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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뮤즈노트 Aug 03. 2024

나쁜 팀장과 좋은 팀장

팀리더의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한 일

좋은 팀장은 나쁜 전임자에게서 배운다.


회사에서 가장 흔한 보직자가 팀장이다. 임원 같은 고위직은 아니지만 직함과 권한을 가진 보직자이기 때문에 평사원을 직접 마주대하 중간관리자로서 고위직과 평사원 중간에 끼어서 살아간다.


낀 자의 역할은 명확하다. 커뮤니케이션 모형으로 보자면 코딩된(그럴듯한 이유로 포장된) 신호를 디코딩해서(맥락을 알아듣게끔 잘 풀어서) 수용자인 사원들에게 전달하고 실행하는 '라디오' 역할이 주된 업무다.



만약 라디오가 엉뚱한 주파수 대역을 맞추고 있다거나, 신호를 잘못 해석하거나, 아예 해석을 포기하고 디코딩된 신호를 그대로 흘려보낸다면 혼란이 인다.


회사가 어찌 되든 자기 출세에만 주파수를 맞춘 출세지향형 팀장, 지시를 잘못 이해해서 엉뚱한 지시를 내리려는 무능력한 팀장, 나는 전달했으니 실행은 너희 몫이라는 무책임한 팀장이 그런 부류다.


회사를 오래 다니다 보면 이 세 가지 유형을 '다 만나고 오겠네~'인 법이니까, '왜 내가 만나는 팀장들만!'이란 새삼스런 불평은 하지 말자. 중요한 것은 '나중에 저런 팀장은 되지 말아야겠다.'라고 다짐하며, 그들로부터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배워야 한다는 점이다.


좋은 팀장은 나쁜 전임자에게서 배운다.



그런데 나쁜 팀장이라고 그간의 배움이 없었을까? 그들도 입사 이후 동료들과 맥주를 마시며 나쁜 팀장을 비판하고 그렇게 되지 말자 다짐했던 사람들이다. 그럼에도 회사에서 나쁜 팀장이 생산라인 주형틀 고무신발처럼 척척 뽑혀 나오는 이유는 뭘까? 관찰 결과,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바쁜 업무


업무 때문에 나쁜 팀장이 될 수 있다. 팀장으로 처음 발령을 받았을 때 일이다. 발령받고 몇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임원에게 전화가 와서 특정 사안에 대해 보고를 하라고 했다. 담당자에게 관련 브리핑을 받고 부랴부랴 보고를 마치고 내려왔더니 이번엔 관계회사 회의가 기다리고 있었다. 회의 이후에는 기자들이 참여하는 공식 발표행사를 대충 마치고 올라왔더니 부서원의 업무보고를 받아야 했다.


지나치게 바빴다. 특히 당시 부서는 조직슬림화 방향에 따라 이런저런 소규모 파트를 합치는 바람에 업무가 폭증한 상태였다. 바쁘면 섬세하게 이것저것 고려하여 지시를 해독하기도 핵심을 전달하기도 어렵다. 본인 의도와는 다르게 무능력, 무책임한 팀장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둘째, 고통의 원인을 회사에서 찾는 사람들


팀원들이 문제인 경우도 있다. 싯다르타께서는 네 가지 진리로 고.집.멸.도(사성제)를 말씀하셨다. 삶이란 괴로움(고), 즉 생로병사, 이별, 미움, 욕망 때문에 고통이라 말씀했다. 그래서 집착에서 벗어나 깨닫고(멸성제), 수행을 실천(도성제) 해야 한다고 이천 년 전에 처방을 내리셨다. 일도 역시 고통을 주는 존재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고통의 종류는 다양함에도 모든 근원이 오직 일이고 일터란 관점은 문제다.


어떤 직원은 때때로 팀장에게 업무와 처우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는다. 자연스러운 일이고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이 있다면 도와주고 싶다. 그런데 모든 개인적 불행의 원인을 회사일에서 찾으며 다른 사람의 승진이나 실적을 질투만 하는 직원에겐 방법이 없다. 들어도 못 들은 척할 수밖에. 자기만 아는 출세지향형 팀장으로 낙인찍힐 수 있다.



셋째, 불안과 욕망


팀장 자신의 인격이 문제다. CEO나 리더가 되면 갑자기 성격이 변해 이상해지는 사람이 있다. 연구에 의하면 실제로 권력을 갖게 되면 뇌구조와 호르몬이 변한다고 한다. 안와전두엽이 손상된 환자와 비슷하게 무례하게 행동하거나, 뇌 속 신경세포인 거울뉴런이 작동을 멈추고, 남녀 모두 성호르몬이 증가하는 것으로 관찰됐다. 권력에 취한 상태일 때 나타나는 신체적 현상이다.


보직자는 권력에 가깝기에 이런 심리적, 신체적 변화에 노출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조금만 더 노력하면 더 높은 권력을 가질 것 같은 욕망, 실패하면 어쩌지란 불안에 시달린다. 이 과정에서 회사의 성공과는 무관하거나 무리한 지시를 강요하기도 하고, 무조건 따르란 식으로 강압적이 되기 쉽다.


그렇다면 이 와중에 대체 좋은 팀장은 어떻게 되는 걸까?


첫째. 반성의 괴로움 떠안기

 

공감능력 연구에서 60%는 권력에 취했지만 나머지 약 40%의 사람은 지위 상승에도 인격이 변화하지 않았다. 그들의 도덕적 판단력은 권력과 무관하게 멀쩡했다. 그들은 권력보다 자신의 인격적 고귀함을 선택한 것이다.


칸트에 따르면 좋은 사람이란 반성하며 괴로워하는 사람에 가깝다. 경험상 주변에서 본 좋은 팀장들은 모두 괴로워했다. 따라서 내가 혹시 팀원들에게 나쁜 팀장이 아닌지 생각하며 괴로워해 본 적이 있다면, 당신은 좋은 팀장이 될 자질을 갖춘 사람이다.



둘째. 거름망 역할하기


신입 시절엔 팀장이 덥석 덥석 이상한 일을 가져오는지 화가 났다. 그중 하나마나 한 일도 제법 있다고 느꼈다. 그런데 팀장이 자리를 비운 동안 국장 회의를 대신 들어가면서 일의 거름망 구조에 대해 알게 됐다.


심플하게 예를 들자면, 사장이 지시한 5가지 일이 있다고 치면, 해당 부문 이사가 일의 선후관계를 고려해 불요한 1가지는 드롭시키거나 다른 쪽에 넘기고 4개를 가져온다. 국장은 이 중 덜 중요한 하나를 제하고 3개를 받는다. 그리고 팀장은 이 중 거절할 수 없는 1-2개를 가져오는 구조다. 한정된 가용자원을 이용하여 효율성을 높이려면 팀장은 우산이 되면 좋겠지만, 적어도 필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거름망 역할만은 충실히 해야 한다.


셋째, 업무 설명 잘하기


팀장과 팀원 사이에는 정보의 불균형이 있다. 팀장은 회사 전체적으로 해당 업무의 의미와 히스토리를 알고 있는 반면, 팀원에겐 당장 내려받은 업무 지시만 눈에 들어온다. 이때 앞서 말했듯 팀장은 디코딩을 해서 전달하는 라디오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번거로운 일이지만 최대한 상세하게 이 일이 어떤 맥락과 과정을 거쳐 왔는지를 이야기해 줘야 한다.


'이걸요? 제가요? 왜요?'는 대부분 정보공유 없이 달랑 일만 떨어질 때 벌어진다. 팀장은 화를 내지 말고 '업무의 목적은?', '내가 해야 할 일은?', '업무의 히스토리와 향후 추진방향은?'이란 질문으로 해석하여 친절하고 상세하게 이야기해줘야 한다.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시대는 지났다.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따르면 찰떡같이 말해도 정보는 100% 온전히 수신자에게 전달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나쁜 팀장은 누구인지, 나쁜 팀장이 되는 과정, 그리고 좋은 팀장의 조건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런데 정작 나는 좋은 팀장이었을까?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란 생각으로 살아가지만, 막상 닥쳐서 경험해야만 질문에 정확한 답을 얻게 되곤 한다. 그래서 팀장직을 떠난 , 당시 팀원들에게 가끔 점심 먹자는 연락이 오거나, 시시콜콜한 일로 수다를 떨러 오면 반갑다. 좋은 팀장까지는 몰라도 권력에 만취해 팀을 운영하는 '권취운전자'에선 벗어난 사람이구나라는 생각에 안도감이 든다.


스트레스 많은 팀장을 오래 할 건 못된다고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판단하는 용도로 회사 다니며 한두 번쯤 경험해볼 만한 직책이라고 가볍게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듯 하다. 어차피 인생은 경험으로 쌓아가는 나의 이야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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