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착오의 중요성
어떤 결정을 내릴 때 그 분야에 전문가가 아닌 이상 시행착오란 과정을 겪게 된다. 물론 전문가 지인이 있다면 직접 물어보거나 요즘은 인터넷에 정보와 피드백이 넘쳐나기 때문에 그래도 아예 없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보다는 판단에 도움을 주는 것이 많이 있다. 하지만 정보란 것이 나에게 특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정보를 찾았다 해도 나에게 맞춰지기까지는 이 시행착오라는 과정은 필요하다.
그래서 시행착오 기간을 내가 원하는 목적으로 가는 꼭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고 그것이 맞는 결정이건 틀린 결정이건 일단 진행해보면서 결정의 옳고 그름을 좁혀가면서 적응시키는 과정이 필요한 것 같다.
시행착오란 이야기를 글의 서두에서부터 이렇게 장황하게 꺼내는 이유는 아이를 가지려 할 때 의사의 선택과정에 시행착오 과정이 참으로 많이 차지하기 때문에 이를 좀 자세하게 설명하고 싶어서이다.
만일 아이 갖기를 마음먹었다면 그리고 아이가 생각처럼 바로 생기지 않는다면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이 시행착오의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일단 빨리 결정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물론 임신이 금방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나는 난임이다"라는 책을 통해 이미 유 배우자 두 명 중 한 명 꼴로 난임을 겪고 있는 통계자료에 대해서 이야기한 적이 있다. 또한 출산인구가 30만 명임에 비해 2018년 보고된 난임 인구는 24만 명에 육박하여 많은 사람들이 난임을 겪고 있는 것이 현실이 되었다. 그래서 아이를 갖기로 마음을 먹었는데 바로 생기지 않는다면 '마음을 편히 가지면 남들도 다 가지니깐 저절로 생길 거야', '난 뭐 그렇게 심각한 난임이 아니니깐'라는 수동적인 자세로, 임신을 할 수 있는 중요한 시간을 흘려보내지 말고 적극적으로 과학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책 한 권을 통해 구구절절 설명했다. 하지만 이 과학적인 최선의 방법을 찾았다고 해도 그것을 집행하는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과정은 너무나 중요하고 때에 따라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하려 한다.
내 지인도 40대 중반에 아이를 가지려고 노력하였지만 바로 아이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결정을 비교적 빨리하였다. 그녀는 내가 성공한 시험관 의사에게 진료를 받기 원했으나 직장과의 거리를 고려해서 회사 앞에 있는 나름 유명한 병원에서 시험관을 시작했다. 그녀는 1차를 진행하면서 많은 질문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의사나 간호원이 자신에게 집중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느꼈었다. 스케줄도 본인이 리마인드 해야 하고 만족되지 않는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으나 회사에 다니면서 거리를 무시할 수 없어서 아쉽지만 1차 시험관은 이 병원에서 진행하였다. 1차 시험관의 실패로 그녀는 다른 병원으로 옮겼다. 내가 추천한 의사 선생님의 경우에는 초진을 받으려면 그 대기가 2달 이상이나 걸렸다. 그래서 예약을 올려놓고 2차는 다른 의사와 시험관을 진행했다. 2차의 실패로 결국 그녀는 여러 번의 우여곡절 끝에 결국 내가 추천한 G선생님께 가게 되었고 선생님과의 시험관 진행에서는 1,2차 때 본인이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진료를 경험하였다.
그녀는 시험관 시술을 할 때마다 1차, 2차 모두 충분한 수의 난자가 생기지 않아 시험관 할 때마다 어려움을 겪었다. 3차에서는 난자가 채취되긴 하였지만 G선생님은 최상급의 난자가 나올 때까지 시험관을 진행하지 않았고 그녀는 최상급의 난자가 채취되기까지 G선생님과 계속해서 노력했다. 결론적으로 그녀는 3차 시험관을 성공했다. 최상급의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그녀는 3차를 1,2차보다 힘들게 진행했었다. 그녀는 3차를 진행해 보고 난 후에 자신이 1,2차를 어떻게 진행했는지 비교할 수 있었다. 만일 그녀가 차트를 옮기기 힘들어서 아니면 회사와 거리가 너무 멀어서 기타 다른 등등의 이유로 3차를 진행한 선생님과 진행하지 않았다면 본인의 1,2차 경험을 비교할 수 있는 기준이 없었을 것이다. 아마도 계속해서 같은 병원에서 시험관을 진행했을 수도 있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해 그녀의 성공까지의 과정을 굉장히 단편적으로 설명한 것은 사실이다.
내가 "나는 난임이다"책에서 통계학적 자료를 기반으로 시험관을 6차까지 포기하지 않고 진행한다면 그 성공률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라고 썼지만 문제는 자기와 맞지 않는 의사와 6차까지 진행한다고 성공확률이 높아지는 것이 아니다. 바로 어떤 의사와 해야 하는지에 대해 본인이 판단을 해야 하는데, 이 판단 과정은 본인이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오랜 시행착오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이다. 여기저기서 좋다고 하는 좋은 의사를 오랜 대기후에 만난다고 하더라도 나와 맞지 않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의사가 아니다고 판단이 되면 차트를 옮기고 병원을 옮기는 것은 참으로 힘든 일이다. 그렇게 옮기더라도 나와 맞지 않은 의사를 또 만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서론의 시행착오 과정을 길게 설명했다. 이 좁혀가는 과정이 상당히 지치고 힘든 과정이지만 솔직히 나에게 맞는 의사를 찾는 일만 해도 절반 이상의 성공이다.
의사와 병원의 선정은 너무나 중요하다. 한 사이클을 돌 때마다 얼마나 피 말리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는데 의사와 병원에 따라 이 과정에 대해 단순하게 상업적으로 대하는 곳도 있고 아니면 진정 이 환자에게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면밀한 관찰을 하는 의사가 있다. 이것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누가 판단을 해 주겠는가? 오롯이 환자의 몫이다. 이 의사가 내 몸을 면밀하게 보고 있는지 내가 왜 실패를 하고 다음에는 어떻게 준비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확신이 있는 의사인지를 부수적인 요소를 배제한 채 판단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