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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까지 일해야 되는 이유

회사 지인분 이야기

by 둥이

정**대리 그의 종족 보존 본능

눈썹 문신 때문인지 정대리의 눈매가 한층 다부져 보인다. 전에 없던 총기가 두눈에서 반짝인다. 까만 뿔테 안경 너머로 숨어버린 검은색 동공이 한층 둥그러니 부드러워 보인다 . 올해 육십칠세가 되는 정기성대리는 현장라인에서 일하는 직원이다. 눈썰미가 좋아서 왠만한 설비 고장은 정대리 손을 거치면 거짓말처럼 살아난다. 얼굴은 어찌보면 손금과 비슷한 운명 공동체이다. 가지고 태어났다기 보다 그가 가진 지금의 모습으로 오기까지 세월의 흐름속에서 각자의 환경속에서 서서히 만들어 지는것에 가깝다. 두툼한 손가락 마디 미디에 어디 그런 재주가 들어있을까 가끔 궁금해진다. 손가락 다섯개씩 오른손 왼손 가진게 똑 같것만 나란 사람은 전선피복도 벗기지 못하는거에 비하자면 그에 실전 능력은 거의 특수부대 수준을 넘어선다. 형광등 가는것에서 건전지 갈아끼는것 까지 삶이 필요로 하는 생물학적 요구들은 내가 가진 능력밖에 있었고 그런 기본적인 것을 겪으면서 오롯이 도움이 되었던 유일한 스승은 시행착오 뿐이였다. 사람은 늘 그렇게 배우고 성장한다.

잘하고 못하고는 그 다음이다. 비슷한 능력을 가졌다 해도 똑 같은 사람은 없다. 사람은 모두 다르다. 다르기 때문에 공존 할수 있다.

정대리가 가진 능력은 재능에 가깝다. 그는 늘 재능보다는 기능이라고 말을 하지만 줄곧 옆에서 지켜본 정대리는 그런 재능들을 티안내고 조용히 묵묵히 처리해 나간다. 마치 원래 고장이 안 났던 것처럼, 마치 설비업체 기능공이 직접와서 수리한후 공임비를 무상으로 해준것처럼, 일처리는 완벽했고 물론 뒷탈도 없었다.

한마디로 연비가 좋았다.


짧게 깍아 올린 스포츠머리, 도툼하고 뻣뻣한 머리칼, 빼곡하고 풍성한 머릿털 (나에 비하자면), 짙은 눈썹문신(처음 하고 왔을땐 앵그리 버드라고 놀렸지만 나름 잘어울림)으로 꽤나 젊어 보이는 동안얼굴, 살아온 시간을 담아내고 있는 거칠고 투박한 손, 닳아 없어진 지문, 어린왕자의 바오밥 나무처럼 한아름에 안을수 없는 허리둘레, 껴안으면 손보다 배가 먼저 와 반기는 튀어나온 아랫배, 일년 열두달 변하지 않는 작업복, 검은색뿔테 안경, 그 나이대에 맞는 크지 않은 적당한 키, 유난히 순대국을 좋아하는 식성,입가에 머물러 있는 미소, 묵직한 선짙은 목소리ᆢ

정대리는 칠십을 바라 보는 베테랑 직원이다.


"이사님 제 아들이 34살 이예요 케드설계 인가 뭔가 하는데 자동차관련 회사에 다니고 있어요 "

"아 그래요 결혼 했나요"

"한번 여자에 차이고 나서는 만나지 않나 봐요"

"친구 녀석들이 손주 안고 자랑하는거 볼때 마다 아들한테 짜증내고 있어요"

"그래도 지 밥벌이 하니까 지인생이고 알아서 하겠죠"

"아 그렇겠네요 "

"이사님은 애들 다키우면 칠십이 훌쩍 넘겠네요 빨리 장가 먼저 보내세요"

"이제 초등학교 삼학년 인데요

까마득 하네요 "

"제 딸이 소아마비라 제가 어떻하든 칠십넘어서 까지는 벌어야 되거든요 딸이 사람 구실을 못하다 보니 제 삶이 딸에 인생에 메어 있어요 사십오년 넘게 돈벌었는데 그게 다 어디 갔는지 몰라요 분명 쉬지 않고 벌었거든요 근사한 집이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타고 통장에 뭉칫돈이 있는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쫒아 내지 않으면 최대한 다녀 보려구요"

"그럼요 대리님 경기가 힘들어도 대리님 한테 그런말 하지는 않을거예요 힘내세요"


평소 격의없이 지내는 정대리는 믹스커피 한잔 하자며 지나가는 나를 불러세운다. 특별히 나눌말이 있어서는 아니다. 얼굴 한번 보고 이야기 하다보면 한켠 마음이 가벼워 져서 일것이다.


뒤돌아선 어깨가 무거워 보인다. 소아마비 딸의 그림자가 아버지의 어깨위에 내려 앉아 있다. 누구에게 들킬까 표정 뒤로 숨어버린 슬픔이 빼곰히 눈을 치켜뜬다. 평생의 뒷바라지 시간이 아직도 부족하다고 이야기 하는 정대리의 미소를 가늠할수 없다. 다만 그렇게 슬프게 들릴이다. 오롯히 그가 견뎌야할 삶의 무게가 조금이라도 가벼워 질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돌아 앉아 일어서는 그의 뒷모습과 뒤통수는 소아마비 딸과 닮아 있을것이다. 내딸임을 부정할수 없는 생물학적 사실은 두부녀사이에 또렷히 박혀 있을것이다. 그렇게 둘이 나눈 유전자는 서로를 강하게 묶어주는 동아줄이 된다. 이렇틋 피는 그 어떤 법률과 도덕과 상식에 앞서있다. 어쩔수 없다. 그래야 인간계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 하찮은 인간이 멸종되지 않고 진화되어 유전되고 있는 이유는 피에 녹아있는 종족번식본능, 부정할수 없는, 밑도 끝도 없는 이유 없는사랑 거기에 있다. 깊은 심해속에, 저 보이지 않은 사람의 마음속에는 그런게 있다. 그래서 우리가 아직 이렇게 편하게 숨을 쉬고 있다.


" 좀 더 벌어야 되요 버틸만큼 버텨야 되요"


칠십을 바라보는 정대리가 가장 많이 하는말중에 하나다. 그래 그는 아마 죽을때까지 벌어야 하는지 모른다. 정대리와 차한잔을 마시고 나면 늘 같은 생각이 밀려온다.


나 역시 아이들 뒷바라지가 끝나갈즘의 나이가 칠십은 훌쩍 넘게 된다.


"오십은 한참 입니다. 뼈가 부러저도 안아픈 나이죠 펄펄 날아다닐 나이죠"


정대리가 힘주어 던진말들은 구십을 바라보시는아버지가 지금도 내게 자주 이야기하는 말들과 단어하나 틀리지 않고 같다.


"그래 난 아직 멀었어"

"나도 한참 벌어야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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