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도시의 무관심과 연대 사이에서

by 박기종

도시는 역설적인 공간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가지만, 누구도 서로를 바라보지 않는다. 현대 사회에서 도시는 편리함과 익명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무관심을 낳는다. 출근길 만원 지하철에서 우리는 서로의 존재를 감각적으로 인지하지만, 정작 시선을 맞추지는 않는다. 건물과 가로등, 상점과 광고판이 빽빽이 들어선 거리 속에서 우리는 얼마나 많은 얼굴들을 지나치는가?

길거리에 쓰러진 사람을 보고도 모른 척 지나치는 행인들, 벤치에서 잠든 이를 깨우며 자리를 비워달라는 경비원. 도시에서는 이러한 장면이 흔하다. 피곤에 지친 직장인, 빠르게 목적지를 향해 걷는 사람들, 타인의 사정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이들에게 도시는 거대한 무대처럼 보인다. 모두가 주인공이지만, 서로의 존재는 배경에 불과하다. 우리는 익숙하게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카메라는 이 모든 순간을 기록한다.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그 속에서 여전히 존재하는 연대의 순간을 포착하기 위해서다. 지하철 계단에서 무거운 짐을 들고 올라가는 노인을 돕는 청년, 한겨울 거리에서 무료로 나눠주는 컵라면, 우연히 마주친 노숙인과 따뜻한 차를 나누는 사람. 무관심과 연대는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에 함께 공존하는 요소다.


사진을 찍으면서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질문한다. “우리는 정말 서로에게 무관심한가?”
무관심해 보이는 순간들 속에도 우리는 작은 연결점들을 발견한다.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것 같은 거리에, 누군가는 ‘무언가’를 남긴다. 벽에 붙은 메시지, 누구에게도 읽히지 않을 것 같은 시위 현수막, 벤치 위에 조용히 놓인 작은 도시락. 그것들은 우리가 무관심만으로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는 증거다.

도시는 단순히 익명의 사람들이 살아가는 공간이 아니라, 끊임없이 관계가 형성되는 곳이다. 연대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때로는 작은 몸짓 하나가 무관심과 연대 사이의 경계를 허물기도 한다.
나는 카메라를 들고 거리에서 멈춰 선다. 우리가 쉽게 지나치는 얼굴들, 외면하는 순간들을 기록하며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정말 서로를 보고 있는가?”
사진은 순간을 포착하는 예술이지만, 단순한 관찰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진이 던지는 질문은 오래도록 남는다. 우리가 스쳐 지나간 사람들, 관심을 두지 않았던 이야기들이 다시 떠오를 때, 우리는 비로소 이 도시에서 진짜 ‘함께 살아가는 법’을 고민하게 된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