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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위의 얼굴, 분노와 희망 사이에서

by 박기종

도시는 조용하지만, 때때로 거리에는 외침이 울려 퍼진다. 팻말을 든 손, 구호를 외치는 목소리, 그리고 광장을 가득 메운 사람들의 발걸음. 시위를 마주할 때, 나는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수많은 얼굴을 본다. 분노와 절망, 결의와 희망이 교차하는 표정들. 사진은 그 감정을 기록한다.


어느 날, 노동자들의 집회를 촬영했다. 한 여성 노동자가 마이크를 들고 연설을 하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눈빛은 단단했다. 그녀를 둘러싼 군중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순간 광장은 하나의 거대한 맥박처럼 움직였다. 나는 그녀의 얼굴을 찍었다. 마치 이 모든 싸움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는 듯한 표정. 그 얼굴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시위의 현장에는 다양한 감정이 존재한다. 피켓을 힘껏 들어 올리는 손끝에 담긴 결의, 경찰을 마주한 채 흔들리지 않는 눈빛, 함성과 함께 높이 쳐든 주먹. 그 안에는 단순한 분노뿐만 아니라, 변화에 대한 간절한 바람이 담겨 있다.


시위를 기록하는 것은 단순한 관찰이 아니다. 그것은 한 시대의 목소리를 남기는 일이다. 사진이 없다면, 그들의 외침은 얼마나 오래 기억될 수 있을까? 변화는 빠르게 지나가지만, 사진은 그 순간을 멈춰 세운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진을 통해 다시금 묻는다.


“이 외침은 사라지지 않았는가?”


시위가 끝나고 사람들이 흩어지면, 거리는 다시 조용해진다. 하지만 그날의 얼굴들은 카메라 속에 남아 있다. 손을 맞잡은 연대의 순간, 뜨겁게 외치던 그 목소리, 그리고 마지막까지 광장을 지키던 사람들의 표정. 나는 그 표정들을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다.


사진은 그들이 존재했음을 증명하는 작은 기록이다. 그리고 그 기록이, 언젠가 더 나은 세상을 향한 또 다른 목소리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


“광장은 비워져도, 시위의 얼굴들은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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