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니 이런 오해도 받는다. 얼마 전 문경사과꽃 축제를 도울 일이 있어서 문경문학관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나들이 삼아 남편도 하루 휴가를 내고, 반려견 두부도 동행을 했다. 예전의 나처럼 다른 이들 눈에 유난스러운 개엄마로 보였나 보다. 점심식사 후 문학관 마당에 두부를 풀어놓고 차를 마시며 이런저런 인연으로 방문하신 분들과 얘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때 한 분이 조심스럽게 물어보셨다. 우리 딴에는 좋은 시골 공기도 실컷 마시게 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였는데, 어린 자녀도 아니고 서울에서 지방까지 강아지를 데리고 왔으니 그렇게 오해할 만도 한데 기분 나쁘지 않은 오해였다. 우리 나이보다 훨씬 젊게 봐주신 덕분이다(^^). 코로나로 마스크가 일상화되고 좋은 일 중 하나라고나 할까. 마스크를 쓰면 나이도, 외모도 가늠하기 힘들다는 점. 이 때문에 오죽하면 '마기꾼'("마스크+사기꾼"의 합성어로, 마스크를 벗었을 때의 모습이 착용했을 때와 (상상한 얼굴이나 상태와) 많이 다를 때 사용하는 말, 출처: N국어사전)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겨났다. '우울증을 앓는 딸아이 때문에 입양을 했는데 키우다 보니 애정이 생겨 이제는 막내딸 같다'는 설명을 하고 나서야 이해가 된다는 표정들을 지었다.
애견 동반 카페, 강아지와 놀고 싶거나 & 동반만 하거나
요즘 한국 사회도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딩크족(DINK族, Double Income No Kids)들이 많아지니 이런 오해도 낯설지 않은 문화가 된 지 오래다. 심지어 자녀 대신 애완동물을 키우는 딩펫족(DINK + pet)이나 취미 활동에 돈을 아끼지 않은 덕후들도 상당하다. 두부 덕분에 최근 새로운 문화를 경험하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되었다. 집에만 두기 안쓰러워 아기 때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게 할 겸 집 근처 애견카페를 찾았다가 놀란 적이 있었다. 애견카페는 당연히 강아지들을 데리고 와서 놀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강아지를 데리고 온 팀이 우리밖에 없었다. 대개 초등학생이나 중학생 정도의 여자아이 또래들이 주로 방문했는데 애견카페에 있는 강아지들과 놀기 위해서 비용을 지불하고 방문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강아지를 집에서 키우기 위해서는 손도 많이 가고, 비용도 발생하고, 알레르기 등의 건강상의 이유로 어려운 가정들도 있기 때문에 대신 이런 곳에 와서 강아지들과 놀다 간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애견카페의 강아지들(우리가 방문한 곳은 10마리 이상의 다양한 견종들이 있었다.)이 서로 어울려 놀기보다는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 강아지를 키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 다른 강아지들까지 만지는 것은 어려운 때였는데 앉아있는 우리에게 펄쩍펄쩍 뛰어올라 무릎을 차지하고 앉아있는 통에 얼마나 당황스러웠는지 모른다. 정작 두부는 워낙 어린 데다 낯선 곳에서 다른 강아지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서 나오지 못하고 주눅이 들어 있었다. 문 연 지 10년이 넘은 애견카페여서 돌보는 강아지들이 꽤 나이가 많았다. 가장 나이가 많은 강아지가 13살 말티즈였는데 백내장으로 아예 눈이 보이지 않아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아팠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사람도 또래끼리 어울려야 잘 어울리고, 재미있듯이 강아지들도 그렇다는 것이다. 나이가 비슷한 또래끼리 잘 논다. 토요일 이른 시간이라 강아지 동반 가족이 우리밖에 없던 터라 두부와 비슷한 연령의 강아지가 없었던 것이다. 뒤늦게 3살 왜시코기가 왔는데 그나마 두부와 어울릴 의지가 있어 보였다. 그때만 해도 강아지에 대해서 너무 몰랐는데 강아지들이 강아지보다는 왜 사람을 좋아할까 이해가 되지 않았다. 물론 나중에 두부도 또래 친구가 생겨 강아지와 노는 법을 배웠지만 사람과 있는 시간이 많다 보니 사람이 더 익숙한 듯했다. 오히려 다른 강아지들은 특유의 영역에 대한 생각 때문인지 경계하는 것 같다. 특히 애견카페의 강아지들은 방문하는 사람들이 간식도 사서 주고, 놀아주니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 당연하다. TV에서 봤던 강아지 유치원과 같은 분위기를 기대했던 우리에게는 당황스러운 경험이었다. 이후 그 애견카페는 가지 않게 되었다. 방향을 바꿔서 강아지를 동반하고 갈 수 있는 카페를 찾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운동장까지 갖춘 애견카페들이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보통은 동반 카페의 경우, 안고 있거나 리드 줄을 매여만 한다. 그마저도 동선이 자유롭지 못하다. 강아지 동반 손님보다는 일반 손님들이 더 많고, 다만 애견 동반 손님의 입장을 제한하지 않을 뿐이기 때문이다. 잘 짖고, 행동반경이 넓은 강아지라면 이런 카페는 적절치 않다. 강아지를 키우는 친구와 여러 카페들의 순례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친구는 강아지를 바닥에 내려놓지도 못하고 간식만 내내 먹이다 와야 했다. 미용 후 다른 강아지에게 물린 트라우마가 있는 강아지여서 강아지든, 사람이든, 가족 이외에는 절대 접근을 사절하는 강아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미용이나 치료의 목적으로 애견샵이나 동물병원에 갈 때 사후 관리를 잘해주는 곳을 선택해야 한다. 한 번 트라우마가 생기면 고치기 어렵다. 이런 경우 강아지도, 주인도 너무 힘들다.
강아지 천국, 진짜 '개판'
진정한 의미의 애견카페는 매너 벨트만 착용한다면 실내에서 리드 줄 없이도 행동이 자유로운 곳이다. 아쉽게도 넉넉한 공간의 대형 카페 구조에서 가능하기 때문에 주로 서울 외곽에 위치해 있다. 블로그 검색을 통해 야외 공간이나 운동장이 있는 애견카페 순례를 하면서 신천지를 만났다. 별도의 애견동 카페를 운영하는 곳이 있다. 심지어 리드 줄도 없이 풀어놓을 수 있으니 강아지 천국, 진짜 '개판'을 경험할 수 있다. 막 걸음마를 시작한 사람 아가들을 좇아 다니듯 강아지를 따라다니는 개엄마. 아빠를 많이 만날 수 있다. 얌전한 강아지들은 대개 주인 주변에서 맴도니 크게 걱정은 안 해도 된다. 다만 아기들처럼 주의를 기울여서 살펴야 한다는 것. 1~3층 천정이 뚫린 개방형 구조에 루프탑까지 갖춘 애견카페에서는 사람과 강아지를 위한 음식을 같이 판매한다. 간단한 장난감이나 간식류도 취급한다. 카페 입구는 물론 곳곳에 배변봉투와 물티슈를 놓았다. 선글라스, 장난감, 코스프레용 옷 등 예쁜 소품과 함께 강아지를 위한 포토존도 마련되어 있다. 이런 카페의 경우, 강아지를 동반하지 않고 오는 손님들은 없기 때문에 누구든 눈치 보지 않고 공간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최대 장점이다. 물론 동반자들의 양해가 필수다. 우리끼리 갈 때는 문제가 없었는데 지인들과 동행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강아지를 키우지 않는 가정의 경우, 낯선 문화에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개를 안고, 개모차를 끌고, 사진을 찍어대는 풍경도 풍경이거니와 개 입장료에 전용 음식까지 있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라서 쩔쩔매는 분들도 있었다. '우리가 아니었으면 절대 오지 않았을 것'이라는 말과 함께 낯선 우리들의 모습까지도 받아들이기 힘들어했다. 강아지 동반 연령을 보면 대부분은 20, 30대 젊은 층이고 간혹 우리 같은 50대가 드물게 있다. 60, 70대는 애견카페에서는 찾기 어려운데 간혹 가족들과 함께 방문하는 경우들은 있다. 대개 젊은 부부, 또는 연인, 친구들이 강아지를 동반하거나, 젊은 부부가 아이와 함께 강아지를 동반하는 경우들이 드물게 있다. 다행히 나나 남편이나 새로운 문화에 적응이 빠른 편이다. 오히려 즐기는 편이라고 할까. 젊은이들과 함께 이런 문화를 즐기고 있으니 '두부 아니었으면 몰랐을 세상'이라며 웃곤 한다.
휴가도 당근 강아지와 함께
이런저런 정보를 찾다 보니 애견 동반 숙소나 식당, 카페 등을 알려주는 앱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은 초기 단계여서 기대만큼 다양한 정보가 있지는 않다. 그래도 그중 한 곳은 꽤 다양한 정보를 제공해 어느 지역이든 방문 전에 조회를 먼저 해보게 된다. 올여름 숙소도 그 앱을 통해 찾았다. 이미 예약이 끝나 아쉬웠는데 다른 여행 전문 앱에서도 예약이 가능해 우연히 검색을 하다 운 좋게 애견 동반 숙소를 예약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더 다양한 곳들이 동반이 가능하다. 대부분 펜션들이지만 호텔이나 리조트에서도 일부 객실을 애견 동반 객실로 운영하고 있다. 비치 뷰라든지 선택이 막혀있긴 하지만 동반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이다. 수영장까지 이용할 수 있다니 두부에게는 첫 수영 경험이 되겠다. 벌써부터 래시가드나 구명조끼를 살펴보면서 휴가를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