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3. [질문] "질문을 던지다"에 관하여

질문

by 오 영택

# 기억나는 질문

한 번 생각해보자. 어떤 질문이 기억에 남았는지를. 비교를 부추기는 질문이나 자신을 초라하게 만드는 질문이 아니라 생각을 촉발시킨 질문이 무엇이었는지 떠올려보자. 조급한 마음을 부추기는 질문이 아니라 변화를 추구하게 만드는 질문은 무엇이었는지 되짚어 보자. 보통 기억나는 질문은 마음을 격동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을 것이다. 변화를 추구하고 움직이게 만드는 질문, 머리는 괴롭지만 마음은 벅한 질문, 혹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던 신선한 질문이었을 것이다.


기억나는 질문의 특징은 무엇보다 무의식에서 발원한 질문이 아니라는 점이다. 의식적으로 자신을 향해 던져 의식을 고취시키는 질문이라는 점이다. 또는 누군가 나를 향해 던진 질문이었을 것이다. 궁금함에서 기인했든 자신의 답을 찾기 위한 질문이든 의식적으로 찾아온 질문이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살면서 마주한 수많은 질문 가운데 기억나는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이유는 대개 그 시기에 필요한 질문이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쩌면 인생질문이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마음에 여운을 남기는 좋은 질문이었을 것이다. 질문의 내용이 좋은 것뿐만 아니라 좋은 영향을 준 질문이었기에 뇌리에 박혔을 것이다.


이와 같은 좋은 질문을 만나면 생각이 먼저 반응한다. 계속 생각해보게 된다. 덕분에 질문에 관한 내용을 찾아 보게 되고 관련된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때로는 읊어보거나 되뇌어보기도 한다. 무언가에 집중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반응이다. 답하고 싶은 욕구이기도 하고 좋은 답을 찾고 싶은 갈망이기도 하다. 물론 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좋은 질문을 만났다는 기억은 향수(鄕愁)로 남는다. 그 기억을 토대로 새로운 질문을 찾기도 하고 새로운 안목을 얻기도 한다. 질문 하나가 씨앗이 되어 성장하고 다른 질문과 안목이라는 열매를 맺는 것이다.


이러한 향수는 자연스럽게 좋은 질문을 찾아나서게 만든다. 갈망하고 신선한 질문을 만나기를 기대한다. 이런 욕구는 변화의 시작점으로 작용한다. 그렇기에 어떤 질문이 기억에 남았는지 되짚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유가 있을 것이고, 그로 인한 영향을 추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억에 남았다는 것은 그 질문이 흥미롭게 다가왔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흥미롭게 들린 이유는 무엇이었는지, 그 질문이 기억에 남았는지, 그리고 스스로에게 왜 질문하지 못했는지를 말이다. 질문은 무언가를 읽게 만들기도 하지만 자신을 살펴보게 만든다. 밖을 바라보게 만드는 동시에 내면도 살피게 만든다.




# 질문을 던지다.

이와 더불어 질문은 삶을 주체적으로 살도록 만든다. 자신에게 던지는 질문이 많아진 현상은 변화가 시작되었음을 의미한다. 변화의 갈망이 질문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물론 질문 없이도 변화는 가능하다. 그러나 자신이 던진 질문 앞에서 변화를 선택하지 않기란 힘들다. 답을 찾고 싶은 마음에서 제기된 의문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언가에 집중하면서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이기 때문이다. 영국의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은 이렇게 말했다.


질문으로 파고드는 사람은 이미 그 문제의 해답을 반쯤 얻은 것과 같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도 있듯이 질문은 변화의 반이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다. 이미 촉발된 질문 안에는 의문과 갈망이 내포되어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질문은 삶의 균형을 맞추는 데 탁월한 역할을 한다. 외부에서 들어온 질문은 자신의 행동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고 이유를 살펴보게 만든다. 또한, 안에서 제기된 질문은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고심하게 만들고 바라보는 관점을 재고하게 만든다. 질문한다는 것은 생각의 방향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생각을 질문이라는 카테고리로 분류하는 것이다. 질문이 생각하게 만들어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처럼 여겨지지만 그렇지 않다. 혼란을 정리하고 구분함으로써, 자신만의 기준을 세우는 것이 질문의 기능이기 때문이다. 많은 생각들을 정돈하는 것이 질문의 효과이다. 정리는 비우고 버리는 것이지만, 정돈은 적절한 위치에 배치하는 것이다. 그렇기에 질문은 생각을 정리정돈하기에 좋은 도구이다. 생각이 혼란스러울수록, 질문이라는 도구를 통해 청소해야 한다. 정리해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로소 정돈이 가능해진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나 책들에서는 흔히 "질문을 던진다"고 말한다. 왜 "질문을 던진다"라고 표현할까? "질문을 제기한다", "질문을 제공한다" 등 다르게 표현할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궁금함에 의식적으로 표현을 바꿔보려 했지만 낯설기도 하고 입에 붙지 않았다. 익숙하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표현을 바꾸더라도 의미가 달라지지 않기에 더 이상 시도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여전히 질문은 남아 있었다. 그래서 '던진다'라는 동사에 초점을 맞춰 보았다.


"던지다"라는 정의에서 답을 찾을 수 싶었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던지는' 상황을 떠올려봤다. 모든 것을 내던지는 포기의 이미지가 아니라, '던지다'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를 살펴봤다. 이때 나름의 답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는 거리가 있는 상황에서 물건을 던져 전달하거나 공놀이를 하며 주고받는다. 혹은 목표물을 맞추기 위해 던지기도 한다. 그리고 내려놓기 귀찮을 때는 가볍게 물건을 던져놓기도 한다. "질문을 던진다"는 표현도 이런 느낌이지 않을까 싶었다.


질문은 스스로나 상대방에게, 혹은 상대방이 나에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물건을 던져 전달할 때, 세게 던지지 않고 힘을 조절하며 던지듯이, 의도나 궁금함을 질문을 통해 가볍게 전달할 수 있다. 또한 공을 던지며 주고받는 것처럼, 질문이 주고받으며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다. 우리는 무언가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의도적으로 질문하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질문이 무거워서는 안 된다. 주고 받으려면 상대방이 받을 수 있을 정도의 힘 조절이 필요하다. 그래서 가볍게 인사차 던지는 질문을 섞어줄 필요가 있다. 결국,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대화를 통해 무언가를 알고 싶다는 표현이고, 무언가를 전달하고 싶은 의도가 담겨 있음을 뜻한다. 그러나 잊지 말아야 할 점이 있다. 물건을 던질 때는 대상이나 목표가 있는 것처럼, 그에 맞는 조절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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