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장은 육아휴직이 없어요...
출산 후 자영업을 했던 나의 경우에는 직원들에게는 육아 휴직을 줄지언정 사장인 나는 육아휴직을 가질 수가 없었다. 아마도 작은 규모의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장들이면 무슨 이야기인지 실감할 것이다. 사장의 의존도가 높은 작은 회사인 경우, 사장이 일을 쉬게 되면 매출에 바로 타격을 입게 되기 때문에 사장은 아파서도 안되고 육아휴직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지 않으면 직원 월급을 줄 사람이 없다.
나의 배가 남산만 해졌을 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고용보험부에 전화해본 적이 있다. "여자 사장은 육아휴직 신청을 할 수 있나요?" 어차피 쉴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지만 나도 출산하고 육아해야 하는데 지원금이라도 받으면 조금이라도 위로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취지였다. 하지만 답변은 "고용주는 육아휴직을 신청하실 수 없습니다"라는 대답이었다. 기대는 안 했었지만 그래도 여자 사장은 신청 자체에서 제외가 된다. 뭐, 고용보험부는 말 그대로 고용보험부니깐...
사장이 그런 것까지 챙기려고 한다고 욕심이 많다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에서 여성에게 출산을 장려하는 것이 육아휴직의 취지라면 여성이 사장이기 때문에 예외가 된다는 것은 불공평하지 않은가?
조금 더 깊게 들어가 보면 출산을 장려하는 육아휴직은 왜 여성이 근로자에만 해당된다고 생각한다는 사회적 편견도 무시할 수 없다. 소규모 자영업자 여자 사장들도 많이 있고 그들도 출산과 육아를 해야한다.
물론 국가로부터 얼마를 더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보다 회사를 빨리 크게 만들어서 직원과 사회에 더 많은 복지와 혜택을 주는데 포커스를 맞추는 것은 이상적일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느 수준으로 키우기까지 소규모 업체의 사장은 회사를 유지하고 키우기 위해 모든 비용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규모를 키우기 전까지 겪어야하는 소규모 여사장의 슬픈 현실이다.
출산휴가나 육아휴직도 없이 출산 후 꿋꿋하게 바로 일에 복귀해서 열심히 일하는 모든 여자 사장들, 역시 아프니깐 사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