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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거리에서 마주친,보이지 않는 사람들

by 박기종

지하철역 입구에 웅크린 노숙인, 피곤에 찌든 얼굴로 야근을 마친 노동자,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 애쓰는 사람들.
우리는 그들을 스쳐 지나가지만, 카메라는 멈춰 서서 그 순간을 기록한다.

나는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보이지 않는 존재들’을 바라본다.
그들은 단순한 피사체가 아니라, 우리가 외면하고 싶은 현실의 한 조각이다.
사진을 찍고 돌아서면 늘 고민이 밀려온다.
이 기록은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을까?
이 이미지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앙가주망 사진가로서의 고민은 여기에서 시작된다.
나는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사진을 통해 사회적 질문을 던지고 싶다.
우리가 외면한 얼굴들, 그들에게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사진이 단순한 예술이 아니라 행동이 될 수 있을까?
기록하는 것만으로 충분할까, 아니면 그 너머의 무언가를 해야 할까?
때로는 카메라를 들기 전에 먼저 고민해야 할 것들이 있다.

사진이 질문이라면, 그 답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나는 계속해서 거리로 나선다.
그들에게 말을 걸고,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사진 한 장이 아주 작은 변화라도 만들 수 있기를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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