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뮤즈노트 Nov 08. 2021

13. 학문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공부는 왜 할까?

논리학_아리스토텔레스

[아리스토텔레스의 리케이온을 찾아서]


동하는 생각의 지도를 살피며 플라톤 선생님이 주신 단서로 위대한 철학자가 살만한 곳을 찾아봤어요. 먼저 플라톤 선생님과 '변증법으로 겨룰만한 철학자'라는 단서에 대해 생각했어요. 플라톤 선생님은 헤라클레이토스의 변화(정)와 파르메니데스의 불변(반)을 합해서 현실은 변화하고 이데아는 불변하다고 주장(합)했어요. 동굴의 비유처럼 우리 감각은 믿을만하지 못하고 현실은 가짜란 것이죠.


플라톤 선생님의 '합'이 이번에는 '정'이라고 생각한다면, '반'에 해당하는 선생님을 찾아야 해. 이데아보다는 현실과 우리가 느끼는 감각이 의미가 있다고 주장하는 선생님을 찾아야겠어!



생각의 지도에 집중하자 플라톤 선생님 옆으로 리케이온이라는 큰 학교의 이미지가 떠올랐어요. "여긴가 보다. 플라톤 선생님만큼 훌륭한 철학자라고 하시더니... 과연 플라톤 선생님이 세운 아카데미아만큼 크고 멋진 학교네." 동하는 탈레스의 물항아리를 타고 리케이온으로 신나게 미끄러져 내려갔어요. '아얏!' 이번에도 엉덩방아를 찧으며 도착했어요. 주위를 둘러보니 학교라기보다는 아름다운 정원 같았어요. 사람들은 산책을 하며 평화롭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어요. 자세히 살펴보니 그중에서도 제일 많은 사람들이 쫓아다니는 선생님이 있었어요. 동하는 저분은 누구시냐고 사람들에게 물었어요. '저분은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이신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이라고 말해줬어요. 동하는 슬며시 뒤로 가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들었어요.


[이데아보다 현실 세상이 더 중요한 이유]


아리스토텔레스는 스승인 플라톤의 이데아보다 중요한 것은 지금 우리 눈에 보이는 세계라고 주장했어요. 그 근거는 이데아는 우리의 상상 속에 있어서 만지거나 냄새 맡고 알아볼 수 없기 때문이에요. 사람의 감각으로 알 수 있는 게 없다 보니, 천국을 상상하는 것처럼 이데아가 어떤 세계라고 설명할 수도 없죠. 서로가 자신의 상상이 맞다는 황당한 주장만 하게 될 거예요.


반대로 현실은 우리 감각으로 느낄 수 있는 유일한 세계예요. 당연히 함께 경험할 수 있어요. 그래서 우리가 이 세상을 살피고 지식을 쌓으면 진리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씀했어요. 결론적인 깨달음으로, 우리의 모든 앎과 지식은 현실에서 경험할 수 있는 세상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는 게 아리스토텔레스의 주장이었어요.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플라톤을 비판하며 이런 말씀도 했어요.


나는 플라톤 선생님을 사랑합니다. 그러나 진리를 더 사랑합니다.


이 세상과 그걸 느끼는 우리의 감각이 중요하단 말을 듣는 순간, 동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모습을 어디선가 봤다고 느꼈어요. 예전에 학원에 걸려 있던 그림에서 하늘을 가리키는 사람이 플라톤, 땅을 가리키는 아리스토텔레스였죠. '아~ 하늘에 있는 이데아보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중요하다는 의미였구나!' 동하는 그제야 그 그림의 의미가 이해됐어요.


라파엘로 <아테네 학당>의 플라톤(왼쪽)과 아리스토텔레스(오른쪽)

동하는 전설의 10단계 레벨업이 필요했어요. 하지만 분명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느꼈어요. 크게 숨을 들이 쉰 다음 손을 번쩍 들었어요.



[세상을 아는 지식, 지식을 만드는 방법]


동하 : 선생님, 현실의 세상을 잘 알려면 어떻게 해야 해요?

아리스토텔레스 : 세상을 알려면 학교에서 학문을 열심히 공부하면 된다.

동하 : 그런데 우리가 공부하는 학문은 어떻게 만들어졌어요?

아리스토텔레스 : 감각과 경험뿐 아니라 생각의 힘을 이용한 특수한 방법으로 학문은 만들어지지.

동하 : 특수한 방법이라면, 두 사람이 찬성과 반대의 입장에서 나쁜 점과 모순을 서로 발견하여 비판하고 좋은 점은 합치는 변증법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아리스토텔레스 : 오! 제법이구나. 변증법과 함께 사용되는 방법이 바로 귀납법과 연역법이란다. 이걸 활용하면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가 옳은지 그른지 알 수도 있지. 이미 아는 정보를 근거로 삼아 다른 판단을 이끌어내는 추론을 해서, 미래의 결과도 예상할 수 있단다. 즉 학문을 만들어 낼 수 있지.

동하 : 와아~ 상대방의 주장과 근거를 비판할 때 장단점을 생각하는 게 전부가 아니고 왜 잘못된 것인지도 알 수 있고, 츠론을 통해 미래도 알 수 있다니 대단해요. 배우고 싶어요.

아리스토텔레스 : 좋다! 그러면 질문을 하나 던질게. 소크라테스는 언젠가는 죽게 될까?  
 
동하 : 사람은 모두 죽어요. 소크라테스는 사람이죠. 그러니까 소크라테스도 죽게 될 거예요.

아리스토텔레스 : 맞아. 그게 바로 연역법이다. 연역법은 이미 알고 있는 올바른 판단(대전제)이 있다면 언제나 올바른 결론이 나오는 방법이지. 연역법을 사용하면 굳이 소크라테스가 죽을 때까지 기다리지 않아도 우린 결과를 미리 알 수 있지. 그럼 두 번째 질문이다. 모든 사람이 죽는다는 건 어떻게 알까?

동하 : 그건 관찰을 해보면 돼요. A라는 사람도 죽었고, B도 죽었고, C도... D도... 이렇게 관찰해보니 사람은 모두 죽었어요. 그러니 사람은 모두 죽는다는 게 올바른 판단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 : 맞아. 그게 바로 귀납법이란 것이다. 즉 여러 가지 사실들에서 올바른 판단을 만들어내는 방법이지. 연역법과 귀납법, 변증법이 중요한 것은, 예전에 알고 있던 사실에서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즉 이전의 지식으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얻어내는 것, 그게 바로 학문이란다.

동하 : 아하! 그래서 과학자들 방에 현미경이나 망원경이 늘 있는 것이었구나~ 여러 번 관찰과 실험을 하는 이유도 귀납법을 통해서 올바른 판단을 찾으려는 것이고요. 또 그런 올바른 판단을 연역법을 써서 미래를 예측해내는 것이 바로 학문이군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였어요. 그리고는 품에서 작은 깔때기 두 개를 꺼내셨어요. 동하가 말했어요.

귀여운 깔때기다!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이 웃으며 말씀하셨어요. "이건 귀납과 연역의 귀연 깔때기란 아이템이다. 물론 귀여워서 귀연 깔때기이기도 하지. 이 깔때기를 머리에 쓰면 상대방 주장을 깔때기처럼 모아서 잘못된 점이나 옳은 점을 바로 알게 해 준단다. 또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주기도 하지. 허허허. 내가 내는 시험을 통과하면 이 아이템을 선물로 주마!"


동하는 이제 전설의 10단계가 눈앞에 있다고 생각했어요. 고개를 끄덕이고 문제를 풀 준비를 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


1. 아리스토텔레스 :  플라톤의 제자이자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님이었어요. 알 수 없는 이데아보다 현실 세상과 자연에 대해 아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는 현실을 잘 관찰해서, 지금 우리가 배우는 대부분의 학문을 만들었어요. 논리학, 물리학, 정치학, 경제학, 심리학, 기상학, 수사학, 시학, 윤리학 등등 학교에서 배우는 대부분의 학문을 만들었지요. 그래서 지식인들의 스승, 최초의 과학자 등으로 불려요.  


2. 이데아 vs. 현실 : 아리스토텔레스는 플라톤의 이데아에 대해 비판했어요. 하지만 믿을 수 없는 감각보다는 현실 너머에 무엇이 있는지가 중요하다는 플라톤의 이데아를 좋아하는 학자(합리론자)도 있어요. 마찬가지로 감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현실이 중요하다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좋아하는 학자(경험론자)도 여전히 있지요. 이들은 서로 논쟁하며 철학과 학문을 변증법적으로 발전시키고 있어요.  

 

3. 논리학 : 연역법과 귀납법이 등장하는 논리학은 영어로 logic이에요. 이 말은 로고스(logos), 즉 생각의 힘이란 이성에서 나온 말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논리학을 체계적으로 만든 최초의 학자입니다. 귀납법과 3단 논법으로 알려진 연역법을 정리하여, 과학적인 탐구를 하는데 큰 기여를 했어요. 그래서 "소크라테스는 인류에게 철학을 주었고, 아리스토텔레스는 과학을 주었다."라고도 한답니다.


4. 리케이온과 소요학파 : 플라톤이 아카데미아란 학교를 세웠다면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케이온이란 학교를 만들었습니다. 리케이온은 예전에도 철학자들이 자주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장소였죠. 아리스토텔레스는 리케이온에서 길을 따라 자연을 산책하며 제자들을 가르치곤 했어요. 그래서 아리스토텔레스를 따르는 학자들을 슬슬 돌아다닌다는 뜻의 소요를 써서 소요학파라고도 부른답니다.


5. 알렉산더 대왕의 스승 : 알렉산더 대왕은 이집트부터 인도까지 대제국을 건설한 그리스 북부의 마케도니아의 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왕궁에서 알렉산더 대왕이 16살 될 때까지 가르쳤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은 다른 나라를 정복하러 갔을 때, 스승님 연구를 돕기 위해 새로운 식물과 온갖 종류의 동물과 표본 등을 보내주곤 했다고 전해집니다. 덕분에 유럽 최초의 동물원을 세운 것이 아리스토텔레스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6. 추론 : 이미 아는 정보를 근거로 삼아 새롭거나 다른 판단과 앎을 알아내는 것을 추론이라고 합니다. 


[엄마 아빠를 위한 팁]


논리적 글쓰기 책에 등장하는 논리학은 여러 개념을 알려주지만 아이들이 완벽하게 습득하기 매우 어렵습니다. 용어 자체도 어려울뿐더러 현대 논리철학이 그렇듯 복잡한 수학적 개념도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문제는 이 같은 개념을 알아도 글쓰기에 이러한 논리를 직접 사용하는, 단순한 구조의 글감은 많지 않다는 점입니다. 궁극적인 문제는, 아리스토텔레스도 알고 있었듯이 귀납과 연역의 체계를 반복하다 보면 언제나 옳은 제일 명제, 즉 유일한 진리가 무엇이냐는 물음이 남게 되어버립니다. 우린 아직 확실한 진리를 모릅니다. 우리가 학문 앞에 겸손해야 할 이유죠.


그래서 아이들에게는 복잡한 용어와 다양한 이론보다 논리학의 기본이 되는 귀납법과 연역법의 기본적인 원리와 개념을 가르치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그 개념이란 학문이 탄생해서 발전하는 원리를 아는 것입니다. 즉 과거의 지식 조각으로부터 새로운 지식을 만들어내는 것,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 학문에 있다는 것, 그리고 서로의 주장과 지식의 모순을 논쟁하여 변증법적으로 발전시키는 것이 학문의 방법임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이를 깨달은 아이는 어렴풋이나마 공부의 중요성을 이해할 수 있게 되겠죠?






이전 13화 12. [레벨업] 장단 맞추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