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오늘도 너를 응원 중이야

나는 이미 꼬리를 흔들고 있다

by 소담



이 글은 반려견인,
라울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이야기입니다

【 내 이름은 라울, 나는 반려견이다 】
1부 - 첫 만남, 그리고 나의 세계
세 번째 이야기 - 오늘도 너를 응원 중이야




아침 공기는 아직 밤의 그림자를 붙잡고 있다. 창문 틈으로 스며든 바람이 코끝을 스치고, 이른 새벽의 냄새가 방 안에 옅게 번진다. 윤 집사가 매트 위로 조용히 내려앉는다. 몸이 바닥에 닿는 순간, 짧은 숨소리가 공기를 가볍게 흔든다.


윤 집사는 눈을 감고 고른 호흡을 이어 간다.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건 숨결과 이불 끝이 바닥을 스치는 부드러운 소리뿐이다. 나는 윤 집사의 곁에서 동그랗게 몸을 말고 있다. 눈은 반쯤 감았지만, 귀는 그의 작은 움직임에 맞춰 미세하게 움직인다.


어둠 속에서 요가가 끝나갈 즈음, 윤 집사는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 올린다.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방 안에서 그 눈빛은 고요하고 맑다. 그리고 나지막한 속삭임이 어둠을 가른다.


“라울~이리 와”


그 한마디에 내 몸이 먼저 반응한다. 다리를 쭉 뻗으며 기지개를 켜고, 앞다리를 ‘L’ 자로 굽혀 턱을 괸다. 이건 곧 아침 마사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게 나를 위한 건지, 아니면 윤 집사의 스트레칭인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다. 윤 집사의 손길이 내 몸을 천천히 늘리고 주무를 때, 관절에서 ‘딱, 딱’ 소리가 나도 기분은 시원하다. 나이가 들수록 이 순간의 가치는 커진다. 잠결에도 온몸이 풀리고, 기분은 묘하게 가벼워진다.


모닝 요가는 불이 꺼진 채로 끝난다. 윤 집사가 스위치를 켜는 순간, 부드러운 빛이 방 안을 가득 채우고, 나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먼저 욕실 앞에서 물소리가 멎기를 기다린다. 규칙적인 물방울 소리 속에서 나는 오늘의 첫 임무를 준비한다. 문이 열리면, 길게 기지개를 켜며 화장대 앞으로 이동한다. 의자 발치에 조용히 자리를 잡으면, 윤 집사가 웃으며 말을 건넨다.


“우리 라울이 기다리고 있었쪄? 아잉, 이뽀라.”


혀 짧은 그 소리는 매일 들어도 질리지 않는다. 오히려 하루의 첫인사가 품을 수 있는 애정의 최대치를 느끼게 한다. 윤 집사는 화장을 마치고 주방으로 향하는 그 앞을 자연스럽게 걸어간다.


주방은 아침의 전초기지다. 윤 집사는 바쁘게 움직이고, 나는 바닥에 배를 붙인 채 멀찍이서 지켜본다. 오래전 나는 이 거리를 몰랐다. 싱크대 아래까지 기웃거리다 발에 차이거나, 떨어진 간식에 달려들다 우당탕 소동을 벌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서로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는 ‘임계거리’를 안다.


가끔은 삶은 계란 한 조각이 내 몫으로 온다. 껍질이 ‘톡’ 하고 부서지는 소리, 노른자의 고소한 향이 퍼질 때면 귀가 절로 선다. 그땐 몰랐다. 반숙은 나에게 위험할 수 있다는 걸.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지만, 그 무모하고도 사랑스러운 믿음이 지금까지 이어져 있다.


아침 준비가 끝나면 드레스룸으로 향한다. 거울 앞에서 윤 집사는 하루를 빛나게 할 옷을 고르고, 나는 문 앞에 조용히 앉아 기다린다. 옷매무새를 다 고친 뒤, 윤 집사는 현관으로 향한다.


“라울아, 사랑해. 다녀올게.”


누나가 깰까 봐 낮게 내뱉는 목소리. 그 순간, 나는 빛보다 빠르게 꼬리를 흔든다. 그건 말 없는 응원이다.

오늘 하루가 윤 집사에게 눈부시게 빛나길 바라며, 나는 이미 꼬리를 흔들며 응원 중이다.


문이 닫히고 고요가 스며든다. 그제야 나의 아침 루틴이 끝난다. 어둠 속에서 시작한 에스코트는 단순한 배웅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의식이자, 서로를 향한 묵묵한 약속이다. 내가 윤 집사의 하루 시작과 끝을 꿰뚫고 있다는 증거다.


좋아하는 사람과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고, 눈을 마주치며 애정을 표현하고 싶은 것은 사람들도 매한가지일 것이다. 우리에게 가족의 사랑은 세상의 전부다. 그래서 가족을 바라보는 눈빛은 부드럽고, 반짝이며, 조금은 간절하다.


“사랑해.”


그 한마디는 우리를 웃게도, 울게도 만든다. 강아지에게 굳이 사랑한다고 말해야 할까 싶겠지만, 안 하는 것보단 하는 게 낫다. 중요한 건 그 마음을 전하려는 의지다.


사랑한다는 말은 마법 같다. 그 순간, 내 몸에는 옥시토신이, 뇌에는 도파민이 차오른다. 행복이 온몸을 타고 퍼지고, 아마 윤 집사도 같은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사랑은 주고받을수록 서로를 부드럽게 만든다.


그래서 오늘도 나는 현관 앞에 서서, 윤 집사가 떠난 길 위로 따스한 마음을 함께 보낸다. 내 꼬리는 여전히 윤 집사를 향해, 쉼 없이 흔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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