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은 잘못될까 두려웠다.
금요일 오전, 일주일에 한 번 의사와 함께 방문의료를 진행하는 날이다. 방문의사와 함께 대상자를 찾아 집으로 가기 위해서 체크하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 신경 쓰다 나도 모르게 까칠해질 때가 많다. 특히 방문의료를 진행해 본 적이 없기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거나 심적인 갈등이 많았던 것 같다. 누구에게도 물어보거나 하지 못해 답답함도 있었고 고민을 이야기해도 상대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많아 입 꾹 닫고 오로지 혼자 감당해 내야 할 것들이 많았다. 그래서 같이 방문했던 의사에게 투덜거리거나 차 안에서 언쟁이 오가지도 했다. 다시 되돌아보면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대상자나 가족들에게 해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이 훨씬 컸고 그다음으로 나 자신이 잘 해낼 수 있을까라는 두려움, 마지막으로 의사와의 의사소통과 갈등이었다. 그래서 늘 나와 반대편처럼 느끼는 의사와 싸웠다.
오늘도 함께 싸운 의사를 소개할까 한다. 열정이 넘치고 한계가 없는 가정의학과 전문의로 늘 대상자를 우선으로 여긴다. 대상자와 가족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의료기관이 아닌 집이지만 제약 없는 의료를 실현하기 위해 누구보다 노력하는 멋진 분이다. 그리고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늘 고민하고 해결하기 위해 애쓰며 건강권을 수호하기 위한 인간적인 의료를 실천하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몇 안 되는 의사이다. 일차의료 특성상 광범위하게 접근하고 스스로 해결해 나가며 카리스마 있고 때로는 결단력 있게 의사결정을 하는 편이다. 방문진료를 하지 않는 날에는 의원에서 외래진료를 담당하며 눈물 콧물 쏙 빠지게 호되게 진료를 받고 나온 만성질환을 가진 대상자가 한 두 명이 아닐 정도이다. 그 정도로 열정이 남다르고 불의와는 타협하지 않으며 더 나은 세상을 의사라는 직업을 통해 실현해 나가는 분이다. 그런데 왜 나는 싸워야만 했을까?
그렇게 우리는 한 팀이 되었지만 관계는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방문의료는 대부분의 의료술기나 진료가 의료기관이 아닌 집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의료시설을 구현해 내기란 어려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미약하지만 내가 할 수 있는 노력들로 진료환경이나 처치를 해내기 시작했다. 방문의사도 혼자 방문을 다닐 때와 다르게 간호사가 함께 한다는 것에 큰 장점을 느끼고 하나씩 완성되어 가는 재미에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오늘도 해냈다는 성취감과 병원으로 오지 못해서 손 놓고만 기다리던 예방접종이나 처치들로 대상자와 가족들이 웃고 기뻐하는 모습이 가장 인간적인 의료를 실천해 낼 때였다.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대상자와 가족들이 집에서 웃고 떠드는 모습을 어디 상상이나 했을까. 초기에는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했지만 안 되는 것을 억지로 되게 만들다 보니 시간이 점점 갈수록 지쳐만 갔다. 성과는 매우 훌륭했지만 낮과 밤 그리고 주말도 구분 없이 고민해야 했고 하나를 끝내면 곧장 다시 하나가 생겼다. 법적으로 문제의 소지가 없는지 혹여나 대상자가 잘 못되면 어떻게 대처할까 여러 부정적인 생각들이 나를 두렵게 만들기도 했다. 이런 보람이 있지만 힘들게 만들었던 것은 방문의사의 여러 가지 시도였다.
“그래도 하는 거야!”
외치면서 코로나 감염증 확진자의 방문진료, 대상자의 집에서 봉합, 임종을 앞둔 대상자 등등 아무도 경험해보지 못한 진료를 돕는 간호업무는 생각보다 어려웠다. 뿐만 아니라 암환자, 장애인, 와상환자, 치매노인 등등 방문진료가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달려갔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코로나가 왕성하던 시기에 코로나에 걸려 다리에 힘이 없는 80대 남성 어르신을 위해서 직접 찾아가서 진료를 했던 경험이다. 그때 같이 가줄 수 있냐고 물어보셨지만 나는 또 의사와 갈등이 생겨 혼자 가시라고 했지만 그래도 머쓱해서 어르신 집까지 운전담당과 진료를 준비만 해드렸다. 그 당시에는 상황이 좋지 않았던 터라 코로나에 걸려 가정에서 사망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재택치료도 점점 속력을 내기 시작한 때였다. 접촉 전과 후의 동선관리, 보호구 착의 후 폐기, 의무기록 작성 등등 고려해야 하고 방법을 마련해야 할 것들이 나는 많은데 방문의사의 거침없는 추진력은 속상하게 만들었다. 사실 방문의사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어떡할까 걱정했던 이유이기도 했다. 그래서 방어적인 태도를 취하며 하지 않는 것이 안전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하면 되돌아오는 말은 그래도 해야 한다는 대답이었다. 얼마나 자주 들었냐 하면 내 머릿속에 저장된 많지 않은 메들리 중 하나로 저장되었기 때문이다.
의사의 인격과 행동 자체가 나쁜 목적을 가지지 않았고 방문하고 있는 대상자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것들이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대상자의 안전과 법적으로 보장받는 범위 내에서 방문의료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야만 사고 없이 방문을 해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늘 의사의 제안에 반대를 했고 하지 못할 이유에 대해 되물으면 여러 가지 상황을 고려하지 않는 것을 따지기 시작했다.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며 투덜거리며 한보 빨리 걷던 간호사와 표정이 한껏 굳은 의사는 오늘도 다툼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다행히도 대상자에 집에 들어가는 순간 다시 마음이 푸근해져 하하 호호 웃으며 방문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어쩌면 나는 반기를 들 생각은 없었고 그저 생각할 시간이 충분하지 못해서 일 수도 있겠다고도 생각해 보았다. 서로 선한 영향력을 의료라는 영역에서 베풀고자 하는 간호사와 의사는 잘못되거나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단지 최선을 다하려는 의사와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간호사가 대상자를 위한 마음이 겪해서 마치 번개와 같은 것이었다. 그래서 하늘도 그것을 아는지 별 탈은 없었고 과정은 어찌 되었던 결과는 항상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우리는 환상의 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