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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상목 Jul 14. 2023

그것이 고민이로다

내가 직접 할 것인지, 다른 사람에게 연계할 것인지 고민하는 나

  한참 방문의료가 무러 익어갈 때쯤, 대상자 분들과 관계도 돈독해질 때쯤이다. 첫 방문할 때에는 어떤 사람이고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 해결 중심의 솔루션을 제공하겠다는 생각이었다. 그래서 모든 것이 문제로 보이기도 하고 여러 가지 상황들이 대상자의 방문의료와는 목적이 다르게 생각할 때도 많았던 것 같다. 예를 들어 삶에 있어서 의미가 있는 물건을 너무 낡았다는 이유로 버리고 새로 구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던지 지금 상황에 이미 오랫동안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것들로 바꾼다고 하던지이다. 의료중재가 병원이 아닌 집주인에게 맞추어서 방법을 찾는 일은 생각보다 까다로웠다. 병원에서는 의료진이 주 측이 되어 환자들이나 가족들에게 설명하고 의료라는 것을 제공하지만 집이라는 특성상 환자 혹은 보호자, 돌봄 종사자들의 공간이기 때문에 의료인의 권한은 그만큼 줄어드는 셈이다. 어쩌면 그래서 좀 더 존엄한 결정도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방문을 한지 몇 달이 지나고 나서부터는 중재활동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다. 중재활동은 첫 방문과 같이 초기에 정보를 충분히 수집하기 위해 사전평가, 초기면담 및 사정 등으로 문제점을 발견하고 건강상태나 과거에 있었던 병력 등을 조사한다. 이를 기반으로 대상자 별로 케어플랜을 작성하게 되는데 이미 가지고 있는 만성질환이나 환경적으로 무엇이 변화되면 좋을지에 대해 계획을 세워보는 것이다. 그리고 다학제 전문가들이 모여서 사례에 대해 논의하고 건강이슈에 대응하기 위해 다른 전문가가 어떻게 함께 해나 갈 것인지 등에 대해 회의하는 다학제간 사례회의를 거치면 이번 방문의료의 목표설정은 끝이 난다.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와 직접적으로 건강관리를 하게 되는데 여기서부터 진짜 고민과 갈등이 시작된다. 코디네이터이자 간호사인 나는 여러 자원을 알고 있고 지원할 수 있는 사람을 알고는 있지만 어떻게 활용하고 언제 결합하는 것이 좋을지 걱정했다. 우선순위에 따라서 긴급한 것과 중요한 문제를 먼저 다룰 때 머릿속이 복잡한 것처럼 말이다.


  내가 직접 할 것인가? 다른 기관이나 사람에게 연계할 것인가?

  오래오래 방문의료를 진행하다 보면 이 문제를 조금 빨리 해결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오를 때가 있다. 그중에서 몇 가지를 뽑자면 약과 관련된 문제, 집과 환경과 관련된 문제, 구강위생에 대한 문제, 영양과 관련된 문제를 꼽을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기 위해 의식주가 빠지지 않는 것처럼 방문의료에도 크게 달라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한 것 같다. 약, 환경, 구강, 영양을 세부적으로 보면 전문가 집단을 찾을 수 있었다. 의사와 간호사처럼 의료와 돌봄에 익숙한 전문가처럼 약사, 사회복지사, 치위생사, 영영사로 축약할 수 있었다. 특히 사회복지사 선생님들에게 어려운 점을 호소하면 마법같이 지금 진행되는 사회복지 사업이나 자원봉사자, 복지관 프로그램, 동주민센터에서 진행 중인 정보를 쉽게 알려주셔서 고마웠었다. 급한 마음에 여러 자원을 알게 된 나는 이곳저곳에 전화를 하면서 지금 상황을 전달하고 나름 지역사회 연계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긴급도와는 달리 시간이 상당이 소요되는 작업들이었다. 전화 한 통이면 하루 이틀이면 대상자에게 바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았지만 빠르면 일주일 길면 몇 달까지도 걸리는 상황이었다. 마음이 급해서 여러 자원을 찾았건만 그리 쉽게 문제가 해결될 것도 아니었고 어쩌면 내가 지금 바로 움직이는 것이 더 빠른 것이 아닐까 생각도 했었다.


  이렇게 해도 되는 걸까

  답답한 사람이 가장 먼저 움직인다고 성격이 급한 나는 누구보다 먼저 움직일 때가 많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혈압약을 먹는데도 혈압이 떨어지지 않아서 약을 증량하거나 추가해야 하는 상황인데 독거 어르신이신데 거동마저 힘들어하신 상태라 처방전이 있어도 약을 타러 갈 수 없었다. 요양보호사마저도 얼마 전에 그만두시는 바람에 진퇴양난이 따로 없었다. 치솟은 혈압 때문인지 머리가 아프다고 바닥에서 일어나지 못하는 현실이 그저 답답하게만 느껴졌다. 처방전 가지고 약만 잘 먹으면 두통은 없어질 것 같다는 생각에 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알리자 며칠 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그래서 그냥 잠시 짬을 내어 약을 조제해서 가져다 드리는 편이 빠르겠다는 생각에 직접 약을 가져다 드린 일이 있었다. 원칙적으로는 환자나 보호자가 처방전을 들고 약국으로 가서 약을 조제하고 약사의 복약지도를 받는 것이 맞지만 그 과정을 싹둑 잘라버린 것이었다. 원칙적으로 그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간호사이지만 때로는 물리치료사와 같이 때로는 작업치료사, 치위생사처럼 직역을 왔다 갔다 하는 일도 많아졌다. 그래서 시간이 지날수록 과연 이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대상자를 위해서라도 전문가들을 모셔오는 것이 좋지 않을까 마음의 부담을 가지기도 했었다.


  전문가는 역시 전문가였다.

  긴급하게 변화되어야 할 문제를 직접 중재활동을 해보았다면 여러 가지 여건이 허락되어 전문가 분들이 직접 중재활동을 하기도 했었다. 특히 재활영역에서는 접근조차 해보지 못했던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기침을 자주 하시는 어르신의 문제점을 찾아보았더니 사레가 자주 들려 컥컥하고 기침을 하시고 계셨다. 작업치료사는 페이스쉴드를 착용하고 어르신에게 입을 관찰하더니 흉쇄유돌근이 약해져서 음식과 침을 잘 삼키지 못해서 사레가 자주 들리는 것이라고 했다. 아뿔싸 어르신이 흡연을 많이 하셔서 기침을 했을 것이라 생각했었는데 정말 다른 문제에서 기침이 잦았다는 사실은 충격 그 자체였다. 어르신은 입을 움직이는 운동을 배우고 작업치료사의 조언으로 치과에 들러 틀니에는 문제가 없는지 점검하는 것이 좋겠다고 했다. 몇 주 후에 방문했을 때에는 아니나 다를까 오랫동안 틀니를 착용하지 않으셨고 지금 구강형태에는 맞지 않아서 다듬었다고 말씀하셨다. 틀니만 차면 아팠고 그 통증 때문에 장기간 틀니는 방치하고 계셨다고 했다. 그것을 말하기에는 부끄러움이 있어서 그동안 말씀하지 않으셨던 모양이다.


  약사의 방문약료도 아주 훌륭했다. 약을 보관하기 좋은 방법, 약을 잊어버리지 않고 꾸준히 복용하는 방법 등 무조건 종이에 쓰고 오리고 붙이고 하던 나의 방법과는 수준이 달랐다. 아침과 저녁약 봉투에 구분하는 색깔 스티커를 붙이기도 했고 해와 달이 그려진 스티커를 사용하기도 했다. 약달력을 활용해서 약을 빠뜨리지는 않았는지 확인하는 도구도 있었고 어떠한 약물의 부작용으로 편두통을 감별해내기도 했었다. 편두통이 있다면 무조건 타이레놀을 드렸을 내 생각과는 전혀 다른 원인이 문제가 있었던 것이다. 간호사인 내가 어르신이 함부로 약을 복용하시는 것에 대해 타이르고 설득한 성과는 없었지만 약사가 진중한 눈빛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을 한번에 해결되기도 하는 신기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이래서 약은 약사에게 라는 말이 있나 할 정도였다.


  그래서 방문의료를 하면서 내가 지금 먼저 할 것인지 연계를 할 것인지 수없이도 고민해 왔던 것 같다. 나름 상황을 판단하고 중재하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지만 대상자를 위해서라면 어떤 방법이 우선인지 선택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었다. 전문가의 조언과 방문이 시급하지만 낯선 사람이 집으로 찾아오는 것을 싫어하는 어르신이라면 그 어색함을 이겨내서라도 의뢰를 하는 것이 나을지 아니면 배워서라도 어리숙하지만 간호사인 내가 직접 해보는 것이 나은지에 대한 선택의 기로였다. 그리고 집안 정리가 필요할 때 눈이 침침해서 이미 익숙해져 버린 나름의 삶의 방식을 완전히 변화를 주는 것이 역효과가 있지 않을 지에 대한 생각과 화장실 보수공사를 한다고 각종 소음과 화학적인 냄새로 불편감도 고려사항에 포함되었다. 지역사회 자원을 수혜를 받을지라도 비슷한 것을  연계할 필요성이 있을 때와 지금 수혜를 받고 있는 것이 지금 상황으로써는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에 과감하게 정리할 필요가 있을 때도 있었다.


  다학제 모두는 한 팀이다.

  두 가지 선택에 있어서 힘이 되어준 사람은 다학제팀 전문가들이었다. 긴급한 사안을 두고 문제점을 토로하면 늘 다른 전문가들은 의견을 잘 들어주곤 했었다. 급하다면 서스러움 없이 전화를 걸 때마다 잘 받아주면서 급한 데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이나 몇 주 후에 같이 방문해서 중재활동을 함께하기도 하고 앞으로 관리해야 할 방법을 같이 해나갈 수 있게 헌신적으로 도움을 주었다. 여러 상황을 고려하면서 갈등을 겪고 있을 때마다 손을 내밀어 주었기에 가능한 일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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