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세상에는 참 많은 독서법이 존재합니다. 빠르게 읽는 속독(速讀), 하나하나 정리해가면서 읽는 정독(精讀), 한 분야의 도서를 읽는 계독(繼讀), 많이 읽는 다독(多讀), 소리 내어 읽는 낭독(朗讀), 여러 책을 동시에 읽는 병렬독서, 중요한 부분을 베껴 쓰며 읽는 초서독서, 질문하며 읽는 질의독서 등 다양합니다.
서점에만 가도 독서법에 관한 책들이 한 코너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튜브에 '독서법'만 검색해도 수많은 영상들이 나옵니다. “이렇게 읽으면 책이 술술 읽힙니다”, “한 번 읽고 잊지 않는 독서법”, “이 방법으로 1년에 100권 읽었습니다”, “독서 천재들의 비밀” 등 관심을 갖게 만드는 제목들로 말이죠.
처음 독서의 길에 접어든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독서법은 무엇일까요? 단연 '속독'일 것입니다. 빠르게 읽는 만큼, 많은 지식을 단시간 내에 쌓고 싶은 마음이 들기 마련이니까요. 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자연스럽게 속독에 관한 책을 사서 읽었습니다. “눈동자를 이렇게 움직이면 빨라진다”, “한 줄씩 읽지 말고 한 페이지를 한 번에 봐라”, “속독을 위한 훈련을 해야 한다” 등 많은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그중 큰 도움이 되었던 내용은 두 가지였습니다. 하나는 “음독(音讀)하지 말라”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눈에 힘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음독(音讀)'은 글을 소리내어 읽거나, 머릿속으로 소리내며 읽는 것을 말합니다. 책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 목소리가 들린다면, 음독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글자를 따라가며 머릿속에서 소리내어 읽고 있지 않나요? 그러나 이상한 게 아닙니다. 대부분은 음독을 합니다. 자연스럽고 익숙하기 때문이죠.
그런데 음독의 치명적인 단점이 있습니다. 바로 '속도'입니다. 사람이 말하는 속도는 분당 약 150~200단어 정도입니다. 아무리 빠르게 말한다고 해도 분명한 한계가 존재합니다. 그런데 눈으로 읽는 속도는 분당 300~500단어입니다. 훈련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구요. 그럼에도 음독을 하면 말하는 속도 안에 갇히게 됩니다. 눈은 이미 다음 문장을 보고 있는데, 음독으로 인해 아직 넘어가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눈과 뇌 사이에 병목현상이 생기는 것이죠.
음독하지 않기 위한 노력은 쉽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읽으면 이해가 안 될 것 같은데?”라는 불안감도 들었습니다. 또한 습관적으로 '음독'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눈으로만 읽으려고 계속 노력했습니다. 읽는 속도를 높이고 싶은 마음이 컸기 때문이었습니다.
혹시 이 책을 보고 있는 지금 눈에 힘을 주고 있지 않으신가요? 미간이 힘이 들어가 있지 않으신가요? 저는 “집중해야 한다”는 마음에 눈과 미간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30분만 읽어도 눈이 금새 피로해지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눈에 힘을 빼고, 편하게 읽어도 된다. 눈에 힘주고 읽는다고 더 제대로 읽는 것도 아니다”라는 내용을 접하면서, 눈에 많은 힘이 들어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부터는 힘을 풀고 읽고 있습니다. 덕분에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읽어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책을 접하면서 개선할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못해도 30권이상의 독서법과 독서에 관한 책을 읽었습니다. 나름 따라해보고 시도해봤을 때, 저에게 맞는 독서법이 있었습니다. 바로 '초서독서'와 '계독'입니다. 필요에 따라 여러 분야를 읽는 병렬독서를 하지만, 주된 독서는 두 방법을 따르고 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이 방법으로 자연스럽게 독서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독서'를 잘하고 싶은 마음에 독서법을 비롯해 독서에 관한 책을 30권 넘게 읽다보니, 자연스럽게 속도도 빨라졌습니다. 눈의 초점을 빠르게 옮겨 읽는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시도해봤으나 성향과 맞지 않았습니다.
빨라진 이유는 단순합니다. 같은 주제의 책을 계속 읽으니 비슷한 내용을 자주 접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익숙하기 때문에, 뇌의 입장에서는 많은 에너지를 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0챕터에서 다룬 것처럼, 반복해서 접하니 뇌에서는 이것을 중요한 정보라고 판단하여 장기기억으로 저장한 것이죠. '낯선 내용'이 아니라 '봤던 내용'이자 '익숙한 내용'이었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독서'에 관해서만큼은 자연스럽게 이해력이 향상된 것이죠. 새로운 내용이나 사례가 나오더라도, 앞서 접했던 내용들을 기반으로 유추하여 이해하면 되니까요.
'1-2. 아는 만큼 보인다'에서 말했던 것처럼, '연결'이 자동으로 일어나기 시작합니다. 새로운 정보가 들어와도, 이미 자리 잡은 개념들과 연결되는 것입니다. 책을 읽는 것은 퍼즐을 맞추는 것에 비유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조각 하나하나가 어디에 위치할지 모릅니다. 맞춰나가는 시간도 오래 걸립니다. 그런데 퍼즐 조각들이 연결되어 가면서 그림이 나타나고, 조각의 모양으로 유추하여 연결시켜 나갈수록 완성하는 속도가 빨라지잖아요?
독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이 더디고 힘들뿐, 지식이 쌓여갈수록 새로운 지식을 이해하는 속도는 빨라지기 시작합니다. 기존의 지식이 이해의 마중물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독서는 운동과도 같습니다. 하다보면 익숙해지고, 능숙해집니다. 하나의 운동을 잘 하는 사람이 다른 운동 역시 비교적 쉽게 감각을 익히는 것처럼 말이죠.
독서에서도 이런 현상이 나타납니다. 어느 한 분야에 대한 지식은 필연적으로 다른 분야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 새로운 분야를 접할 때에도 '아는 것'이 있는 상태에서 시작하는 것이죠. 저는 '독서'에 관한 내용에 대해서는 어느 키워드들이 나오는 지 금방 머릿속에 떠오릅니다. 자주 나오는 키워드 중에서는 '신경가소성', '리더'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리더십'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리더십'에서는 '철학'으로 이어졌습니다. 또한 '신경가소성'에서는 '뇌과학'이라는 분야로, '뇌과학'에서는 '심리학'으로 자연스럽게 관심사가 확장되어 갔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독서'만큼 빠르게 읽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는 내용이 적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계독'이라는 방법을 통해, 이해력을 기반으로 빠르게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에 이 방법으로 새로운 분야를 공부해나갑니다. 방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우선, 같은 분야의 책 10권 가량을 읽어나갑니다. 한 두 권을 읽으면, 자주 등장하는 개념들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계속해서 읽어나가면, 비슷하지만 다른 내용들을 접하면서 지식이 확장되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복습이 이루어져서 장기기억으로 저장됩니다.
이 덕분에, 읽는 속도가 빨라집니다. '속독'에 집착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죠. 처음에 느린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느림은 일시적인 현상에 불과합니다. 관건은 독서를 지속해나가는 일입니다. 많은 독서법 중에서 으뜸은 '꾸준하게' 읽는 것입니다. 이번에도 역시나 진부한 얘기지요?
맞습니다. 그럼에도 이것만큼 강력한 독서법이 없다는 데는 동의하실 겁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책'을 가까이 하는 것입니다. '독서'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얻은 또 하나의 내용을 공유해드리고 싶습니다.
바로 '수불석권(手不釋卷)'이라는 사자성어인데요. “손(手)에서 책(卷)을 놓지(不釋) 않는다”는 뜻입니다. 이를 실행하는 가장 단순한 방법이 있습니다. 스마트폰 대신 '책'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에서 유튜브나 인스타그램 피드들을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단순합니다. 휴대폰을 들고 있기 때문이죠.
이렇게 말씀하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출퇴근길에 좁은데 어떻게 책을 읽느냐”고 말이죠. 맞습니다. 비좁은 공간에 책을 펼치는 게 민폐같이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잠깐의 공간이 나올 때 책을 볼 수 있는 방법은 변함이 없습니다. 책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이죠.
모두가 스마트 폰을 들고 있을 때, 책을 들고 있는 게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혹은 튀는 것 같아서 부담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책을 가까이 하는 것 외에는요.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책을 읽는 건 여기에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독서는 복리의 원리가 적용된다는 사실을 기억하면 좋겠습니다. 꾸준히 쌓아갈 때, 어느 순간부터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입니다. 그 과정에서 마주한 표현들과 발견한 아이디어는 인생의 '나비효과'를 불러올 것입니다. '수불석권(手不釋卷)'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