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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Nov 16. 2021

15. 도덕과 윤리를 왜 배울까?

윤리학_아리스토텔레스

[하나 구출작전]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과 함께 눈을 뜬 곳은 계곡의 한가운데 바위였어요. 급한 물살이 두 사람을 삼킬 듯이 넘실거렸어요. 뒤를 돌아보자 낭떠러지가 보였고 거대한 폭포가 떨어지고 있었어요. 동하는 물에 빠질까 두려워 자신도 모르게 선생님의 소매를 꽉 잡았어요. 그때 상류 쪽에서 붉은빛이 흘러나와 강물을 물들이기 시작했어요. 마치 물감을 풀어놓은 듯 강은 어느새 온통 빨간색이 되었어요.


"미토스의 정령들이여! 모습을 드러내라!"


선생님이 큰 소리로 외치자 물보라와 함께 온몸이 새빨간 거대한 물고기가 떠올랐어요. 물고기가 입을 쩍~하고 벌리자 입 안 갇혀있던 하나가 나타났어요. 하나는 동하를 향해 외쳤어요.


"동하야! 나는 괜찮으니 이제 집으로 돌아가! 물고기 입에 갇혀있는 신세지만 괜찮아. 어차피 난 여기에서 태어났으니 정말 괜찮아."


하나는 동하를 안심시키려는 듯 미소를 지었어요. 하지만 동하는 하나의 눈물을 볼 수 있었어요.


"하나야! 난 벌써 레벨 9가 되었어! 이제 한 단계만 오르면 전설의 레벨이 되니까 조금만 기다려봐!"


"정말 자랑스러워 동하야! 나는 못한 걸 해냈구나. 하지만 여기까지야. 돌아갈 수 있을 때 돌아가야 해. 마지막 기회야! 게다가 이 물고기는 미토스를 빼고는 뭐든 공격하는 괴물이야."


동하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을 바라보며 말했어요.


"선생님! 전 하나를 구하고 싶어요. 하지만 솔직히 집에 돌아가지 못할까 걱정도 돼요. 그리고 하나를 구하는 방법도 잘 모르겠어요. 하나를 구하려고 강물에 뛰어들었다가 폭포로 빨려 들어가거나 물고기에게 잡아 먹힐까 봐 겁도 나요. 어떻게 해야죠?"


선생님은 동하를 보며 '이런 때에 필요한 게 바로 도덕과 윤리'라고 말씀하셨어요.  

 

[도덕적인 판단은 어떻게 할까?]


아리스토텔레스 : 동하는 왜 집에 가고 싶니?

동하 : 사랑하는 엄마와 아빠도 계시고, 친구와 게임기도 있으니까... 집에 가야 행복해요.

아리스토텔레스 : 그렇지.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산단다. 그럼 집에 가면 될 텐데 왜 망설이지?

동하 : 제가 곤경에 빠졌을 때 도와준 친구를 버리고 혼자 돌아간다면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 : 그렇겠군. 그것이 내가 '사람은 사회적인 동물'이라고 한 이유란다. 우리는 혼자서 살아갈 수 없지. 이웃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살아가야 행복하게 살 수 있단다. 그런데 행복에 이르는 도덕은 기술이 필요하단다. 도덕과 윤리 역시 행복한 삶을 위한 수단이거든.

동하 : 도덕과 윤리를 알면 행복해질 수 있다고요?

아리스토텔레스 : 응. 지금 상황을 예를 들어보자. 너의 마음은 두 가지야. 첫째는 하나를 내버려 두고 혼자서 집에 돌아가는 거지. 즉 두려움이 너를 삼키도록 놓아두는 상태란다.

동하 : 그건 좀 비겁한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 : 그럴 수 있지. 그렇다면 또 다른 선택은 하나를 구하기 위해 무조건 풍덩! 하고 위험한 강물에 뛰어드는 거지.

동하 : 그건 좀 지나친 것 같아요. 하나를 구할 수도 없고 저도 위험에 빠질 테니까요.

아리스토텔레스 : 그렇지. 용기가 적으면 비겁함이 된다. 반대로 용기가 지나치면 무모함이 되지.

동하 : 딱 중간에 적절한 방법이 있으면 좋을 텐데요...

아리스토텔레스 : 맞다. 그게 바로 중용이란다. 중용은 어느 한쪽으로도 넘치거나 지나치지 않는 선택을 하는 기술이란다. 예를 들어 '무모함'과 '비겁함' 사이의 '용기'가 중용이지. 또 '거만함'과 '자기 비하' 사이에 '겸손'의 길을 찾는 것도 중용이라 할 수 있단다.

동하 : 하지만 늘 지나치거나 모자라지 않게 중용이란 현명한 방법을 찾는 건 어려울 것 같아요.

아리스토텔레스 :  맞아. 그래서 첫째, 과연 내가 이렇게 행동하면 중용일까?를 깊이 생각하는 숙고의 과정을 거쳐야 한단다. 그런 다음에는 반드시 생각을 실천해야지. 머리로만 아는 건 약을 받아서는 먹지 않는 것과 같을 테니 말이다. 그리고 그런 도덕적 상상과 생각이 일상생활의 습관이 되도록 만들어야 한다.

동하 : 학교에서 실천하는 삶에 대해 배우고, 엄마 아빠가 집에서 예절을 지키는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그런 이유로군요.

아리스토텔레스 : 과연! 레벨 9의 꼬마 철학자로구나!
도덕적 상상력(숙고)으로 중용을 찾고, 그것을 자주 실천하여 습관을 만드는 것이 윤리적으로 사는 방법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이 동하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씀하셨어요.

정의롭고 용기 있는 사람은 정의롭고 용감한 행동을 많이 해 본 사람이란다.


동하는 아마 하나를 구하기 위한 시도가 최후의 전투가 될 것이라 생각했어요. 그리고는 자신이 가진 아이템을 모두 떠올려봤어요. 이제 진정한 용기를 실천할 때라고 다짐했어요.


[아리스토텔레스 윤리학의 가르침]


1. 도덕과 행복의 관계 : 사람이 바라는 것은 행복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따라서 행복에 이르기 위해선 사람들과 어울려 살 때 필요한 도덕과 윤리를 도구처럼 잘 사용해야 합니다. 소크라테스는 도덕을 지식처럼 생각해서 사람들이 나쁜 게 뭔지 배우면 나쁜 짓을 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어요. 하지만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을 배운 사람도 나쁜 짓을 할 수 있다고 봤습니다. 실제로도 그렇지요? 그래서 아는 것만 중요한 것이 아니고 실천이 가장 중요하다고 주장했어요.


2. 실천과 습관 : 정의로운 사람은 슈퍼히어로처럼 타고 나는 게 아닙니다. 정의로운 행동을 많이 실천해 본 사람이 바로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이런 행동을 습관으로 만들어 자꾸만 실천해야 합니다.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버리는 좋은 습관을 가지면 자연스럽게 좋은 사람이 되는 것과 같은 이치죠. 그래서 윤리학(ethics)은 습관을 뜻하는 에토스(ethos)라는 말에서 나왔습니다. 학교에서 실천하는 삶에 대해 배우고 좋은 예절과 습관을 익히는 이유는 아리스토텔레스 선생님의 이러한 가르침 때문입니다.   


3. 중용 : 중용은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 현명한 도덕적 방법을 찾는 기술입니다. 용기가 지나치면 만용이 됩니다. 용기가 부족하면 겁쟁이가 되겠죠.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 적당한 중간을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 아닙니다. 어떤 행동에 지나치거나 부족한 점은 없는지 살피고, 양심에 떳떳한 실천 방법을 찾는 게 바로 중용입니다.


4. 도덕적 상상력(*숙고) : 중용을 찾는 좋은 방법이 있을까요? 내 행동이 지나치거나 부족하지 않은지 깊이 생각(숙고)하고 상상하는 게 중요합니다. 나중에 칸트란 철학자는 어떤 도덕적 행동을 하기 전에, '만약 이런 행동을 모두가 한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상상을 해보라고 했습니다. 이 역시 중용을 찾는 좋은 생각(숙고)의 방법이 되겠지요. 중용은 정해진 답이 없습니다. 따라서 끊임없이 실천해보며 자신에게 맞는 중용의 길을 찾아가야 합니다. (*숙고 : 깊이 돌이켜 생각한다는 뜻입니다.)


5. 니코마코스 윤리학 : 이 책은 아리스토텔레스가 리케이온에서 강의하기 위해 쓴 글을 아들인 니코마코스가 정리하여 편집한 책입니다. 그래서 아들이자 편집자인 니코마코스의 이름이 들어가 있어요. 아리스토텔레스의 윤리학에 대한 내용은 대부분 이 책에서 나오니 책이름을 꼭 기억하면 좋겠죠?


[엄마 아빠를 위한 팁]


공부를 왜 할까? 질서는 왜 지켜야 할까? 돈은 왜 벌까? 아이가 살면서 마주치는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해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주 간단히 답합니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는 공부를 아무리 잘해도, 질서를 아무리 잘 지켜도 돈이 아무리 많아도 행복하지 못한 경우를 많이 봅니다. 그 이유는 주객이 전도되었기 때문입니다.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들이 목적이 되면서 불행해지는 것이지요.

아리스토텔레스는 도덕과 윤리를 통해 분별력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 행복한 삶이라고 말합니다. 도덕과 윤리는 중용을 깨닫는 것입니다. 그런데 중용의 길을 찾으려면 일단 깊이 생각하고 반성해야 합니다. 이 길이 지나치거나 부족한 게 아닌지 말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실천을 자주 해서 습관이 되게 만들어야 합니다.

훌륭한 판단, 중용의 길을 찾기 위해 깊이 고민하는 습관을 가진 사람은 나쁜 인생을 살 수 없습니다. 도덕적 인간이란 어떤 고난이 닥쳐도 분별력 있게 행동하는 사람, 실천적 지혜로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 무엇보다 모든 것이 행복해지기 위한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될 수 없다는 삶의 본질을 깨달은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윤리와 도덕의 목적은 단순히 기쁨만 있는 삶이 아닙니다. 그것은 기쁨을 나누고 고통을 공감하며 다른 사람과 서로 어울려 행복하게 살아가는 법에 대한 학문입니다. 아이들에게도 진짜 공부는 삶 속에서 의미 있고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것임을 먼저 가르쳐야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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