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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신부님

성당 신부님

by 둥이

"만약 네가 날 길들이게 되면 우리는 서로서로 필요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친한 사람이 되는 거고 나도 네게 세상에서 딱 하나밖에 없는 친한 여우가 되는 거야"

생텍쥐베리 어린왕자 P131


마르코 신부님


마르코 신부님과 첫 만남은 2022년도 2월 이었다. 코로나로 종교 모임을 포함한





마르코 주임 신부님


모든 모임이 사회적 거리두기란 이름으로 삼년째 철저히 통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코로나로 늘 똑같은 하루 한주 한달이 그렇게 무료하게 지나가고 있었다. 그런 어느 2월 일요일에 우리 가족은 목마른 사슴이 샘물을 찾아가듯 무작정 성당을 찾아갔다. 코로나 때문에 새로 부임하신 주임 신부님과 보좌 신부님을 그때서야 보게 되었다.


짧게 정돈된 머리카락, 다부진 어깨, 꾸준히 운동으로 다져진듯한 복근, 작지 않은 키에 어떤 옷도 잘 어울릴것 같은 신체조건 긴 팔다리 작은얼굴 누가봐도 잘생긴 얼굴 화려한 언변.. 도무지 정형화된 신부님의 모습은 찾아볼수가 없었다. 지금까지 보아 왔고 또 늘 주임 신부님은 이래야 된다는 그 모습에서 한참을 벗어나 있었다. 한마디로 신부님 같지 않은 신부님 이였다. 가슴위로 작게 올라온 하얀 사각형이 없었다면 그냥 잘생긴 동네 평신도 이거니 할정도 였다. 어떤 지인분은 저렇게 잘생긴 두분이 신부님 된다고 했을때 우는 여자들 많았을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코로나로 인해 몇년 동안 종교모임이 규제를 받고난 후 하나님이 선물을 주신것 같다고 생각했다. 외모 만큼이나 생각과 언행도 젊으신 신부님은 지금까지 보아왔던 점잖으신 주임 신부님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를 보여 주었다. 과하다 싶을 만큼 어린이 중심으로 성당 운영을 하는것 아닌가 싶을만큼 크고 작은 성당 행사에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고 배려해 주었다.


대부분의 성당은 주일 오후 3시에 어린이 미사를 드린다. 보통은 보좌신부님이 어린이 미사를 맡는다. 아이들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주임 신부님은 보좌 신부님이 맡아서 해야될 미사를 격주로 나누어 맡으셨다 . 아이들 눈높이 맞는 아이들을 위한 미사 강론을 해주었다. 종교 예식이 주는 지루함을 느끼지 못할 만큼 미사시간은 재밌었다.

아이들의 언어와 아이들의 시선으로 아이들을 상대해 주셨다. 아이들은 성당 오는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이들은 집에 와서도 신부님 놀이 성당놀이 미사놀이를 하며 놀았다. 성당에서 듣고 보고 배운 그렇게 오감으로 체험한 모든것들이 자연스럽게 놀이로 이어져 나왔다.


"성경책 가지고 온사람 손들어"

"주완아 지완아 오늘 지금이 가장 소중한 거야 "

"노래 불러! 힘차게! 주 앞으로 나아가 "

"애들아 사탕 먹을 사람"


신부님의 강론은 아이들에게 놀이 처럼 다가오는듯 했다. 딱딱하지 않은 재미있는 미사를 들려주신다. 미사때 드럼과 기타로 이루어진 삼인조 밴드가 성가를 반주해준다. 성가를 밴드음악으로 들으면 흥이 난다. 물론 아이들이 더 좋아한다.


"아빠 나 오늘 신부님이 안아 주셨다"

"주완아 신부님이 안아 주신게 좋았어"

"응 아빠 기분 좋았어 자랑 하고 싶을만킁"

"또 뭐가 좋았어"

"응 볼때마다 사탕줄때도 좋아"


아이들은 주임 신부님 곁으로 모여 들었다. 사랑 받고 있다는걸 가장 잘 알고 있는듯 했다.

신부님과의 놀이는 아이들의 천진함, 습자지 같은 투명한 표정, 놀이에 순식간에 몰입하는 진지함, 다 이룬자들의 본질적 충만함을 이끌어 낸다.

미사강론 중에도 수시로 아이들과 눈맞추며 한명 한명 이름을 불러준다. 아이들은 신부님이 자기 이름을 불러주는것 만으로 충분히 행복해 한다. 신부님의 사랑은 김춘추시인의 시 꽃 의 시어 처럼 아이들은 의미있는 꽃으로 빛깔과 향기를 내뿜게 해주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기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준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아이들은 미사가 끝나고 집에 갈 생각도 없이 성당앞 마당에서 두세시간을 뛰어 논다. 신부님 찾기놀이, 술래잡기, 신부님 다리잡기 노는것도 노는방법도 여러가지다. 힘든 표정 한번을 보여주지 않으시는 신부님은 진심으로 아이들을 사랑해주신다. 아마도 그 사랑이 온전히 아이들 마음밭으로 들어오는듯 하다.


신부님은 전자 기타를 둘러 메고 노래를 불렀다. 전자키타는 왼쪽 어깨에서 오른쪽으로 엑스반도 처럼 걸쳐 있었고 오른손가락은 허공을 휘저으며 기타줄을 튕겨 내고 있었다. 에너지와 끼가 넘치는 아이돌 같았다. 노래실력도 기타 실력도 부족함이 없었다. 모하나 빠지는게 없었다. 할수있는 모든것을 아이들에게 쏟아 붇는다. 햇볕과 바람과 이슬에 알곡이 익어가듯 아이들은 성당에서 여물어 간다.

생떽쥐베리의 어린왕자에 어린아이의 마음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아름다운 문장이 있다.


"만약 여러분이 어른들에게 새로 사귄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하면 어른들은 결코 중요한것은 묻지 않습니다. 다시 말해 어른들은 여러분에게 절대로, "그 애의 목소리는 어떠니? 그 애는 무슨 노래를 좋아하니? 그애도 나비를 수집하니?" 라는 식으로 묻는 법이 없다는 말이에요. 그 대신 이렇게 물어보지요. "그 애는 몇 살이지? 형제는 몇이나 되니? 몸무게는 얼마나 나가고 걔 아버지는 수입이 얼마나 된대?" 어른들은 이런 질문에 대한 대답으로 그 친구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이들의 언어로 물어볼줄 아는, 아이들을 진심으로 사랑할줄 아는, 예수님과 같은 신부님을 만난 아이들은 행복해 보였다. 그런 모습을 지켜 보는것 으로도 우린 감사함을 느꼈다.


그런 풍경은 인생이 얼마나 좋은지, 사는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언어로 설명해주지 않아도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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