지 않아도 편집된 짧은 영상만으로 충분할 때도 많다. 그리고 하나를 보고 나면 비슷한 영상을 줄줄이 추천해준다. 편리함과 낭만은 영 거리가 먼 것 같지만 유튜브에는 정말이지 없는게 없다. 그 시절 본방 사수 프로그램도 볼 수 있다. 종종 잊었던 낭만도 그 놈의 알고리즘이 찾아준다. 조금 쓸쓸한 어떤날 그 시절 ‘이소라의 프로포즈’를 찾아보길 추천한다. 영상 속 촌스러운 그들이 얼마나 애틋하고 그리운지, 시청자 엽서나 PC통신 사연을 소개 하던 모습이 얼마나 정겨운지, 특히 프로그램에서 종종 라이브로 직접 노래를 부르던 이소라의 노래는 꼭 들어보길... 꼭
한 두 곡을 골라서 소개하기 힘들만큼 <<이소라>>의 모든 노래가 좋지만
이소라의 '사랑'을 가장 잘 보여주는 몇 곡을 어렵게 소개해 본다.
<<이소라 6집 눈썹달>> 바람이 분다
https://youtu.be/Fk__GLYSFMw?si=jlEaW5kpY3ca3_Qq
<<이소라 5집 SoRa's 5 Diary>> 나를 사랑하지 않는 그대에게
특히 이 앨범은 Diary 컨셉으로 제작되어 가사와 함께 이소라의 일기가 구성되어 있다.
https://youtu.be/xHDDGPlxZLU?si=-fqC0J7OqQuxXCJX
<<이소라 4집 꽃>> 제발
https://youtu.be/hbqd5zHNH9w?si=vv2MouBpO5y-yM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