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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찍는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

by 박기종

나는 종종 스스로에게 묻는다.
"왜 나는 사진을 찍는가?"
그저 멋진 풍경을 담고 싶어서도 아니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고 싶어서도 아니다.
어쩌면, 사진을 찍는다는 건 나에게 살아 있는 증거를 남기고 싶은 몸부림인지도 모른다.

거리에서 셔터를 누르는 순간, 나는 삶의 일부를 붙잡는다.
누군가의 걸음, 스치는 표정, 벽에 맺힌 빛의 얼룩, 비가 그친 뒤 물웅덩이에 잠긴 하늘.
그 모든 사소한 것들이, 그날의 온도와 숨결을 품고 있다.
사진은 말없이 기록한다. 그리고 나는 그 기록을 통해 내가 무엇을 바라보고, 무엇을 놓치고, 무엇을 지키고 싶은 사람인지를 스스로에게 보여준다.

살아간다는 것은 흐르는 것이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이 오고, 그 사이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잊고, 또 견딘다.
그러나 사진은 그 흐름에 저항하는 작은 저항이다.
한 순간을 멈추고, 그 안에 머무르게 만든다.
그것은 일종의 '살아 있음'에 대한 선언이다.
"나는 이 순간을 살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은 단지 외부를 바라보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동시에 나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나는 무엇을 찍는가?
나는 왜 이 장면에 이끌리는가?
나는 왜 이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고 싶은가?

그 질문은 결국 이렇게 이어진다.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카메라 너머의 세계를 바라보는 나의 시선이, 나의 삶의 방식이 된다.
무심한 듯 스쳐 지나가는 하루 속에서도, 나는 셔터를 누르며 삶을 수집한다.
그 수집은 단지 장면의 저장이 아니라, 감정과 의미의 축적이다.
그리고 그 모든 축적은 결국 나라는 사람을 조금씩 만들어간다.

사진을 찍는다는 것, 그것은 삶을 바라보는 또 하나의 방식이다.
세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이다.
무엇에 멈추고, 무엇에 공감하고, 무엇에 질문을 던질 것인지.

사진을 찍는다는 건,
단지 세상을 기록하는 일이 아니라,
조용히, 그러나 깊이 살아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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