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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매시간 시장은 바뀐다

by 꿈꾸는 서여사

새벽에 가끔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가 있다. 그럴 땐 내 카페가 가까이 있어서 다행이다. 집에서 걸어서 10분 거리다.


어느 날 새벽의 상쾌함을 느끼며 카페까지 걸어갔다. 이른 시간이라 아무도 없을 줄 알았는데 출근 전 커피를 뽑는 손님이 계셨다. 커피와 함께 매일 20분 영어 공부를 하신다고 한다.


내가 뭔가 뿌듯한 일을 하는 것 같은 마음마저 들었다.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즐기고 출근하는 이 분의 뒷모습을 보며, 마음 속으로 응원을 전했다.

나는 무인 카페를 단순히 돈나무로만 보지는 않는다. 무인 카페를 운영하다보니 ≪불편한 편의점≫이라는 소설이 남 얘기 같지 않았다. 무인 카페는 저마다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오는 공간이다.

무인카페의 손님은 누구일까? 젊은 여성이나 아기엄마들이 주로 찾을 것 같지만 남자 손님이 압도적으로 많다. 혼자 오시는 남자 손님은 대면보다는 비대면을 더 좋아한다. 그 중에서도 테이크아웃을 선택하는 분이 70%는 된다.

무인카페에 오는 손님은 시간대별로 나뉜다. 24시간 운영하기에 출근하며 커피를 포장 구매하는 고객이 많고, 새벽에 일하는 고객도 단골이 된다.

새벽: 출근하는 직장인( 테이크아웃)

오전: 젊은 엄마, 운동하는 단골

점심시간: 근처에 근무하는 직장인

오후: 공부하는 학생

저녁: 대리 기사, 배달 기사

실평수 6평밖에 안 되는 작은 공간이지만 다양한 고객이 방문한다. 오전에 오시는 단골손님은 운동하는 아줌마부대다. 10시 30분이 지나면 10명 넘는 인원이 오셔서 매출을 올려주고 있다.


커피를 비롯해 음료를 다양하게 드시며 가끔 빵이나 떡도 가져와 드신다. ‘외부음식 반입금지’라고 문구를 붙여놓긴 했지만 이제 단골이 된 손님들은 음식을 먹어도 된다는 것을 알고 계신다.

우리 카페 옆은 중형병원이 있다. 외과 전문병원이라 교통사고나 몸이 불편한 분들이 입원하고 계신다. 병원 종사자들이 많아 점심시간엔 카페가 북적북적한다. 오후가 되면 2, 3층이 학원가라서 기다리며 과제하는 학생도 있고, 음료 하나를 둘이 나눠 마시며,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깔깔대며 먹는다.

아파트 단지 안이다 보니 저녁에는 손님이 하나둘씩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다 9시가 되면 근처 카페는 9시면 문을 닫기에 또다시 카페가 활기차진다. 밤늦은 시간엔 헬멧 쓴 배달기사가 피곤한지 커피를 마시며 쉬고 있다.

때로는 CCTV를 통해서 때로는 현장에서, 무인 카페를 찾는 손님들을 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 시구처럼 나에겐 단순히 손님이 아니라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으로 보인다.


그래서 저절로 웃음 짓게 되고, 내 밤늦게 일하는 사람이 쉴 곳이 있어서 다행이란 생각도 든다. 그들의 삶을 응원하는 작은 공간이 되고 싶다는 꿈을 꾼다.

잠시 방문하는 카페라도 이 곳에서 좋은 기억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브랜드 카페나 개인 카페는 인테리어가 별로여도 커피 맛과 친절한 손님 응대로 장사할 수 있지만 무인 카페는 일반 카페보다 더 예쁘고 눈에 띄어야 한다.


비용을 내는 손님은 그만큼 가치를 얻어가려 하기에, 나는 내 카페를 인테리어가 눈에 띄는 곳으로 가꿔 나가고 있다. 친절한 사장님, 직원의 대면 서비스가 없기에 더 예쁘고 깔끔한 공간으로 만들고 싶었다. ‘커피 한 잔의 여유’라는 말처럼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시장은 끊임없이 변한다. 하지만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나에게 돈을 가져다주는 돈나무가 아니라 손님들과 함께 성장하는 공간으로 만들어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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