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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메라, 기록을 넘어 행동으로

by 박기종

카메라는 단순한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며, 때로는 행동의 시작점이 된다. 많은 사람들은 사진을 ‘기록’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사진이 더 나아가 ‘행동’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말한 ‘결정적 순간’은 단순히 예술적 완성도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순간에 담긴 인간성과 진실을 포착하는 것이다. 사진이 단순한 기록을 넘어 사회에 대한 발언이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거리를 걸으며 카메라를 들었을 때, 나는 단순히 피사체를 포착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장면이 가진 의미를 고민한다. 무관심한 표정으로 걷는 사람들, 쓸쓸한 도시의 그림자 속에서 잠든 이들, 작은 시위 현장에서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이 모든 것은 단순한 순간이 아니다. 그 순간을 기록하는 행위 자체가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일이 된다.



철학자 수전 손택은 사진을 두고 “현실을 소유하려는 충동”이라 말했다. 하지만 그 소유가 단순한 소비로 끝나서는 안 된다. 거리의 풍경을 찍으며 나는 스스로 묻는다. “이 순간을 포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내가 이 사진을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무엇인가?”

나는 거리에서 한 장의 사진을 찍은 후에도 고민한다. 이 사진이 단순한 ‘관찰’에 머물러야 하는지, 아니면 이 사진을 통해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를. 예를 들어, 길 한복판에서 벌어진 갈등 상황을 포착한 사진이 단순히 흥미로운 장면으로 소비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문제를 환기시키는 역할을 한다면 그것이 바로 ‘행동하는 사진’이다.


사진이 행동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관객과의 소통이 필수적이다. 앙가주망 사진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관객은 사진을 통해 단순히 바라보는 입장에서 벗어나, 그 안에 담긴 메시지와 마주한다. 때로는 불편함을 느끼고, 때로는 공감하며, 나아가 행동으로 이어지게 된다. 사회적 문제를 다루는 사진이 갖는 힘은 바로 그 상호작용에 있다.

“사진은 세상을 바꿀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나는 확신할 수 없다. 하지만, 사진이 누군가의 마음을 움직이고, 생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는 믿는다. 그 작은 변화가 모여 세상을 바꾸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나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행동이 되는 사진을 꿈꾼다. 그것이 내가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 나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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