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정

내가 이해하는 모든 것은, 내가 사랑하기 때문에 이해한다.

by BoNA

1.

아무것도 모르는 내게 선물처럼 와줘서 고마웠다.

모든 가족들에게 기쁨이 되어줘서 고마웠다. 너는 매일매일 우리들의 첫사랑이었다.

우유같이 뽀얀 얼굴로 아침마다 내 볼을 비비며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마웠다.

세상을 담아가는 그 예쁜 눈과 숨 쉬듯 뿜어내는 너의 모든 언어들이 아름다웠다.

바르게 자라줘서 고마웠다.

친구를 위해 준비물을 챙겨가는 너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선생님을 존경하고 아끼는 마음이 참 귀했다.

동생을 사랑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아빠의 몸을 놀이터 삼아 노는 너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일상에 지친 아빠의 손을 잡고 모험을 떠난다며 세상을 구경하던 네가 감사했다.

아름다운 소년으로 자라줘서 고마웠다.

잡티하나 없던 뽀얀 소년, 늘 정리 정돈을 잘하던 너의 세계가 감사했다.

노숙자에게 컵라면을 사다 주었던 너의 마음이 귀했다.

나와 여행을 떠날 때마다 잘 행동해 주어서 고마웠다.

돌아보니 어린아이가 참기 힘든 상황들을 잘도 참아주었다.

낮잠을 자는 나에게 이불을 덮어주던, 나를 위해 믹스 커피를 타주던 너에게 감사했다.

내 인생에 주단을 깔아주어서,

너 하나만으로 주인공이 되는 시간들이 많아서 감사했다.


2.

사람들과 부딪치는 걸 싫어하는 너에게 스포츠를 배우라 해서 미안했다.

다양한 경험을 해주고 싶어 니 의사와 관계없이 함께 갔던 전시와 음악의 시간들이 미안했다.

공부를 한다고 도우미 아주머니에게 너를 맡겨 미안했다.

몸이 약하고 피곤해 다가오는 너를 밀어냈던 시간들이 미안했다.

성분이 좋지 못한 음식들 까다롭게 골라내서 미안했다.

더 많이 안아주지 못해 미안했다.

내가 늘 피곤해서 미안했다.

네가 좋아하는 일에 늘 흔쾌히 긍정해 주지 못해 미안했다.

세상의 것들을 강요해서 미안했다.

끝까지 가지 못했던 모든 취미학습의 결말이 미안했다.

솔직하지 못해 미안했다.

어른들의 세계와 부모자식 간의 세계를 설명 없이 분리해서 미안했다.


3.

너를 통해 사랑을 배웠고

나 아닌 다른 사람들을 돌아볼 수 있게 됐고

내가 가진 전부가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통을 견디며 감사하는 법을 배웠다.

세상에는 수많은 부모와 자식이 있다는 것을

나도 한때는 자식이었다는 것을

그리고 내 뜻 대로 되지 않는 것들이 수천 가지가 넘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행복이 넘쳐 부러울 것이 없었고

밤새 울다가 지쳐 잠든 날도 있었고

신을 원망하기도 신에게 매달린 밤들도 허다했다.

너 때문에 죽고 싶다가 너 때문에 다시 살고 싶어졌다.

너를 위해 살고 싶었다가 나를 위해서 살고 싶어졌다.

미움과 원망이 부질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다행이다라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고

기다린다는 말을 이해하게 되었다.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긴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해서는 안될 말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앞으로 많은 시련들이 닥치겠지만 내 목숨처럼 그 마지막까지 주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4.

나는 너를 통해 사랑을 배웠고 이제 그 사랑의 힘으로 남은 날들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많이 서투르고 너와 보폭을 잘 못 맞추지만 나는 이제 너와 함께 걸을 것이다.

미안했고, 고마웠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가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기로 하자.

가장 소중한 것으로.













월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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