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이란 단어를 뜯어보면 얼굴을 맞댄단 뜻이다. 영어로도 inter"VIEW"이니 미국 사람도 일단 직접 얼굴을 보겠단 얘기다. 공정하게 하려면 서류로만 합격자를 뽑아야 마땅하거늘 왜 외모가 드러나는 면접을 선호할까?
면접에 대한 전통적인 관점은 짧은 시간에 사람을 파악하는 건 불가능하다란 입장과, 최소한 판단은 가능하단 시각이 팽팽히 맞선다. 대개의 경우는 전자가 논리적으로 맞다.
하필 면접일에 애인이 연적이 가는 동호회 여행을 가겠다고 해서 불안할 수도 있고, 모기가 발가락 끝을 물어 '근질+아릿'해서 잠을 못 자 푸석한 외모일 수도 있다.
이 모습만 보고 면접관이 '얘는 흐릿한 사람이군!'이라고 속단할 위험이 있다. 수십 년을 알고 지낸 친구조차 잘 모를 때가 있는데 어찌 짧은 면접만으로 상대의 면면을 알겠는가를 생각하면 이해가 간다.
뭐라고? 이성 친구가 가득한 동호회 여...여행! 코파일럿 이하 그림 그래서 사회생활 초년생의 경우엔 자신감이 지나친 나머지 '나를 못 알아보면 회사가 손해'라거나(실제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다. 내가 그랬다.), '솔직하게 답변하면 되지'란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면접에 응하는 경우가 꽤 있다.
실제로 졸업 즈음 면접을 볼 때, '컴퓨터 조립'이 취미라고 지원서에 쓴 사람이 있었다. 면접관도 당시 그런 취미가 있었는지 반가운 얼굴로 '자, 컴퓨터 한 대 조립해 준다고 치고 어떤 부품을 쓸지 순서대로 조립과정을 한번 설명해 주세요.'라고 했다.
그런데 지원자가 되물었다. '어떤 용도로 사용하실 건지를 먼저 알려주셔야 합니다.' 면접관은 잠깐 당황하면서 '그냥 일반 가정에서 쓰는 용도...'라고 했지만, '가정에서도 게임을 주로 하는지, 영상 편집을 하는지, 문서 작업을 하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조립할 수 있습니다.'라며 용도를 집요하게 물었다.
곁에서 함께 면접시험을 치르던 나는, '아, 대충 조립하라고!'라고 말해주고 싶었지만, 결국 면접관이 '됐습니다!'라고 그분의 면접은 냉랭하게 마무리 됐다. 아무리 솔직한 답변도 TPO가 중요하달까, 안타까운 사례다.
그런데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짧은 시간이나마 면접을 하다 보면 '저분은 같이 일하기 힘들겠는데'란 느낌이 온다. 느낌일 뿐이지 않느냐고 묻는다면 그런 사람이 이래저래 뽑혀서 일을 같이 하다 보면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음을 깨닫는다. 그렇게 선입견이 강화되며 사는 게 나이를 먹는 일이려나 생각하면 더 슬프기도 하지만.
경험상 면접에서 별로인 사람이 뽑히는 대표적인 경우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폭발의 기운이 느껴진다 자리가 요구하는 그 이상의 스펙을 가지고 있는 경우
회사 내 사정이 있는 경우
면접관이 이상한 선입견과 편견을 갖고 있는 경우
사람을 뽑는 데도 욕심이 생겨서 면접 느낌이 싸한데도 고스펙을 뽑게 된다. 그런데 고스펙자는 자신이 하향지원했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일터에 만족감을 갖고 일하기 쉽지 않다. 면접에서 싸했던 어떤 특징과 하향지원 및 대우에 대한 불만이 합쳐지면 부정의 시너지가 증폭되곤 한다. 일을 하다 '쾅'하고 터져 여러 불의의 부상자를 만들고 나가는 경우를 보곤 한다.
회사에 지원자가 없거나 또는 빨리 자리를 채워 넣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는 면접에서 좀 걸리는 부분이 있어도 워낙 급하기에 일단 뽑는다. 케이스 바이 케이스여서 조금씩 다르지만, 이 경우엔 회사의 일처리 방식이 제일 큰 문제다. 그 자리에 사람이 급하게 필요한 이유는 대개 누군가가 나갔기 때문인데 과중한 업무라든가 부족한 대우 등이 문제였다면 해결하고 뽑았어야 한다. 이 역시 이상한 합격자와 회사의 문제가 섞이면 화학반응을 일으켜 역시 장엄한 폭발을 볼 수 있다.
마지막은 지원자는 훌륭해도 그걸 뽑는 면접관이 이상한 경우다. 일을 하다 보면 편견으로 똘똘 뭉친 사람이 보직을 하는 경우도 있는데(사실 많지요), 자기 수준에서 사람을 뽑게 되니 비슷한 사람을 뽑게 된다. 회사 입장에선 최악의 경우라 할 수 있는데, 새로운 후속 빌런의 씨앗을 속편처럼 심어 두고 그 사람은 유유히 회사를 떠난다. 그래서 악의 씨는 계속되는데....
빌런의 씨앗을 뿌리자
면접은 면접관의 입장, 즉 남의 눈으로 자신을 보는 일이다.
우리를 뽑으려는 회사는 로고로 상징되지만, 실제론 나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당연히 함께 일 할만한 사람이란 인상을 줘야 한다. 막무가내로 나를 못 알아보면 손해라거나, 솔직한 게 최고란 덕목은 덜 나쁘게 말하면 상대 입장에서의 관점과 준비부족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면접자로서는 크게 세 가지를 사전에 준비해야 한다.
내가 면접관이라면 어떤 사람을 이 자리에 뽑을까?
- 창의성, 지식, 성실함, 화합, 돌파력? 알아보고 스스로 자신이 규정한 뒤 답변을 준비해야 한다
이 조직의 아픈 곳(pain point)은 어디인가?
- 학교라면 지원률이나 취업률일 수 있고, 회사라면 특정 분야의 매출, M&A, 인력 유출 등일 수 있다.
면접관은 누구인가?
- 실무면접이라면 중간 보직자가 들어올 것이고, 최종면접은 이사급일 것이다. 조직도를 보고 미리
이름, 얼굴을 익혀두면 긴장을 가라앉히는데 도움이 된다. 상대에 따라 답변 포인트를 달리할 수 있다.
우리 회사는 창의적인 로봇 같은 인재를 원한다네.
핵심은 면접자의 눈으로 준비하기보단 면접관의 눈으로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면접관이라면?이라고 생각했을 때 떠오르는 형상이 합격자의 형상이 맞다.
그 형상에 맞춰 답변 준비를 하면 된다. 그런데 막상 면접장에 들어서면 떨리거나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하기 쉽다. 최소 50-100개 정도의 질문을 만들고 외우고, 녹음해서 시간 날 때마다 들으며 연습하면 도움이 된다.
그 자리에서 할 말을 생각하면서 말을 하면 떨리지만, 외운 내용이 있으면 든든해서 쉽게 마음을 가라앉힐 수 있다. 사실 떨리는 게 당연하므로 큰 감점요인도 아니라고 생각해야 한다. 도리어 면접관은 긴장하면서 대답하는 태도에 진정성을 느낄 수 있다.
전에 면접을 보면서 '선생님은 회사에서 면접관을 많이 해보셨으니 떨리지 않으시죠?'라고 묻는데, '막상 이 자리에 있으니 되게 떨립니다.'라고 한 기억이 있다. 그 답을 하면서 문득, '그렇구나. 면접관 대신 면접자가 되어 자리에 앉는 게 참 오래전 일이구나.' 싶었다.
누군가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니라 평가받는 자리는 나이를 먹을수록 극단적으로 줄어든다. 그래서 자꾸만 모든 걸 상대보다 높은 위치에서 '어디 보자...'란 느낌으로 보게 되기 쉽다.
다시 면접자의 자리에 서는 건 잊고 있던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이란 생각을 했다. 당황해서 어처구니없는 답변을 하거나 지나치게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여도 '나도 그랬었지. 지금도 그런 면이 있을 거야.'란 걸 깨닫게 되면 면접장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선입견 대신 더 투명하고 너그러운 태도로 다가가게 된다.
회사나 조직에서 일을 한다는 건, 좋든 싫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내 평가를 받는 과정이다. 면접을 준비하며 면접관의 입장이 되어 생각하는 건 상대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일이기도 하다. 나이를 먹어 다시 면접자가 되는 건 살아온 태도를 반추하게 되니 좋은 일이다.
남이 규정하는 내가 싫고, 내가 나를 소중히 하면 그만이란 가치와 자존감을 유지하되, 면접이란 가끔은 타인의 눈으로 나에 대해 생각해 볼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받아들이면 어떨까. 특히 나이를 먹어 면접기회가 줄어만 가는 사람이라면 더욱더.
남이 바라보는 나와 내가 바라보는 나, 진짜는 그 둘 사이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